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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9일 오후 상암 DMS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신국환, 조순형, 이인제, 장상 후보(자료사진).
지난 19일 오후 상암 DMS에서 열린 민주당 대선후보 TV토론회에서 후보자들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민석, 신국환, 조순형, 이인제, 장상 후보(자료사진). ⓒ 연합뉴스

선거는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서는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차지했던 손학규 후보가 2위로 가라앉고 정동영 후보가 계속 선두를 달리고 있다. 예상밖의 상황은 민주당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의 여론조사에서 민주당 내에서는 부동의 1위를 차지했던 조순형 후보를 누르고 이인제 후보가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  후보는 인천에 이어 전북에서도 조순형 후보를 큰 표 차이로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두 곳의 경선에서 이 후보의 누적득표율은 57.2%. 조 후보의 22.1%를 두배 이상 앞서고 있는 상황이다.

 

이인제의 선두 질주, 조직력의 우위

 

 통합민주당 이인제 의원(오마이뉴스 자료사진).
통합민주당 이인제 의원(오마이뉴스 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남소연

이 후보가 경선 초반 승기를 잡아가고 있는 것은 역시 조직력에서의 우위때문.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임해 조직력을 기반으로 한 이 후보를, 선거운동에 소극적으로 임한 조 후보가 쫓아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10%를 밑도는 극히 저조한 투표율은 이 후보의 무기인 조직선거의 위력을 배가시키고 있다.

 

따라서 이 후보의 선두질주는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아보인다. 지금처럼 저조한 투표율이 계속될 경우, 승부는 결국 자파 선거인단을 투표장으로 가도록 하는 조직력·동원력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뒤늦게 선거운동에 나선 조 후보로서는 여론조사상의 우위에도 불구하고 이 후보를 따라잡기가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다.

 

그렇게 보면 이 후보가 민주당 대통령 후보로 선출되는 것은 현실적인 가능성이 높은 시나리오가 되고 있다. 경선 시작 전까지만 해도 '잊혀진 정치인' 취급을 받으며 별다른 관심을 모으지 못했던 이 후보의 후보선출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은 민주당에게 새로운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민주당 내에서는 사실 조순형 후보의 선출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상하는 분위기가 대세를 이루고 있었다. 아무래도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조 후보가 민주당 후보로 나서는 것이 범여권 후보단일화 논의 등에 있어서도 유리할 것으로 판단하는 분위기였다.

 

그런 점에서 보면 이 후보는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다소 낯선 얼굴이 될 수도 있다. 호남지역에 기반을 둔 민주당의 적자냐 아니냐 하는 것은, 사실 두 후보 모두에게 해당되는 문제이다.

 

이 후보에게만 문제가 되는 것은 과거 두 차례의 경선불복 원죄에 따른 여론의 역풍이 불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사실 그동안 이 후보는 잊혀진 정치인이 되어버린 것이 현실이다. 두 차례에 걸쳐 반복된 경선불복 행태에 대한 비판이 워낙 광범한 것이었기에, 그가 다시 대통령후보로 나서는 장면은 쉽게 상상되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이 후보가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되는 장면이 펼쳐질 경우, 여론의 반응이 어떻게 드러나게 될 지, 민주당으로서는 신경을 곤두세워야 할 상황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민주당은 5년 전 자기 당의 경선을 중도포기하고 탈당까지 했던 인사를 대선후보로 선출하게 되는 역설적인 상황을 맞게 되는 것이다.

 

범여권 후보단일화의 명분에도 영향

 

 29일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 참여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
29일 열린 대통합민주신당 광주-전남 지역 경선에 참여한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후보. ⓒ 광남일보 김진수

여론의 반응 말고도 민주당이 신경을 써야 하는 또 하나의 문제가 있다. 이 후보가 대선후보로 선출될 경우 범여권의 단일화가 어디로 갈 지 모른다는 점이다. 주지의 사실이지만,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는 이 후보에 대한 비토층이 광범하게 자리하고 있다. 거듭된 경선불복 행태 때문이다. 더구나 대통합민주신당의 많은 인사들은 5년 전 민주당 시절 이 후보의 경선불복을 직접 겪었던 사람들이다.

 

그동안 범여권세력은 11월중 범여권 후보단일화를 공언해왔다. 그 주요 축은 대통합민주신당, 민주당, 그리고 문국현 후보로 압축되고 있다. 그런데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이인제 후보로 확정될 경우, 대통합민주신당으로서는 후보단일화의 명분을 찾는데 중대한 장애가 생겨날 것이 예상된다. 이인제 후보는 범개혁세력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문제는 대통합민주신당측의 입장이다.

 

아무리 현실적으로 범여권 후보단일화가 필요하다해도, 경선불복 당사자와의 후보단일화 논의는 정체성을 상실한 후보단일화라는 비판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대통합민주신당 내부에서도 이 후보와의 후보단일화에 대한 회의론이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

 

이렇게 되면 범여권 후보단일화는 명분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하게 되는 상황이 예견된다. 상황에 따라서는 민주당이 빠진 채 대통합민주신당과 문국현 후보 양자 간의 후보단일화 논의로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입장에서도 그같은 상황이 달가울 수는 없다. 민주당이야 내년 총선을 의식해서 당대 당 통합의 필요성은 느끼지 않고 있지만, 그렇다고 후보단일화까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차칫 대선에서 관심권 밖에 있는 군소정당의 신세로 전락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이다.

 

이인제 후보가 계속 선두 자리를 지켜 민주당 대선후보로 선출된다면 민주당의 앞길에는 예상치 못했던 돌발변수들이 부상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경선이 진행중인 마당에 특정 후보와 관련된 이런 문제들을 내놓고 왈가왈부할 수도 없는 것이 민주당의 사정이요 딜레마이다.

 

그나저나 이인제 후보가 경선에서 승리하게 될 경우, 다른 후보들은 경선승복을 하게 될까. 만약 승복하지 않는 후보가 있을 경우, 그 때 이인제 후보는 뭐라고 할까. 아무튼 이래저래 민주당은 묘한 상황을 맞게 되었다.


#이인제#민주당#국민경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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