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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 강당에서 열린 신용불량자와의 '타운미팅'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19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한법률구조공단 강당에서 열린 신용불량자와의 '타운미팅'에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가 머리를 만지고 있다. ⓒ 권우성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가 당을 출입하는 인터넷언론사들을 상대로 일방적으로 '합동인터뷰' 일정을 잡은 뒤 통보해 적지 않은 매체들이 불참 의사를 밝히는 등 잡음이 일고 있다.

20일 현재 <오마이뉴스> <프레시안> <뷰스앤뉴스> <민중의 소리> <고뉴스> <투데이코리아> <폴리뉴스> 등은 21일로 예정된 합동인터뷰를 거부할 방침이다.

이 후보는 지난달 경선에서 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뒤 일간지, 경제지 등 종이신문과 방송사와는 개별 인터뷰를 하면서도 <오마이뉴스> 등 인터넷언론사들의 인터뷰 요청에 대해서는 뚜렷한 이유없이 회피하거나 번번이 미뤄왔다.

#1. 인터넷언론과는 개별인터뷰 안한다?

지난 16일 한나라당 대변인행정실이 밝힌 주간당무 일정에 난데없이 이 후보가 21일 '24개 인터넷매체'와 합동인터뷰를 한다는 계획이 들어갔다. <오마이뉴스>를 비롯해 당 출입 인터넷언론사들은 금시초문이었다.

이와 관련, 이 후보 측 뉴미디어분과 김수철 위원은 17일 이길호 한나라당 인터넷매체출입기자단 간사를 통해 "(인터넷매체들과) 협의되기 전에 내부적으로만 잡아놓은 일정을 실수로 당 대변인행정실에 넘겨 기자들에게 배포된 것"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은 "공동인터뷰라기보다 인터넷매체들과의 간담회 형식이 어떨까 한다"면서 추후 '합동인터뷰'를 '인터넷언론 간담회'로 바꾼 뒤, 21일 오전 11시라고 일시를 알려왔다.

하지만, 뉴미디어분과 진성호 간사의 설명은 달랐다. 진 간사는 같은 날 <오마이뉴스>와의 통화에서 인터넷언론과만 합동인터뷰를 하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마흔개가 넘는 인터넷매체들과 하나씩 다 인터뷰를 해줄 수 없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그러면서 "이왕 할 거면 인터넷매체의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방식도 논의 중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인터넷언론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이름만 '간담회'로 바꿨을 뿐, 실질적인 합동 인터뷰가 아니냐는 것이다.

한나라당을 출입하는 A 인터넷신문 기자는 "기자단과의 사전협의도 전혀 없이 후보 측의 일방적 통보에 의해 이뤄지는 간담회에는 참석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그는 "이번 간담회를 핑계로 향후 이 후보가 인터넷언론과의 인터뷰에는 일절 응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이 후보 측이 어떤 방안을 갖고 있는지 구체적인 답변을 요구한다"고 따져물었다.

B사도 "인터넷언론에만 차별적인 행태가 매우 불쾌하다. 이런 비판이 당(이 후보측)에 전달됐으면 좋겠다"며 "이번 행사에도 불참하겠다"고 밝혔다.

#2. 비판적 보도에 인터뷰 약속 취소하기도

이런 불만의 배경에는 그간 이 후보 측이 인터넷매체에 보여온 차별적인 행태도 한몫한다.

C사의 한 출입기자는 "경선과정부터 이후까지 수차례 이 후보 측에 인터뷰 요청을 했지만 유야무야 됐다"며 "이 후보가 일간지나 지방지, 경제지와는 계속 인터뷰를 하면서 인터넷매체하고는 합동인터뷰를 하겠다고 통보해오니 불쾌하다"라고 토로했다.

이어 그는 "게다가 이런 방식으로는 내용 있고 충실한 인터뷰가 진행되기 어렵지 않겠느냐"며 "이 후보 측이 이런 식으로 매체를 차별하는 걸 보면 미디어에 대한 인식이 어떤 수준인지 알 법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이 후보 측은 <오마이뉴스>에 9월 15일 오전 10시에 인터뷰를 하자고 먼저 제안했다가, 내부 사정 등을 이유로 일방적으로 취소했다.  <오마이뉴스>가 지난 12일 이 후보의 이른바 '마사지걸' 발언을 취재해 보도한 게 인터뷰 취소의 주요한 이유 가운데 하나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박형준 대변인은 "(그간 인터뷰를 못한) 다른 인터넷매체들의 항의도 있었지만, 인터뷰 일정을 조정하는 도중에 <오마이뉴스>가 그 기사('마사지걸')를 취재해 터뜨려서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김당 <오마이뉴스> 정치부장은 "일정을 조정하기가 어렵다며 토요일(15일) 오전으로 인터뷰 일정까지 통보해 놓고서 '마사지걸' 보도를 했다는 이유로 인터뷰를 취소한 것은 유력한 대선후보로서 옹졸한 처사다"고 비판했다.

#3. "간담회 하면서 미리 예상질문 달라니, 황당한 요구"

간담회를 하겠다면서 이 후보 측이 인터넷언론사에 미리 질문지를 요구한 것도 물의를 빚고 있다. 이 후보 측은 인터넷매체 간사에게 '1사당 1질문'을 원칙으로 예상 질문을 달라고 요청했다. 중복 질문을 피하기 위해서라는 게 이유였다.

그러나 정치인이 기자간담회를 하면서 기자들에게 예상 질문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또 보통 간담회에 참석하는 기자들은 질문을 여러 개 준비했다가 앞서 나오지 않은 것으로 골라서 하기 때문에 겹치는 일도 없다.

D 인터넷신문의 기자는 "간담회를 한다면서 사전에 질문을 미리 달라는 것은 이치에 맞지 않다"면서 "질문도 사전에 받을 거면 대면할 것 없이 서면으로 질문과 답변을 주고 받아도 되는 일 아니냐"고 반박했다.

'과정상 이 후보 측의 잘못에는 비판적이지만 인터뷰에는 참석하기로 했다'는 E 인터넷신문 출입기자도 "사전에 질문을 먼저 내라는 요구에는 응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는 "불리한 질문은 사전에 봉쇄하려는 의도 아니냐"며 "간담회를 하면서 현장 질문이 아닌 준비된 질문을 하라는 건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4. 당 대변인행정실과도 협의 안해 '뒷말'

이 후보 측은 이번 인터넷언론과의 합동인터뷰를 준비하면서 당의 대언론 업무를 맡고 있는 대변인행정실과도 협의조차 하지 않아 뒷말이 나오고 있다. 

대변인실의 한 관계자는 "통상 기자간담회는 긴급 현안이 발생했을 때를 제외하고는 대변인실이 중간에서 기자단과 일정 등을 조율한다"며 "하지만 이번 행사는 후보 측에서 우리와 협의도 없이 추진해 우리도 난감한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대변인실에 출입 등록이 된 인터넷매체는 40개가 넘는데 후보 측에서 애초에 '24개 인터넷매체'라고 못박은 이유도 잘 모르겠다"며 "준비 과정에 여러 혼란과 문제가 있었던 점을 인정한다, 이해를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항의성명] 이명박 후보 인터넷 언론 기자간담회에 불참하며
7개 인터넷 신문사(고뉴스, 민중의 소리, 뷰스앤뉴스, 오마이뉴스, 투데이코리아, 폴리뉴스, 프레시안)는 오는 21일로 예정된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와의 '24개사 인터넷 언론 합동 기자간담회'를 거부키로 20일 결정했다.

이 후보 측은 지난 16일 밤 당 출입기자들에게 메일로 발송한 주간 당무일정을 통해 오는 21일 '24개 인터넷 언론사 합동인터뷰'를 개최한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이에 일부 인터넷 신문사들은 기자단과의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합동 인터뷰를 실시하는 계획에 대해 문제제기를 했으나 이 후보 측은 이를 '기자 간담회'로 이름만 바꿔 같은 날 진행키로 최종 결정했다고 다시 통보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 측은 기자간담회에 앞서 각 언론사에 사전 질문지를 제출할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기자간담회에 앞서 사전 질문지를 요구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이 후보는 본격적인 경선에 들어간 이후 어떤 인터넷 언론사의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이 후보는 각종 종이매체나 방송사와는 인터뷰를 해 왔다. 따라서 우리는 이번 간담회의 취지가 쇄도하는 인터넷 신문사들의 개별 인터뷰 요청을 한꺼번에 해소하려는 면피용 조치이자, 공인으로서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한 행태라고 판단한다.

이에 우리는 이 후보 측이 이번 사태에 대해 책임있게 해명하고 사과할 것을 요구한다.

2007년 9월20일 고뉴스, 민중의 소리, 뷰스앤뉴스, 오마이뉴스, 투데이코리아, 폴리뉴스, 프레시안(가나다 순)


#이명박#인터넷언론#인터넷매체#오마이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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