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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4일 추석연휴 첫째날. 얼마 전 내린 비를 맞았더니, 감기에 된통 걸려 몸 상태가 가히 좋지 않았다. 그렇다고 방안에만 틀어박혀 있는 것도 몸에 좋지 않을 듯하여 자전거를 타고 공촌천과 들에 나가보았다.


비가 내린 이후라 하늘은 더 없이 청명하고 들녘은 탐스러운 열매와 농작물들로 가득했다. 알차게 여문 수수도 보이고 낡은 하우스 철재를 타고 오른 콩이 주렁주렁 맺혀있는 것도 보였다. 세찬 비바람에 참깨는 모두 한쪽 방향으로 몸을 뉘이고 있었다. 아직 캐지 않은 고구마 덩굴은 밭을 온통 차지하고 있었고, 김장을 위해 밭 한편에는 배추와 무가 심어져 있었다.

 

밭을 둘러보고 나와 자연형 하천공사 중인 공촌천변을 살펴보았다. 원 모습과 비교도 안 되는 '자연형' 하천이란 이름의 공사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9월 한 달 동안 지켜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다행히 한동안 사람들의 시달림을 피한 공촌천은 자연스럽게 수풀이 우거져 있었다. 갈대와 버드나무가 하천 중심부에 무성하게 자리해, 새들의 안식처가 되어주었다. 얼마 전 비가 많이 내려서인지 공촌천의 물은 맑아보였고 곳곳에는 부레옥잠이 파란 꽃을 피우고 있었다.

 

ⓒ 이장연


콘크리트 농로를 걷어낸 흙길을 따라 공촌교(하류 쪽) 쪽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았다. 정말 얼마 만에 땅의 기운을 받아보는 건지 몰랐다. 울퉁불퉁한 흙길에서 자전거를 타는 재미도 새삼 느꼈다.

 

황금빛으로 빛나는 들녘을 따라 공촌교에 당도하니, 공촌교 바로 위에 위치했던 콘크리트 보는 그사이 철거되어 있었다. 오만불손하고 어리석은 인간이 물길을 다스리려고 막아놓았던 장애물을 다시 인간 스스로 없앤 것이다. 자연형 하천공사를 하기는 하는 모양이었다.

 

 

하지만 공촌교 바로 옆 작은 공장의 하수구를 통해 나온 오수가 공촌교 아래 하천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 보였다. 자연형 하천공사를 시작한 지 반년이 넘어섰음에도 생활오수나 공장 오폐수 등 오염물질이 아직도 공촌천으로 흘러들고 있는 것이다.

 

공촌교 좌측으로는 경서동과 검암동 일대 택지개발이 한창인데, 공촌천과 인접해 있어 오수나 폐수가 유입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럼에도 하천과의 거리를 두지 않고 택지개발을 하고, 하천 옆에 공장을 짓게 허가를 내주고 있다.

 


공촌천 자연형 하천공사를 통해 사람들이 하천에 손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고 하는데, 이것도 문제다. 지금 공촌천에 필요한 것은 하천 생태계를 위협하는 사람들의 접근을 최소화 시켜, 되도록이면 건강하고 안정적인 하천 생태계가 자리 잡게 시간을 주는 것이다. 무턱대고 사람들을 하천 동식물들의 서식지에 접근시키면, 그나마 치유된 자연과 공촌천으로 돌아온 새들, 수중동식물들은 자취를 감추게 될 것이다.

 

하천에서 세차하는 몰지각한 사람들을 보시라. 관리, 감독도 되지 않는 친수공간을 조성한다면 저런 모습들은 넘쳐날 것이다. 예전에 사람들이 그랬던 것처럼.

 자연형 하천공사 중인 공촌천에서 세차하는 사람
자연형 하천공사 중인 공촌천에서 세차하는 사람 ⓒ 이장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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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이기사는 U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공촌천#자연형하천공사#오폐수#세차#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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