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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직되어 있고, 노조로 조직될 수 없는 80%의 노동을 강조하고 이들을 포함시키는 새로운 지구적 노동운동이 필요하다. 그것은 열려 있고 유연하며 네트워크화 되어 있고 자본, 국가, 군사주의, 생태 파괴, 소비주의, 가부장주의, 인종주의의 현대적 형태에 맞서 효과적인 행동을 할 수 있다.”

 

4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 민주노총 1층 회의실에서 열린 ‘87년 대투쟁 20주년 기념토론회-노동운동의 새로운 미래를 말한다-’에서 발제를 한 피터 워터만(71) 전 네덜란드 헤이그 사회학연구소 선임연구원이 밝힌 말이다.

 

그는 “제도화된 국제적 노조의 대응이 대개 방어적인데 비해, 새로운 노동은 노동조합이 있든 없든, 지역적, 국가적, 국제적 네트워크 속에서 스스로를 발견하고 주장하며, 종종 명확히 지구적 정의 연대운동 내에 있다”고 지적했다.

 

그 예로 ▲농촌 노동 (비아 캄페시나, Via Campesina) ▲성노동자 (성노동 프로젝트 네트워크, Network of Sex Work Project) ▲이주노동, 실업노동 (프랑스, 미국 2006) ▲여성, 노점상, 가사노동자 (국제노점상연합, Streetnet International) ▲아동 노동 (아동노동 반대 세계행진, Global March against Child Labor) ▲ 주부, 가사, 돌봄노동자 (IRENE 등) 등을 들었다.

 

또 워터만씨는 “점증하는 자본관계의 폭과 깊이는 소외 경험, 그에 따른 집단적 주체, 임노동관계를 넘어 사회운동과 함께하는 저항 방식 등의 다양성을 증가시킨다”면서 그 예로 ▲ 환경 ▲ 원주민 ▲ 여성(인류를 위한 세계 여성헌장, Women's Global Charter for Humanity) ▲문화 ▲ 사이버스페이스 ▲군사주의와 전쟁 ▲종족문제(ethnicity) ▲상품화 ▲부채 등을 제시했다.

 

이어 국제적 노동운동과 지구적 정의 연대운동 사이의 모호한 협력관계가 있다고도 지적했다. 그는 “세계사회포럼에서는 여성노동자들이나 노정삼 등이 활발하게 할동을 벌인다”면서 “하지만 국제노총 참가는 하지만 대화에 관심이 없다”고 밝혔다.

 

또 “새로운 국제노총(ITUC, International Trade Union Confederation)이 자신의 ‘괜찮은 일자리(Decent Work)' 캠페인과 지지를 위해 세계사회포럼을 명시적으로 활용한다”면서 “국제노총은 세계정의운동에 발가락 하나를 걸쳐놓고 다른 한쪽은 사회적 협조모델에 걸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노동조합 조합원의 의식을 바꿀 수 있는 수단에 대해 “자본주의에 대한 경험 그리고 노동 또는 사회운동의 위계 속에서 자신의 위치에 따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영향을 받는다”면서 “노동자 의식이 무엇인가를 명확히 알 필요가 있다. 또는 어쩌면 그것은 복합적인 것들 안의 의식‘들’을 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교육과 선전으로 노동운동을 노동자들의 상상력을 복돋우고 창조적인 그리고 자기표현을 복돋우는 문화적인 운동으로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워터만씨는 세계노동헌장 제정운동과 관련해 “세계 노동헌장 아이디어는 급진적으로 변형되고 고도로 공격적인, 즉 신자유주의화되고 세계화된 자본주의 하에서 모든 노동하는 민중에게 해당하는 노동 헌장, 선언 또는 성명을 발전시키려는 것”이라며 “노동자, 민중들이 연서명하기만 하면 되는(물론 연서가 과정의 일부일 수 있다) 단일하고 옳고 최종적인 선언이 아니라, 과정과 대화와 발전을 거치는 성격으로 여겨져야 한다”고 밝혔다.

 

이날 ‘87년 노동자 대투쟁이후의 쟁점과 모색’을 발제한 이수봉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은 80% 이상이 산별로 형식을 전환하게 되었다. 이것은 어쩌면 한국 노동운동의 특유한 힘”이라며 “기업별노조 조합원들의 이해관계만 놓고 본다면 산별노조로의 전환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노동계급 전체의 단결을 위해 재조정하겠다는 결의”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역사적 결단을 했지만 한국의 산별노조들이 조직운영상에서 직면하게 될 문제는 서구 산별들이 직면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이유로 “정치환경 면에서 독일 같은 경우 미군정이 나찌를 견제하기위해 ‘민주개혁’의 방향으로 사회를 재구성했다면 한국의 경우 일제잔재와 전근대적 요소들을 온존시키면서 재구성했다는 점에서 산별적 활동의 토대는 그만큼 열악하다고 할 수 있을 것”이라며 “비정규직의 사회경제적 조건도 서구 산별노동자와 판이하다. 집단화되어 있지 않고 사업주의 계약거부가 곧 실업이 되어버리는 사회적 상황에서 이들이 집단적 의사표현을 할 수 있는 기제는 매우 약하다”고 밝혔다.

 

이어 “산별노조 지도부는 우선 일차적으로 내부고객들을 만족시켜야한다”면서 “막대한 의무금을 추가로 걷어가고서도 뭔가 다른 혜택이 없다면 점점 산별노조의 권위는 유지하기 어려워 질것”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한국의 진보적 노동운동은 대중들의 ‘침묵’이라는 반란에 직면해있다면서 그 이유로 ▲해방이후 주조되어진 사회정치적 틀-그것이 물리력이든 사회심리적 요인이든- 의 한계를 넘어서지 못했고 그 틀을 넘어서는 운동은 지나치게 당위적 수준, 혹은 내용 없는 담론 수준에서 진행되는 경향이 있다는 점 ▲우리 운동은 이론적 공백기가 있었고 여전히 이를 극복하고 있지 못했고, 아래로부터의 운동은 변혁전망을 잃어갔고 위로부터의 ‘기획’은 아래의 ‘의지’를 반영할 만큼 과학적이지 못했다는 점

 

 ▲구체적인 삶의 영역에서 반자본주의적 공간을 만들고 확장시키는 작업이 요구되나 반신자유주의 혹은 개악저지라는 눈앞의 과제 속에 실종되어버리는 시지프스의 노동을 반복해왔다는 점 ▲생산과정과 분리된 운동은 주관주의를 결과했고 자본이 쳐놓은 ‘운동권’의 한계에 스스로를 가두게 됐고, 이제 자본주의의 내재적 발전 속에서 새로운 전망을 세우는 혁명의 동인을 포착하기위해 계급의 개념을 확장할 필요가 제기되고 있다는 점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내부의 토대는 부족하고 이것을 보완하기위한 ‘투입’은 제대로 진행되고 있지 못했고, 모든 요구는 중앙으로 집중되지만 막상 중앙은 작동하기 어려운 현실이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점 등을 제시했다.

 

이날 민주노총 주최한 토론회는 조돈문(카돌릭대 교수) 민교협 의장의 사회로 허영구 민주노총 부위원장, 배준범 민노총 정책위원 등이 토론자로 참여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토론회에 앞서 이석행 민주노총위원장은 인사말을 통해 “1987년 노동자대투쟁을 통해 노동자가 꿈꾸던 희망, 지금도 곳곳에서 노동자가 품고 있는 희망을 모아 미래로 나가야 한다”면서 “ 그 길에 민주노총이 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토론회를 통해 지난 20년을 치밀하게 돌아보고 이를 바탕으로 새로운 운동의 동력을 마련하려고 한다”면서 “민주노조운동에 애정과 관심 있는 동지들 모두가 함께 그 힘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날 발제를 한 피터 워터만 씨는 유태인으로 영국이주민에서 태어나 젊었을 때 공산주의 활동을 했다. 현재 네덜란드에서 거주하고 있는 그는 50년대 체코프라하 국제학생동맹에서, 60년대 말 공산주의 동맹에서, 80년대 ‘새로운 노동자 국제주의’와 ‘사회운동적 노조주의’운동을 했다. 90년대 이후 세계사회포럼에서 국제노동운동을 주도하고 있다


#피터 워터만#이수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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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와 미디어에 관심이 많다. 현재 한국인터넷기자협회 상임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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