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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삿말을 하는 김영현 작가.
ⓒ 김이하
사람이 지천명의 나이가 되면 조금 서두르고 허둥대는 것은 인지상정의 이야기인 것 같다. 60대가 '노인'이라는 딱지가 붙는 때라면 그래도 50대는 마지막 남은 힘도 있고 아직은 남이나 자신이 노인이라고 생각하지는 않기 때문에 하고 싶으면서도 미루어 두었던 인생의 목표를 하나 둘씩 정리하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작가 김영현은 얼마 전까지 민족문학작가회의에서 자유실천위원장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이미지가 우직하고 또 '실천문학'이라는 의미있는 출판사를 경영하는 대표자로서 그 자리의 이름에 아주 걸맞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는 이제 그러한 외부적인 명함을 정리하고 대신 그 힘을 모아 작가 본연의 자리에서 그야말로 자신의 문학을 대표할 수 있는 글쓰기를 원하고 있는 듯 보이는 것도 그의 나이와 무관하지 않으리라.

그는 지금까지 <깊은 강은 멀리 흐른다>로 시작해 <해남 가는 길>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내 마음의 망명정부> 등의 창작집과 <풋사랑> <폭설> <날아라, 이 풍진 세상> <낯선 사람들> 등의 장편소설, 그리고 <겨울바다> <남해엽서> <그후, 일테면 후일담> 이라는 시집과 시소설집이라고 명명된 특별한 형식의 <짜라투스트라의 사랑>을 상재하여 진지함과 지속성을 함께한 중진작가로 통한다.

그런 그가 나이 지천명의 허리에 이름도 유별나게 붙은 <나스메 소시키를 읽는 밤>(도서출판 작가)이라는 "산문집"을 출간하였다. 이를 축하하기 위해 선후배 문우인 홍일선, 강형철, 이승철 시인들이 28일 오후 6시 서울 인사동 사천에서 작은 기념회를 열어주었다. 임헌영, 김원일 선생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냈고 이남희, 나종영, 정철훈, 전기철, 이재무 시인 등 30여명이 자리를 함께 하였다.

▲ 축사를 하는 임헌영 민족문제연구소장
ⓒ 김이하
이승철 시인이 재미나게 순서를 진행했고 임헌영 선생과 김원일 선생이 두루 덕담과 저작의 노고를 축하하였다. 마지막 순서인 인사말에서 저자는 첫 작품집과 시집을 낼 때보다도 가슴이 설렌다고 하면서 짜인 틀 없이 자신이 걸어온 길과 만난 사람들 그리고 소위 개똥철학까지 이야기하듯 쓰는 것이 편하면서 즐거웠다고 말했다. 특히 취미로 그려보고 있는 수묵화 몇 점을 표지와 사이에 넣으면서 스스로 즐기는 여유를 보여주었다.

작가 김영현은 이 산문집에서 독자들과 가까워지려고 노력한 흔적이 많이 보였다. 이미 여러 자리에서 그 투박한 경상도 사투리로 웃음을 보여주었지만 이 글에서는 보다 더 진솔한 어투로 자신의 가족사는 물론 대학시절 경험한 감옥과 고문의 추억까지도 담담하게 풀어내 보여주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살아오며 만났던 많은 이들의 이야기를 그 따듯하고 부드러운 필치로 소곤소곤 들려주기도 하였다. 독자는 이 산문집으로 작가 김영현의 부드러움 속에 감춰진 고통과 상처를 만나보게 될 것이며 이를 통하여 다시 한 번 우리 시대의 암흑기를 생각하고 공감할 것이다. 또한 장롱이나 고추장 이야기를 통하여 잔잔하면서도 가슴 찡한 사람의 냄새를 맡게 되리라 믿는다.

▲ 사회자 이승철 시인과 뒤로 김원일 선생 등 참석자들.
ⓒ 김이하
작가나 시인들이 그저 유행처럼 재담거리로 '산문집'을 묶은 것에 비한다면 그가 살아온 길과 여정만큼 큰길 한가운데를 거침없이 뚜벅뚜벅 걸어온, 그래서 오래 묵어 차라리 향기로운 두엄냄새가 오래도록 독자의 머리에 남아있을 것 같다.

자리를 옮겨 이어진 술자리는 작가 김영현의 향기를 그리워하여 늦었지만 하나 둘 꼬리를 물고 찾아오는 친구와 후배들의 발길로 늦게까지 식을 줄 몰랐다.

덧붙이는 글 | 정용국 기자는 민족문학작가회의 회원입니다.


#김영현#나스메소세키를읽는밤#출판기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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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한국작가회의, 한국시조시인협회 사무총장. 한국문학평화포럼 사무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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