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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야기 하나. 남성만 호주로 내세우던 호주제가 폐지되었습니다. 양심적 병역 거부자도 이제는 법으로 인정하려고 합니다. 군대에서도 동성애자 문제를 다루기 시작했습니다. 앞으로 종교법인 사립학교에서 학생에게 신앙을 강요할 수 없습니다. 교사가 학생을 체벌하려면 학부모 항의와 사회적 지탄을 각오해야 합니다. 불법 체류 외국인 노동자의 권리와 외국인 자녀 교육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최근 우리 사회 인권 실태입니다.

 

이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바뀐 것은 아닙니다. 누군가 문제점을 지적하고 그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늘면서 관행으로 굳었던 편견을 우리 사회가 버린 것이지요. 정확하게 말하면 나와 관계가 있든 없든 그런 생각에 동조하는 사람이 우리 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넘었다는 뜻이지요. 그 문제는 이제 소수의 관심사가 아니라, 다수의 의견이라는 겁니다.

 

이야기 둘. 가끔 텔레비전에서 떠돌이 개를 보여줍니다. 옛 주인이 채워놓은 개목걸이가 목을 파고 들어갑니다. 굶주려 앙상하게 뼈만 남고, 자동차에 치여 다리도 불편합니다. 인정 많은 동네 아주머니가 밥을 주어 겨우 연명하지만, 그래도 사람을 절대 가까이 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수많은 소방, 경찰, 수의사, 동물보호협회 회원이 동네를 포위하고, 며칠 동안 고생한 끝에 개를 사로잡습니다. 활짝 웃는 사람들과 새 주인을 만난 개, 그 개를 따뜻하게 키우는 주인을 보여주면서 텔레비전은 미담을 끝냅니다.

 

이런 것은 개를 식용으로 여기던 때에는 상상할 수 없었지요. 더구나 요즘 사람들이 공무원을 바라보는 눈이 곱지 않습니다. 심지어 공무원을 하는 일없이 노는 사람으로 취급하기도 하지요. 그런데도 그 잡종 개 한 마리를 위해 수많은 공무원이 출동하지만 사람들은 행정력을 낭비한다고 비난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노고를 격려합니다. 개를 잡아먹자는 사람보다 짐승의 생명조차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이 우리 사회의 절반을 넘었기 때문이지요.

 

이야기 셋. 어느 한국인이 외국계 회사에 취직하였습니다. 좋은 직장이 마음에 들어 이 한국인은 아주 열심히 일했습니다. 그런 그 사람을 그 회사 외국인 사장도 좋아하였습니다. 그렇게 몇 년 근무하다가, 어느 날 이 사람은 깜짝 놀랐습니다. 자기 팀 외국인이 자기보다 월급을 더 많이 받고 있었습니다. 자기보다 뒤늦게 입사했으며, 업무 능력이 떨어집니다. 인종 차별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사장에게 사표를 냈습니다. 그랬더니 사장이 깜짝 놀라며 말하더랍니다. ‘아무 말 없이 열심히 일하기에 그 월급에 만족하는 줄 알았다’고요.

 

사는 방식이 달랐지요. 한국인 직원은 자기가 열심히 일하면 사장이 알아서 올려주겠거니 하고 살았고, 외국인 사장은 ‘그러면 그렇다고 말을 해야 네 속을 알지’하며 사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러니 그 한국인은 가만히 있지 말고 때가 되면 자기 요구를 드러내고 틈틈이 월급을 재조정했어야 했습니다.

 

이야기 끝. 우리 사회는 비정규직이 넘쳐나고, 청년 취업자가 30%도 안 됩니다. 1% 부자가 우리나라 땅을 절반 이상 차지하였습니다. 장사 안 된다는 사람이 잘 된다는 사람보다 더 많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참고 받아들이는 사람도 많습니다. 기껏해야 대통령을 탓하고, 우리가 더 노력하자는 정도에서 그치더군요. 그러나 참지 말고 분노하며 요구를 드러내야 합니다. 제도를 바꾸자고 들이대는 사람이 우리 사회 절반을 넘지 못하면 그 어느 것 하나 바꾸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더부천>에도 실립니다. 


#정치 무관심#투표하기#비정규직#사회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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