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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 ! 하늘이 맑다.”


  하늘이 손짓하고 있었다. 일요일을 그냥 집에서 보낸다면 손해를 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작 어디로 가야할지 정하기가 쉽지 않았다. 어디를 가면 아름다운 가을을 만끽할 수 있을까? 축제가 벌어지고 있는 곳이 한두 곳이 아니었다. 지평선 축제도 있고 소리 축제도 있었다. 그러나 축제가 아직 시작되지 않아서 망설여졌다.

 

  “구절초 축제가 열리는 곳으로 가요.”
  “축제가 시작된 것 맞아?”
  “틀림없어요. 방송에서 보았어요.”

 

환한 

코스모스
환한 코스모스 ⓒ 정기상

 

  반신반의하지 않을 수 없었다. 올해 2회째로 열리는 축제였다. 그러나 아직 구절초가 활짝 피지 않았을 것이란 생각이 결정을 가로막았다. 그런데 방송 광고에서 틀림없이 보았다는 집사람의 주장에 반박할 수가 없었다. 1회 때의 실망감이 주저하게 하였지만, 마땅한 대안이 없었으니, 그 곳으로 가기로 결정이 되었다.

 

  장소가 결정되니, 달리는 기분은 상쾌하였다. 가을에 여행을 떠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워진다. 공간이나 시간은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낯선 곳으로의 향해서 떠난다는 것만으로 충분히 신바람이 나는 것이다. 설레는 가슴을 발산하면서 콧노래를 부르면서 달렸다. 일상의 복잡한 것을 놓아버리고 달렸다.

 

  옥정호 쉼터에서 마시는 커피 한 잔의 맛 또한 최고였다. 자판기 커피가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여행의 낭만에 푹 적어들 수 있도록 해주는 맛이었다. 300원이란 작은 돈으로 여행의 기쁨을 배가시킬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얼마든지 경제적 부담 없이 가을을 가슴에 안을 수 있으니,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손짓 

유혹
손짓 유혹 ⓒ 정기상

 

  옥정호를 바라보며 달리면서 즐기는 풍광은 그 어디와도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빼어나다. 왜 아름다운 도로에 선정이 되었는지, 실감할 수 있었다. 전국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들 정도로 멋진 도로로 선정될만하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파란 하늘과 맑은 물 그리고 주변의 가을이 마음을 빼앗는 데, 충분하였다.

 

  구절초 테마 공원.


  1회 때에는 축제가 아주 엉성하였다. 구절재 주변의 논과 밭에다 구절초를 심어놓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올해에는 달랐다. 치밀하게 기획하고 준비한 흔적이 엿보였다. 장소부터 달랐다. 구절재가 아니라 따로 테마 공원을 조성해놓고 있었다. 장기적인 안목으로 계획 단계에서부터 손님 맞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문제는 도로였다. 들어가는 입구의 도로가 너무 좁았다. 2차선 도로도 아니었다. 차 2대가 비킬 수도 없을 정도로 좁아서 자동차가 이동하기가 여간 불편한 것이 아니었다. 여러 가지 어려운 사정이 있어서 어쩔 수 없는 일이었을 것이라는 것을 이해는 하지만,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축제가 시작되면 문제가 심각할 것으로 생각된다.

 

구절초 

깨끗한
구절초 깨끗한 ⓒ 정기상

 

  집사람의 주장과는 달리 축제는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 축제는 오는 6일에서 7일까지 개최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축제가 시작되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들어가는 도로가 너무 좁았기 때문이었다. 찾는 이가 얼마 되지 않아서 어렵지 않게 테마 공원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조심조심 자동차를 몰아서 도착하였다.

 

  “야 ! 아름답다.”


  먼저 반겨주는 것은 코스모스였다. 언덕을 꽉 메우고 있는 코스모스 꽃이 그렇게 눈부실 수가 없었다. 코스모스에 취해 구절초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구절초는 이제 꽃봉오리를 맺고 있었다. 축제가 시작될 때면 만발할 것이 분명하였다. 코스모스는 코스모스대로 화려하고 꽃봉오리를 맺고 있는 구절초는 그 것대로 아름다웠다.

 

  꽃봉오리들의 손짓에 넘어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어찌나 우뚝한지 가슴에 꽉 들어차 버렸다. 가을이 왜 아름다운지를 실감할 수 있을 정도다. 꽃봉오리들이 가슴을 열고 만개한 모습을 상상만 하여도 감탄사를 터뜨리게 된다. 구절초 꽃봉오리 앞에서 가을의 진수인 마음의 여유를 만들어주고 있었다.

 

가을 

넉넉한
가을 넉넉한 ⓒ 정기상

 

  바라만 보는 것만으로도 넉넉해졌다. 일상에 꽃을 보는 것뿐인데 마음이 그렇게 포근하고 즐거워질 수가 없다. 여유란 먼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구절초를 심고 가꿔온 사람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다. 꽃은 말하고 있었다. 행복이란 씨를 뿌리고 돌보아야 얻을 수 있다는 것을. 돌아오는 길은 그렇게 가벼울 수가 없었다.<春城>

덧붙이는 글 | 사진은 전북 정읍시 산내면에서 촬영


#구절초#환희#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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