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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상여 서당 할머니 꽃상여가 동네 어귀를 지나 선산으로 가고 있다.
꽃상여서당 할머니 꽃상여가 동네 어귀를 지나 선산으로 가고 있다. ⓒ 장승현

아침에 늦어 부랴부랴 출근길에 나서고 있었다. 동네 소톳골쪽으로 보니 웬 차들이 즐비해 서 있었고 사람들이 북적거리고 있었다.

“뭔 일이다냐?”
“글쎄, 뭔 일이지?”


차를 세워 동네 사람들을 찾았다. 80이 넘은 팔촌 형님이 허리를 꾸부리고 오고 있었다.

“누구네 초상이에요?”
“응 집안이여, 저기 봉현이네 엄니, 서당 할머니가 돌아가셨대!”


출근길을 되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동네 집안 초상에 나 몰라라 할 수도 없었다. 아침에 나가 저녁에 들어오니 동네에 초상이 나도 모르고 지나칠 뻔했다. 우선 대전에 있는 엄니한테 전화를 했다.

“엄니, 저기 봉현이 형, 서당 할머니 있잖어. 돌아가셨대. 지금 동네 꽃상여가 나가는디….”
“난 못 가는데 니가 알아서 부조 좀 혀. 그리고 시간 나면 동네 일이니까 끝까지 일 좀 봐주고….”


그래서 출근길을 되돌려 소톳골 꽃상여가 나가는 곳으로 가봤다. 벌써 동네 아주머니들은 음식을 차린다, 뒷일을 한다 난리들이고 동네 형들은 목에다 수건 하나씩을 두르고 상여를 멜 준비를 하고 있었다.

우리 동네는 아직도 큰일이 생기면 온 동네 사람들이 품앗이 형태로 다들 일을 해주는 풍습이 남아 있다. 누가 큰 병원 가서 입원했다 오거나 아프거나 하더라도 적정선으로 암묵적인 합의에 의해 십시일반의 봉투를 가져다주는 일을 쭉 해오고 있다.

처음엔 이게 적응이 안 되었는데 살다 보니까 한동네에서는 하는 수가 없었다. 한동네 산다는 게 집안처럼 공동체의 일원이고 서로 더불어 살기 때문에 도시의 아파트처럼 문 걸어 잠그고 혼자 살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더군다나 오늘 상여가 나가는 분은 같은 집안의 어른으로 나 몰라라 할 수 있는 입장이 아니었다. 나이 80이 넘으신 분이 오랫동안 고생하다 돌아가신 호상이라 그런지 이상하게 초상집에 여유가 있었다.

 동네 유일한 요량잡이 동찬이 형.
동네 유일한 요량잡이 동찬이 형. ⓒ 장승현

상여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네 유명한 상여꾼 아저씨도 돌아가신 지 꽤 오래 되었다. 새로 요량잡이가 된 옆집 사는 동찬이형, 나이 어려서부터 이상하게 요량을 잡더니 이제는 동네에서 유일하게 남아 있는 요량잡이다. 더군다나 아직도 총각으로 요량을 잡는 사람은 동찬이 형뿐일 거다.

어허, 딸랑, 어허 딸랑 이 길 가면 언제 오나…
어허 딸랑. 북망산 가는 길 이리 험하다더니…
노자 돈이 모자라나, 이리 무거울꼬
북망산 가는 길이 멀고도 멀구나…


 60 넘은 동네 형님들이 상여를 메고 있다.
60 넘은 동네 형님들이 상여를 메고 있다. ⓒ 장승현

상여를 멜 수 있는 젊은 사람들을 동네에서 추려보았자 겨우 환갑을 넘은 형님들뿐이었다. 그 밑으로는 시골에 남아 있는 사람들이 거의 없다. 저마다 도시로 돈 벌러 가고 설이나 추석 때 나타나고 동네 일들은 나이 많은 노인들이 다 하고 있다. 더군다나 동네에 노인들이 한 분 한 분 사라져가 이제는 이럴 때 힘을 쓸 수 있는 장정들이 안 보였다.

아침저녁으로 출퇴근을 할 때마다 동네 어귀에는 노인들이 하릴없이 골목골목에 서서 있는 게 눈에 띄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그 노인들이 사라져 가고 이젠 점점 우리가 그 위치에 서 있을 날이 다가오고 있었다.

 동네 어른들이 지나가는 꽃상여를 지켜보고 있다.
동네 어른들이 지나가는 꽃상여를 지켜보고 있다. ⓒ 장승현

죽음이란 참으로 허망한 것이다. 이젠 동네 노인들이 다 돌아가시고 우리가 죽을 때는 과연 누가 꽃상여를 메줄 사람들이 있을까?

이젠 앞으로는 꽃상여 타고 북망산 가는 사람이 리무진 타고 가는 것보다도 더 귀할 때가 다가올 것 같다. 과연 우리 때 꽃상여 타고 저세상으로 갈 수 있을까?

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세종뉴스(www.sje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꽃상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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