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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발명 된 19세기 당시에 사용된 필름과 카메라는 소형이 아니라 대형 필름과 대형 카메라다. 그리고 필름의 감광도와 카메라 메커니즘의 한계로 인하여 정적인 현실을 표현대상으로 삼았다. 그 후 20세기 초반 필름의 감광도가 높아지고 소형 카메라가 개발되어 스냅촬영이 가능해짐에 따라서 동적인 사진을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1970년대부터는 일부 포토저널리스트들을 제외하고는 많은 사진가들이 소형 카메라 보다는 대형 카메라를 사용 하는 경우가 많아 졌다.

 

그 이유는 순간적인 상황을 포착 하는 것보다는 진중하게 사회적인 현실을 기록하는 것이 좀 더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을 얻을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에는 디지털 테크놀로지와 사진이 만나면서부터는 인화물의 사이즈가 좀 더 대형화되고 작가들도 더욱더 대형 카메라를 선호하게 되었다.

 

 ‘2007 Busan . my eyes...’
‘2007 Busan . my eyes...’ ⓒ 김시우

 

김시우는 부산이 고향인 작가이다. 그래서 바닷가에 대한 추억을 많이 가지고 있다. 이번에 갤러리 나우에서 전시하는 작품들도 여름에 해수욕장 풍경을 찍은 사진들이다. 해수욕장에서 여름휴가를 즐기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다양한 화면구성으로 찍었다. 작가는 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하기 위해서 사진을 찍은 것이 아니지만, 사진 한 장 한 장에서 보는 이들은 동시대 여름 휴가문화의 특정한 단면을 엿 볼 수 있다.

 

최근 한국의 젊은 사진가들은 전통적인 형식과 내용의 다큐멘터리 사진보다는 다분히 개념적인 사진작업을 많이 한다. 그에 비해서 김시우의 사진 찍기는 작가 자신의 감수성과 카메라 워크에 의존하여 현실을 기록하는데 치중하고 있다. 오랜만에 보는 사진 찍기 방식이다. 특정한 사진의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의 관심사를 드러낸 것은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다.

 

 ‘2007 Busan . my eyes...’
‘2007 Busan . my eyes...’ ⓒ 김시우
 ‘2007 Busan . my eyes...’
‘2007 Busan . my eyes...’ ⓒ 김시우

 

동시대성을 반영 한다는 점에서 컬러필름을 사용 한 것은 적절한 선택이었다. 하지만 최종 결과물의 프린트 완성도가 너무 떨어진다. 작가의 의도인지는 모르지만 컬러가 너무 칙칙하게 느껴져서 보는 이들의 시선을 압도하지 못한다. 그리고 전시작품의 전체적인 내용이 너무 단편적이다. 그래서 깊이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지나치게 스냅에 의존하여 작업하였기 때문에 생긴 결과다. 작업을 진행하기 전에 주제에 대해서 깊이 있게 연구하고 셔터를 진중하게 누르는 것이 필요하다.

 

사진 찍기는 기술의 문제가 아니라 철학과 주제의식의 문제이다. 그리고 스냅촬영의 장점은 순간적인 상황을 포착 하는 것과 개성적이고 파격적인 프레임과 앵글의 선택이다. 그런데 이번에 김시우가 보여주는 사진에서는 그것을 찾아 볼 수 없다.

 

좀 더 주제를 명료하게 드러내고 완성도 높은 최종 결과물이 아쉬웠다. 전시회는 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계기로 작가로서의 위상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서 철저한 기획에 의한 준비가 필요하다. 이번 전시회는 여러 가지로 아쉬운 점이 있지만 작가의 사진에 대한 열정이 느껴지므로 나름대로 그 의미가 느껴지는 전시회다.

덧붙이는 글 | 2007년 10월 17일 ~ 10월 23일 갤러리 나우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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