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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환생 프로젝트>
<환생 프로젝트> ⓒ 김영사

<환생 프로젝트>의 주인공은 킴 랑에. 한창 잘 나가는 텔레비전 토크쇼 앵커였는데, 어느 날 하늘에서 떨어진 세면대에 맞아 그만 죽고만다. 그런데 정신을 차려보니 개미로 환생해 있는 게 아닌가. 한 마디로 '허걱!'이 아니고 뭐겠는가.

 

이후 '킴'은 개미에서 소, 지렁이, 딱정벌레, 다람쥐, 강아지로 환생을 거듭한다. 그러면서 사이사이 '인간의 영혼이 환생한 모습으로 나타'난다는 붓다를 만나 자신이 살아온 생을 돌아본다.

 

처음에 '왜 하필 개미로 태어났는지' 묻는 킴에게 붓다는 명쾌하게 말해준다. "다른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한 이들은 곤충으로 태어나지."

 

돈과 출세와 명예를 위해 앞뒤 돌아보지 않고 때론 남을 짓밟고, 사랑으로 이룬 가정마저 짐스럽게 여겨온 킴은 여러 차례 환생을 겪으면서 남편과 딸아이에게로 돌아가려 애를 쓴다. 그 과정에서 말할 수 없는 어려움을 당하지만 킴은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

 

죽음, 죽음 이후, 환생 같은 이야기가 지닐 법한 무거움이나 진지함에 앞서 이 책은 우선 재미있고 부담이 없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내용까지 휙 지나쳐버릴 만큼 가볍지는 않다.

 

특히 붓다와 나누는 대화 속에는 다시 한 번 곱씹어볼만한 구절들이 눈에 띈다. 그것이 전혀 가르치려 들거나 무게를 잔뜩 잡고 있는 것이 아니라서 쉽게 다가갈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환생에서 벗어날 길을 알고 싶어하는 킴에게 붓다는 말한다. "걸으면서 길을 발견하는 거지." 또한 소로 환생한 킴이 그 전의 생에서 '왜 차에 치여 죽게 했느냐'고 물으니 답한다. "네 삶에서 일어나는 일은 너 스스로에게 책임이 있다. 나는 환생만 담당할 뿐이야."

 

물론 자신이 가지고 있는 죽음관이나 생사관, 혹은 사후세계관에 따라 "사람들은 죽고 난 뒤에 또 다른 삶을 갖게 되지. 그가 이전에 믿었던 삶이야"라고 단언하는 붓다의 말에 동의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환생이라는 것에 초점을 맞추는 것에서 조금 벗어나면, 비록 죽은 이후지만 킴이 조금씩 깨달아가는 생의 숨겨진 의미들에 충분히 공감하면서 지금의 내 삶을 비추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킴이 깨달은 것은 무엇이었을까. '죽어서도 상대를 놓아줘야 한다는 것'…'누구도 가족이 죽을만큼 잘못을 저지르지는 않았다'…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것들이 모두 나쁘지만은 않았다'…'죽은 다음에 사람들은, 죽기 전의 삶에서 뭐가 중요했는지를 깨닫게 되죠'….

 

그나저나 이 소중한 것들을 죽은 다음에 깨달을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서 깨달으면 될 것 아닌가. 누가 모르나?...그런데 정말 심각하게 고민하긴 해야겠다. 눈앞의 소소한 것들에 매여 아둥바둥하며, 그저 미워하고 화내며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나도 하늘에서 떨어지는 세면대에 맞아 죽을지 누가 알겠는가. 그럼 나는 뭘로 환생할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했으니까 역시 곤충? 으악!

덧붙이는 글 | <환생 프로젝트> (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 김영사, 2007)


환생 프로젝트

다비드 사피어 지음, 이미옥 옮김, 김영사(2007)


#환생 프로젝트#죽음 #사후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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