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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특히 소비자교육은 어릴 때부터 철저하게 교육시키는 것이 좋다. 한국적 인습은 돈 이야기는 밖으로 드러내놓고 하는 것이 아니라는 이중적 잣대가 있다 보니 이런 부분에 대한 교육이 거의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미국이나 일본 등에서 중·고교 때부터 학습과정의 하나로 이런 교육을 시키는 것과는 많은 차이가 있다. 한국에서 청소년 문제가 빈번히 일어나는 이유 중의 하나가 돈 문제와 신용불량자 양산에서 비롯된다는 점을 생각하면 소비자교육이 얼마나 시급한 과제인지 알 수 있다.

비단 청소년뿐만 아니다. 직장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아무런 경제교육 없이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거기서부터 돈을 벌고 만지다 보니 심한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신용불량자 문제가 대표적이다. 신용불량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사회적 사망이나 마찬가지다. 신용이 재산인 상황에서 신용을 잃는다는 것은 더 이상의 금융경제활동이 어렵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신용을 잃은 자는 세상에 대해 죽은 자와 같다.' 영국 격언이다. 또 '현금을 잃으면 적게 잃는 것이고, 신용을 잃으면 전부를 잃는다'고 했다.

신용이란 말은 사회적으로는 '언행이나 약속이 틀림없다'는 뜻이지만 경제적으로는 '거래에서 물건을 먼저 주고받은 다음 대금의 지급을 뒷날 하는 거래'라는 의미를 갖는다.

'신용이 있다'는 말은 '상대를 믿을 수 있다'는 뜻이 된다. 신용은 이처럼 중요하다. 신용을 잃지 않고 한평생을 산다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그만큼 신용을 지키면서 살기가 어렵다, 개인적으로는 약속도 신용이다. '신용을 잃지 않으려면 신용을 함부로 다루어서는 안 된다'는 프랑스 격언을 곱씹어 볼만 하다.

경제생활이 발달하면서 오늘날의 금융거래나 개인적인 결제는 거의 대부분이 신용카드로 이뤄지고 있다. 플라스틱 머니(Plastic Money)가 실제 화폐를 대용하고 있으며, 카드 만능시대라 할 만큼 카드 쓰임은 확대되고 있다.

특히 IC칩 카드의 등장으로 은행통장이 필요 없게 되었고, 휴대전화를 통한 결제시스템도 구축되어 있는 상황이다.

한국에서 신용카드 발급매수는 1억매를 넘고 있고 경제활동인구 1인당 4매가량의 신용카드를 보유하고 있을 정도이다.

신용카드가 짧은 기간 동안에 대량 보급되면서 어두운 면도 발생했다. 이른바 신용불량문제이다. 카드빚을 갚지 못해 신용불량으로 전락하는 경우가 그것이다.

2000년 초 신용대란이 일어났고, 신용불량자 문제를 정책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신용회복위원회 등의 임시조직이 태어난 것도 바로 이런 후유증의 한 단면이다. 지금도 법원에서는 개인파산이 줄을 잇고 있고, 매년 그 수는 큰 폭으로 늘어가고 있다.

크래디트 뷰로(Credit Bureau)에 의한 신용관리가 엄격해 지면서 이제 신용문제는 결코 소홀히 다룰 문제가 아니다. 한번 신용불량자가 등록되거나 연체 등의 실수를 하게 되면 자신의 크래디트 초인트(Credit Point)는 형편없이 추락한다.

신용도가 떨어지면 금융기관으로부터의 신용거래가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설사 돈을 빌린다 해도 더 놓은 이자를 물어야 한다. 신용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젊은 나이에 멋모르고 신용카드 청구액이나 휴대전화 요금 등을 연체하다가 이런 날벼락을 맞는 경우가 너무나 많다.

신용카드에서 사용되고 있는 '신용'이란 말은 돈을 일정 기간 후에 갚는 것을 전제로 우선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 받도록 하는 카드회사 측의 입장이다. 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의 입장에서는 그것은 어디까지나 빚이다. 신용사회라고 할 때의 신용도 마찬가지다. 미래의 소득을 미리 끌어다 쓰는 가불(假拂) 사회이다.

오늘날의 금융사회는 이와 같은 신용사회의 구조이기 때문에 미리 댕겨 쓰고 나중에 갚지 못하면 신용불량자가 돼버리는 것이다. 굳이 설명하자면 금융기관이 외상을 억지로 준 후 돈을 못 갚으면 연체이자를 물리고 또 그래도 돈을 못 갚으면 신용불량자로 등재해 버리는 구조이다.

어찌 보면 말도 안 되는 구조이고, 억지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이 오늘날의 대세이며 신용사회의 핵심인 만큼 어쩔 수 없는 일이 돼버렸다.

여기서 필수적으로 제기되는 것이 자신의 신용관리이다. 가장 좋은 것은 현금거래이다, 일찍 상거래가 발전한 네덜란드의 격언에서도 '가장 믿을 만한 신용은 현금이다'고 했다.

현금거래는 돈이 있으면 쓰고, 없으면 안 쓰면 된다. 하지만 사회구조가 이미 신용사회로 구축돼 있기 때문에 모든 경제활동을 현금으로만 유통하기는 어렵다.

신용카드는 신용제공 기능 외에 여러 가지 부대 서비스 기능을 갖고 있다. 무이자할부서비스나 포인트 기능, 특정업체 사용에 따른 할인기능, 교통카드 기능, 여행이나 보험 상품 알선서비스 등 숱한 특전제도로 소비자를 끌어들이고 있다,

연령별, 성별, 직업별 전용카드도 발행하는 등 카드회사는 카드회원 늘리기에 혈안이 돼 있기도 하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신용카드 발급매수가 늘게 마련이고, 카드가 늘다 보면 쓰임도 커지게 마련이다. 신용에 의한 '빚'이 늘어나기 시작한다.

신용카드는 우선 쓰기가 쉽다. 자신에게 주어진 월별 사용한도 내에서 얼마든지 사용할 수 있다. 현금서비스 기능까지 주어져 있기 때문에 상품구매는 물론 현금사용도 가능하다.

신용카드사용을 자제하지 못할 경우 하루아침에 신용불량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다. 연체를 늘릴수록 신용카드회사의 수익이 늘어나는 구조이다 보니 위험을 무릅쓰고서라도 신용카드 사용한도를 늘려주고 있다.

결국은 카드회사의 돈 장사인데 소비자인 카드회원들은 이를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채 마치 신용사용한도가 높으면 자신의 신용이 그만큼 더 높은 것으로 오해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외피적으로 보면 신용도가 높고 수입이 많아야 신용한도 역시 높게 책정되는 것은 사실이다.

"순진한 사람들의 얼굴에는 빚을 갚을 것 같은 표정이 서려 있다. 그래서 신용대부업이 생겼다." R.W.에머슨이 <대표적 인물론>에서 이 같이 주장했다.

신용카드회사 역시 여신금융업인 만큼 신용대부업과 크게 다를 바 없다. 돈 갚지 못할 사람에게 돈을 빌려주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다.

회원신청 때부터 엄격한 심사과정을 거쳐 신용카드를 발급해 주지만 내부적으로는 연체나 신용불량 문제에 대해 그다지 큰 고민을 하지는 않는다. 한국적 구조가 가족이 연대하여 빚을 갚아주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연체대금이나 빚을 받아내는 채권추심업이 발달해 있는 것도 바로 이런 배경에서이다.

신용카드가 많다고 결코 자랑할 일은 아니다. 자신에게 꼭 필요한 한 장이면 족하다. 더 많은 카드는 더 많은 빚을 의미한다.

지금 당장 신용카드 매수를 줄여라. 한 장으로 줄여라. 그것도 가능하다면 은행계좌에 적립된 금액에서 즉시 자동 결제되는 직불카드인 체크카드를 사용하라. 그것이 신용도를 높이고 신용관리를 해나가는 지름길이다.

이와 함께 거래은행 창구도 웬만하면 한곳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물론 예금이나 저축을 할 경우라면 예금이 보호되는 액수만큼을 각각의 은행에 분산 예치하는 것이 좋겠지만 대출을 받거나 일반생활 거래를 할 경우라면 한곳으로 집중하는 것이 좋다.

개인별 주거래은행제도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급여이체와 함께 신용카드, 일반 예·적금까지 한 통장으로 모아 종합거래를 하게 되면 이자율 등에 있어 일정한 혜택이 주어진다. 예금할 땐 예금이자율을 올려주고, 대출 때는 대출이자율을 일정 범위 내에서 낮춰준다. 거래이체나 수표교환 등의 부대서비스 이용에 따른 수수료 할인도 적지 않다.

신용카드는 물론이고 금융거래 역시 아는 만큼 실익을 챙기게 된다. 금융지식과 상식은 많을수록 좋다.

덧붙이는 글 | 아들과 딸, 그리고 직장 후배들에게 던지는 삶의 매시지입니다.


#신용카드#은행#통장#신용#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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