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둔치에서 어른들과 아프가니스탄 피랍 사건에 대해 토론을 했다. 토론 중 느낀 감정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피랍 국민들을 구출한 정부에 대한 반감이 강하다는 것이다. 잘못한 그들을 왜 정부가 나서서 구출해야 하는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테러 집단인 탈레반과 정부가 협상을 하여 국가의 위신을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이렇게 말했다. 그들이 책임이 가장 중요하지만 자국민이 피랍되면 무사히 구출하는 것이 정부가 가장 우선 시 해야 할 일이라고. 하지만 의견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생명의 존엄성보다 중요한 것은 없다. 그들이 행위 자체가 비판받아야 하지만 그들의 존엄한 생명은 존중되어야 한다. 생명의 존엄성이 훼손될 때 강자는 약자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다. 약자의 존엄한 생명이 위협받는 것은 바로 전쟁이다.

▲ 전쟁과 평화
ⓒ 삼인
<전쟁과 평화>는 인간의 존엄과 인류의 평화를 원하는 18명이 '당대비평과 평화네트워크'가 공동으로 기획한 책이다. 9·11은 분명 미국의 오만함이 나은 결과이다. 하지만 9·11을 통하여 희생당한 이들도 테러에 의하여 희생당한 이들이다.

우리는 어떠한 경우에도 존엄한 생명을 행하는 테러 행위를 용납해서는 안 된다. 미국, 탈레반, 알카에다가 범하는 모든 폭력을 용납할 수 없다. 원인을 누가 제공했는지는 어쩌면 폭력이 폭력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버리는데 아무런 유익이 되지 않음을 명심해야 한다.

2001년 9월 11일 어떤 이는 하루의 지친 일상을 안식하게 위하여 몸을 누이고 있었고, 어떤 이는 하루를 시작하기 위하여 분주히 집을 나서고 있었고, 어떤 이는 열심히 자기의 일을 하고 있었다. 그때 조용한 적막을 깨치는 폭발음은 세계의 눈과 귀를 멈추게 하였다.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났기에 세계인이 하나같이 심장의 고동 소리까지 멎어버렸을까? 미국의 중심이 무너졌기 때문일까? 모두 그렇다고 말할 것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단의 화학공장이 공격을 받아 몇 명이 죽었는지, 팔레스타인의 질곡의 삶과 죽음, 니카라과, 파나마, 칠레 등이 경찰국가로 자칭하는 세력에 의하여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갈 때에는 눈과 귀, 그리고 심장이 멈추는 충격을 받지 않았다. 그들의 죽어간 이유가 미국 중심의 패권주의에 반한 자들이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아룬다티 로이'는 말한다.

"부시 미 대통령은 공습을 감행했음을 밝히면서 미국은 평화적인 국가라고 주장했다. 미국이 총애하지 마지않는 외교관 토니 블레어는 부시 대통령의 목소리를 그대로 반영해 우리는 평화적인 국민이라고 뒤따랐다. 며칠 뒤 연방수사국 본부에서 부시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이번 보복 공격은 우리의 소명입니다. 미 합중국이 떠맡아야 하는 소명입니다. 세계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로서, 미움과 폭력, 살인과 사악함을 거부하는 근본적인 가치 위에 세우진 국가가 바로 미국입니다. 우리는 지치지 않고 끝까지 이러한 소명을 다할 것입니다." (본문 35쪽 인용)


정의로운 국가 미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략한 후 그는 이렇게 말했다. 평화적인 국가라고, 하지만 평화적인 국가가 가는 곳은 전쟁이 난무한다. 죽임과 살육이 난무한다. 예를 들어보자. 2차대전 뒤 미국이 전쟁을 벌이고 폭력을 감행한 국가 약 21개국이다. 어느 나라가 이런 전쟁을 했을까? 없다. 평화를 사랑하는 미국이 전쟁을 가장 좋아하는 나라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가 미국과 서양의 사상과 종교, 문화에 얼마나 세뇌되었는지 알게 되었다. 종교적인 신념으로는 선악을 구분 지을 수 있다. 하지만 종교적인 신념이 정치, 이념, 경제, 군사력과 합일될 때 그 잔인성은 글과 말로서는 옮길 수 없다는 사실이다.

과연 이슬람은 문명의 적인가? 팔레스타인 청년인 '앤디 클라노'의 말하는 이스라엘과 비교해보자.

"이스라엘은 전투기, 헬리콥터, 탱크, 중화기 등을 정기적으로 이용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공격해 왔다. 이러한 공격은 비밀 결사 조직이 아닌 이스라엘 정부에 의해 수행되었다는 이유로 '테러리즘'이라고 불리지 않고 있다." (본문 인용 102쪽)

이슬람의 이름으로 행하지는 온갖 폭탄테러가 비판받아야 마땅한 일이라면 이스라엘이 범하는 행위 역시 비판받아야 한다. 세계는 이스라엘의 반평화적인 행위 반인륜적 행위를 비판하지 않고 있다. 이슬람의 테러집단이 인류의 평화를 위협하는 자들이라면 이스라엘 역시 평화를 위협하는 국가이다.

전쟁은 평화, 평화는 전쟁. 이 명제가 평화라는 이름으로만 남기를 우리는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이성을 상실한 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이성을 다시 되찾기 위하여 미국과 나, 그리고 이슬람을 바로 보는 눈을 가져야 할 것이다.

이제 이성을 찾을 때가 되었다. 힘으로 평화를 이룰 수 없다. 둔치에서 말한 평화는 힘이었다. 섬뜩한 느낌이 들었다. 평화가 힘으로 가능하다는 생각이 우리 뇌리에 자리 잡고 있다면 우리에게 미국만큼 강한 힘이 있다는 우리도 미국이 범한 전쟁에 똑같은 논리로 접근할 것이고 세계는 우리를 향하여 테러행위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섬멸되어야 할 것은 전쟁이다.

덧붙이는 글 | 당대비형 평화네트워크 공동기획 ㅣ 삼인


전쟁과 평화 - 당대비평, 평화네트워크 공동 기획

노암 촘스키 외 지음, 삼인(2001)


#전쟁과 평화#이슬람#노엄 촘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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