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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18일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 남소연
 

"우리 사회를 고쳐나갈 수 있는 좋은 수술 팀이 당신과 함께 했으면 좋겠어요."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유한킴벌리 CEO에서 정치인으로 나서려는 순간, 아내 박수애씨가 그에게 던진 말이다. 문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는 이런 아내의 소망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사람이 희망이다>의 마지막은 문 후보가 두 딸에게 보내는 5통의 편지로 채워져 있다. 첫 번째 편지의 제목 '아빠의 출마를 걱정하는 딸들에게'가 눈길을 끈다. 여기서 문 후보는 이렇게 말한다.

 

"너무 걱정하지 마라. 아버지는 모든 준비가 되어 있다."

 

정말 문 후보는 모든 준비가 돼 있는 것일까. 아직 알 수 없다. 그러나 그는 대선 후보로서 차근차근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18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사람이 희망이다>의 출판 기념회도 그런 행보의 하나였다.

 

<사람이 희망이다>는 문 후보가 34년 동안 일해온 유한킴벌리 이야기와 대권에 도전한 문 후보의 소소한 삶을 담고 있다. 특히 IMF 때 직원을 해고하지 않은 문 후보의 전략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문국현은 모든 준비를 마쳤나

 

이날 행사장에는 300여 명의 사람들이 참여했다. 그리고 현장에서만 책이 400여 권 정도 팔렸다. 행사가 끝났을 땐 문 후보의 사인을 받으려는 사람들이 길게 늘어섰다.

 

그러나 최근 정치권의 관심이 쏠렸던 것에 비해서는 다소 기대에 못 미치는 상황이었다. 국회의원이나 전직 관료들이 앉는 '상석'에는 빈 좌석이 더 많았다. 일반석도 곳곳이 비어 있었다. 가장 높은 지지율을 보이는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경우 지난 3월 출판기념회에 2만명이 몰렸다.

 

불과 1개월 전까지 자산규모 1조원 규모의 회사 CEO였던 사람의 출판기념회 치고는 다소 초라한 행사. 그러나 참가자들은 "자발적인 열기"를 강조하며 들뜬 분위기였다. 축사를 한 이세중 환경재단 이사장의 말을 들어보자.

 

"내가 행사 시작 15분 전에 이 곳에 도착했다. 가만히 보니 행사장에 사람이 별로 많지 않아서 어떡하나 했다. 그런데 그건 쓸데없는 걱정이었다. 사실 문 후보는 사람을 동원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다. 오늘 이 행사는 자발적으로 참석할 사람만 오게 한 것이다. 그게 바로 문국현이다. 정직하고 겸손하고 따뜻한 마음으로 사는 사람이 문국현이다."

 

실제로 이날 행사에는 한명숙 전 총리와 김태홍·문병호·염동연·우제창·유선호·원혜영 의원 등이 참석했지만 이날 행사에서 무대에 서보지도, 마이크를 잡아보지도 못했다. 그동안 다른 대권 후보들의 행사를 떠올려보면 짧은 축사라도 했을 법 한데, 이들에겐 그런 기회조차 없었다.

 

"비정규직, 자영업자, 청년들에게 미안하다"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며 부인 박수애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서 참석자들을 기다리며 부인 박수애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남소연

정치권 인사 대신 특허권 분쟁으로 오랫동안 대기업과 법적 투쟁을 벌인 중소기업 사장, 직장을 잡지 못한 청년 실업자들이 무대에 올랐다.

 

먼저 무대에 오른 사람은 김성수 서오텔레콤 대표. 김 대표는 지난 2004년 4월부터 "대기업 LG텔레콤의 비상 호출 서비스 '알라딘'이 서오텔레콤 특허를 침해한 것"이라며 법원에서 법적 투쟁을 벌여왔다. 최근 대법원은 중소기업 사장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이날 김 대표는"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싸움으로 4년 동안 피 말리는 고통을 감수해야만 했다"며 "대기업은 일개 부서 업무로 시간을 끄는데, 중소기업이 이런 싸움에서 버티기는 정말 힘들고 고달프다, 중소기업에게 희망을 달라"고 울먹였다.

 

김후란 '문학의 집' 이사장은 "책 <어린왕자>에 나오듯이 사막이 아름다운 건 어딘가에 샘물을 숨기고 있기고 있기 때문이 아니겠냐"며 "이 시대의 불행 중 하나가 존경할만한 지도자가 없다는 사실인데, 문 후보를 보면 한 나라의 발전을 이끌 진정한 지도자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행사가 끝날 무렵 무대에 오른 문 후보는 많은 사람들에게 사과의 말부터 먼저 꺼냈다.

 

"비정규직 인구가 800만 명이나 되는데, 그동안 비정규직 문제를 머리로만 생각하고 가슴으로 접근하지 못했다. 또 자영업자가 650만 명인 걸 알면서도 대책 세울 생각을 못했다. 200만 명의 청년들이 직장이 없어 고생하는데도, 그들의 목소리를 다 듣지 못했다. 그래서 많이 미안하다."

 

문 후보는 "나는 약자에게 뭘 베풀겠다는 게 아니다"며 "그 분들에게 같이 참여할 만한 기회를 주는 것이 국가와 이 사회가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 후보는 "콘크리트로 나라를 덮고 땅값을 올리는데 혼이 빠지는 그런 경제가 아니라 사람에게 일자리·가치, 그리고 중소기업에게 희망을 주는 품격 있는 따뜻한 대한민국을 재창조 하고 싶다"고 밝혔다. 

 

행사 마지막 순간에 문 후보는 다시 무대에 올랐다. 이번엔 부인 박수애씨와 함께였다. 부부는 가수 '해오른 누리'와 함께 노래 <사노라면>을 불렀다. 행사장 곳곳에서 큰 박수와 함께 "국현이 오빠 파이팅!"이 터져 나왔다.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독자들이 문 후보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문국현 대선 예비 후보가 최근 펴낸 책 <사람이 희망이다>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독자들이 문 후보의 사인을 받기 위해 줄지어 서 있다. ⓒ 남소연

#문국현#사람이 희망이다#박수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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