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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공놀이하고 있는 박계수씨.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공놀이하고 있는 박계수씨. ⓒ 오승준

 

"얼씨구 절씨구 차차차 지화자 아라방창. 아니 놀지는 못하리라."

"작년에 왔던 각설이 죽지도 않고 또 왔네."

"술 한잔 먹어야 노래가 잘 나오는데…."


고령과 치매에도 장타령의 가사를 하나도 틀리지 않고 구성지게 부르는 김인순(가명)할머니. 술을 유난히 좋아하다가 치매에 걸려 이곳으로 들어와 생활한 지 4년.

 

할머니는 잠시 자신의 어려운 처지도 잊은 채 가끔 이곳을 찾아와 함께 놀아주는 고마운 공무원과 함께 젊은 날 자신이 즐겨 불렀던 각설이 장타령을 흥겹게 부르며 신명나는 시간을 보냈다.

 

무표정한 얼굴로 멍하니 앉아 있던 다른 할아버지와 할머니들도 덩달아 춤추며, 함께 노래 부른다. 그들에게 어린아이처럼 재롱떨며, 함께 노래하고, 공놀이하면서 즐겁게 해 주고 있는 사람은 다름 아닌 나주시청에 근무하고 있는 시의회 전문위원 박계수(53)씨.

 

시간만 나면 늘 어려운 사람들에게 달려가 그들의 아픔과 슬픔을 어루만져 주며 아낌없는 사랑을 나누어주는 그에게 자원봉사는 '제2의 직업'이다.

 

1977년 나주시 7급 공무원으로 공직에 들어온 이래 30여 년 동안 공직생활을 하면서 몸소 사랑의 봉사를 실천에 옮기는 박씨. 그가 봉사를 시작한 연륜도 그의 공직생활과 비슷하다.

 

불우시설 위문 · 청소년 선도 · 소년소녀가장 장학금 지급 · 난치병 어린이 돕기 · 시정홍보 · 지역사랑 등 박씨가 하는 일에는 휴식과 중단이 없다. 그의 공직자로서의 시정홍보 노력은 더욱 남다르다.

 

영산강 축제 · 배꽃축제 · 홍어축제 등 나주시 주요행사 및 축제, '주몽' 촬영 세트장 등 관광정보, 나주문화와 차 홍보 등의 홍보물과 자료는 그가 항상 휴대하고 다니는 필수품이다. 그의 특별한 지역사랑은 공사 모임과 관내·외를 가리지 않는다.

 

그는 30여 년을 청백리 공무원으로 근무하면서 평소 어려운 사람들과 불우한 처지에 놓여있는 사람들에게 소리 없이 나눔과 사랑을 실천해 온 부친 박천도(88)씨의 영향을 받아 공직 초기부터 봉사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나주 시내 불우시설 중 도움의 손길이 잘 미치지 않는 개인신고 시설이나 미인가 시설 10여 곳을 매달 번갈아 방문하며 위문 봉사하고, 자신의 봉급 상당액을 후원하고 있는 박씨의 이번 봉사도 하루에 두 곳.

 

아직 미혼인 박씨는 "가족들로부터 지금도 결혼에 대한 압박을 심하게 받고 있지만, 수년 동안 하고 있는 봉사가 더 좋다. 결혼은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홀로 된 아버지 박천도씨를 봉양하며 살고 있다.

 

박씨와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김인순 할머니 등 치매환자들이 생활하고 있는 나주시 다시면에 위치하고 있는 수양 간병원. 이곳에는 치매환자 20여 명이 외롭게 생활하고 있다.

 

시설이나 환경은 그런 대로 괜찮은 편이나, 재정 여건은 열악하다고 한다.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및 실비 환자들의 이용료로만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연화(53) 원장은 "우리 시설을 여러 번 찾아와 친자식보다 더 감동적으로 늘 할아버지 할머니들에게 즐거움을 주신 분에 대한 신분과 이름을 기자님 덕분에 오늘에서야 알게 되었다"며 "박 과장님의 공놀이 · 노래 부르기 · 풍선 불어주기 등은 노인치매 치료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나주시 남평면에 위치하고 있는 장애우 공동체 시설인 ‘새벽 동산의 집’. 비인가 개인시설인 이곳에는 10여 명의 지체 장애인들이 생활하고 있다.

 

그들의 불편한 손을 일일이 어루만져 주고 격려해 주며 찬송가를 함께 부르면서 가족 같은 따뜻한 마음을 전해주는 박씨의 모습. 우리네 어머니의 뜨거운 모성애, 그 아름다운 느낌으로 다가온다.

 

생활에 불편함이 없냐는 질문에 이곳에서 2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장애 2급인 최진덕(37)씨는 “원장님 등 직원들이 잘해 주고, 시설이용도 편리해 큰 불편은 없다"며 "다만, 가끔씩 가족들이 보고 싶고 그립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곳에서 4년째 생활하고 있다는 장애 3급의 임영희(48)씨는 "지금은 괜찮은데, 겨울에는 자신과 같이 몸이 불편한 사람들이 많이 들어와 여러 명이 한 방에서 생활하는 것이 불편하다"고 말했다.

 

 박계수씨와 찬송가를 함께부르고 있는 지체 장애우.
박계수씨와 찬송가를 함께부르고 있는 지체 장애우. ⓒ 오승준

 

기회만 있으면, 항상 어려운 사람들과 함께하는, 이웃에게 소리없이 사랑을 전하는, 남다른 사명감과 애향의식으로 시정과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봉사하는 그가 진정한 목민관이 아닐까.

덧붙이는 글 | 오승준 기자는 광주광역시청 공보관실 직원입니다. 


#박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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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 또 문학을 사랑하는 시인과 불우한 이웃을 위해 봉사하는 것을 또 다른 삶의 즐거움으로 알고 사는 청소년선도위원으로서 지역발전과 이웃을 위한 사랑나눔과 아름다운 일들을 찾아 알리고 싶어 기자회원으로 가입했습니다. 우리 지역사회에서 일어나는 아기자기한 일, 시정소식, 미담사례, 자원봉사 활동, 체험사례 등 밝고 가치있는 기사들을 취재하여 올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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