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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재회한다는 것은 말만으로도 설레는 일 같다. 보고 싶은 마음이 사그라지지 않을 때, 그 사람들에 대한 생각이 가슴속에서 뚜렷히 살아있을 때, 그들을 다시 만난다는 것, 그것은 서로 잊지 않았다는 단 하나의 증거일 테니까 말이다. 나는 추억이란 이름으로 남아있는 촛불 속 희미한 불씨를 다시금 살려내고 싶었다,

 

"우리 만나자. 모두 약속 있어도 취소하고 모여!"

 

이 말 한마디가 왜 그리도 하기 힘들었는지, 하지만 막상 말하고 나니 친구들의 반응은 폭발적!

 

"응, 그래 꼭 보자!"
"오빠, 그래요! 얼른 모여요!"
"형, 그날 봐요. 약속 안 잡을게요."

 

약속 당일, 나는 그래서 당신들을 만나러 서울로 가는 길이다. 대학교 개강이 며칠 앞둔 것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간이 겹치는 다른 사람들과의 약속은 전부 취소했다.

 

그만큼 만나고 싶었던 사람들. 그들은 작년 겨울, 언론사 대학생 인턴기자를 함께한 친구들이다. 정확히 반년만의 만남이었다.  그 긴 시간동안 우리는 서로 만날 수 없었다. 미국 연수 간 친구도 있었고 멀리 떨어진 지역에 사는 친구도 있었기에 서로 보기가 쉽지 않았다.

 

그런데 미국으로 3개월동안 여행을 다녀온 동생이 드디어 저번주에 한국으로 돌아온 것이다. 친한 동생의 컴백홈 소식에 나는 기다렸다는 듯 부랴부랴 약속을 잡았다. 모두 모이자고! 그리고 역시나 통했다. 모두 모이겠다고 한다. -우리 다시 보자!-이 한마디로,

 

나 역시, 조금 무리다 싶은 상경이었지만 뒤로 미뤘다간 다시 만날 수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다른일을 제쳐두고 친구들을 만나러 갔다. 그리고 드디어 약속 장소에서 친구들을 보았다. 눈물이라도 쏟아져 나올 것처럼 기뻤다.

 

"아앗, 잘 지냈지? 진짜 너무 반가워서 아무말도 못하겠어."

 

그런데 참 이상한 일이다. 반년만에 만났는데 너무나 편안한 느낌이다. 서로에게 있어 말하기 어려운 고민, 어려움, 사랑문제 같은 것들을 너무나 솔직하게 담백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제야 알았다. 함께 많은 시간을 공유했던 사람들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언제나 자신의 마음속에서 살아있다는 것을,

 

새벽이 넘어서야 친구들과의 만남이 끝났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이제 앞으로 한달에 한번씩은 서로 보자고 약속을 했다. 중요한 건 친구밖에 없다고, 시간이 지나도 친해지자고 말이다. 그 가운데 우리의 믿음과 신뢰도 더욱 돈독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새벽 2시, 회사 업무 때문에 오지 못했던 한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나, 일 때문에 늦었지만 너희들 얼굴이라도 꼭 보고 싶어. 기다려줘. 바로 갈게."

 

갓 취직해 만날 밤늦게까지 일하던 친구가 그래도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며 먼 거리를 달려 오겠다고 한다. 그녀의 말이 왜 그리도 감동적이던지, 결국 새벽의 종로 거리서 우리들은 재회했다. 종로 거리가 떠내려가라 기뻐서 소리지르고 웃고 하던 그 모습, 재회라는 것은 그런 의미같다. 깜빡 잊혀졌던 사람들이 자기 마음속에서 다시금 살아나는 것, 그래서 덧없이 소중한 일.
 

누군가에게 말해주고 싶다. "재회하고픈 친구가 있으면 연락해보세요. 늦지 않았어요" 라고 말이다. 자신과 일정 시간을 함께했던 사람은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자기의 마음속에, 그리고 그 사람의 마음 속에 잊히지 않고 살아있는 법이니깐.

덧붙이는 글 |
정열은 냇물의 흐름과 같다.

얕으면 소리를 내고 깊으면 소리가 없다.

곽진성 기자의 미니홈피 http://cyworld.nate.com/UsiaNO1 

   
 


#재회#친구#추억#만남#약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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