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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고 스스로 어학연수 조직 교육부가 작성한 외고 해외연수 현황.
▲ 외고 스스로 어학연수 조직 교육부가 작성한 외고 해외연수 현황.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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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어고(외고)가 방학을 이용해 재학생들의 어학연수를 조직적으로 주선한 사실이 처음으로 확인됐다. 더구나 일부 외고는 이같은 일을 진행하면서 학생들을 사설 조기유학업체와 연결시켜 준 것으로 밝혀져 도덕성 논란도 함께 제기되고 있다.

조사 대상 30개(국제고 2개 포함) 외고 가운데 20개교는 지난해와 올해 학교 주최(학부모회 주최 1개교 포함)로 학생 4000여 명을 미국과 영국·캐나다 등지에서 어학연수를 하도록 주선했다. 총 비용이 76억원이나 되는 등 국부 유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국부유출·도덕성 논란 피하기 어려울 듯

이같은 사실은 국회 교육상임위 안민석(대통합민주신당) 의원이 교육부에서 건네받은 '전국 외고·국제고 해외연수 현황'을 단독 입수해 분석한 결과 드러났다. 이 자료는 어학영재를 국내에서 수용해 조기유학을 막겠다는 목적을 갖고 있는 외고의 설립 취지가 명백히 왜곡되어 있는 현실을 뒷받침해 주는 것이다.

이 자료를 보면 서울 D외고, I외고, 경기 S외고, D외고, 대전 D외고 등 전국 19개 외고와 1개 국제고가 지난해 여름방학부터 올해 여름방학까지 학생 해외 어학연수를 공식 주최했다.

이 행사에 참여한 학생은 3848명이었고, 소요 비용은 모두 76억8150만8000원이었다. 학생 한 명마다 200여만 원이 든 셈이다.  장소는 미국의 보스턴 학교와 영국의 옥스퍼드, 본머스 학교 등지였다. 일정은 한 번에 15일에서 한 달 가량이었다.

가정통신문까지 외고는 해외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 가정통신문까지 외고는 해외연수 학생을 유치하기 위해 가정통신문을 보냈다.
ⓒ 윤근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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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S외고는 올해 4월 학부모에게 보낸 학교장 명의의 가정통신문에서 "2007학년도 여름방학동안 학생들이 참여하게 될 영국과 미국·일본 방면 어학연수를 안내드린다"면서 연수 가격을 적어 놨다. 보름 정도 되는 일정에 영국 옥스퍼드 365만원, 본머스 368만원, 맨체스터 378만원이었고 미국 보스턴은 390만원이었다.

더구나 이 학교는 초중고 학생 조기유학업체로 유명한 E회사와 계약을 체결했다. 결과로만 보면 학생을 특정 업체에 알선한 셈이다. 이 업체가 제시한 일정표에 따르면 마지막 날 4일을 빼면 대부분 영어수업을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학교 관계자의 설명에 따르면 올해 7월 15일부터 진행된 영국 연수의 경우 본머스에서는 K외고생이, 옥스퍼드에서는 또다른 S외고생이 같은 지역에서 수업을 받았다고 한다. 외고의 빈번한 조직화된 어학연수의 실태를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

S외고 김아무개 교감은 조기유학업체와 계약을 맺은 것과 관련 "정식 입찰절차를 거쳐 합리적인 선발을 했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면서 "업체를 거치지 않고 학교 단독으로 해외연수를 주최하는 외고는 아마 우리나라에 없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가정통신문 보내 "어학연수 보내라"

이같은 실태에 대해 안민석 의원은 "외고에 진학하기 위해 수많은 초등학교, 중학교 학생이 특목고 전문 학원을 다니고 상당수가 조기유학을 다녀오는 것도 모자라 외고에 들어간 이후에도 어학연수를 하도록 조장하는 것은 학교의 설치 이유를 부정하는 또 하나의 증거"라면서 "외국어고가 특정계층의 전유물로 변질되어간다면 시급히 정책 방향을 바로잡는 결단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Y외고 박아무개 교감은 "국제인재를 키운다는 목표가 있는 외고가 방학을 이용해 해외연수 프로그램을 주최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면서 "학생들이 연수를 통해 자신감도 얻고 어학능력도 많이 신장시켰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외고조기유학#국부유출#어학영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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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교육기사를 쓰고 있습니다. '살아움직이며실천하는진짜기자'가 꿈입니다. 제보는 bulgom@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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