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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푸른역사
대한민국 최고액권 화폐 주인공 '세종' 대한민국 행정수도 명칭 '세종'. 그렇다 세종은 우리에게 그저 어느 과거 한 시대를 통치한 '왕'이 아니라 현재 우리에게 살아있는 존재이다. '대왕'이라는 존칭까지 부여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우리는 그를 얼마나 알고 있을까? 한글창제, 태종의 셋째 아들, 과학, 음악, 농업에서 엄청난 업적을 남겼다고 역사 시간이 엄청 외웠지만 세종을 우리는 모르고 있다. 안다고 하지만 눈감고 코끼리 다리 만지는 지식에 머물고 있을 뿐이다.

여기 세종에 대한 조금 색다른 접근을 시도한 책이 있다. 박현모의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이다. 그는 세종은 누구인가. 무슨 업적을 남겼는가? 이런 다분히 사실 역사에 대한 세종을 평가하지 않고, 태종은 아버지로서, 황희, 허조, 박연, 정인지, 김종서, 신숙주는 신하로서, 수양대군은 아들로서, 정조는 조선 후대의 가장 위대한 왕으로서 세종을 어떻게 보았는지 말하고 있다.

위대한 성군도 '사람'이다. 그도 초창기에는 백성들에게 비난의 대상이었다.

"재위 5년 3월 강원도 고성에 사는 이각이라는 사람은 '이 임금이 왕위에 올라서 흉년이 들어 매우 살기가 어려운데, 만약 내가 왕이 된다면 매년 풍년이 들 것'이라는 엄청난 소리를 했고, 그 다음해는 3월에는 청주의 아전 박광과 곽절이 '양녕대군이 왕이 되었으면 백성들이 자애로운 은덕을 입었을 터인데, 지금 그렇지 못하고 있지 않느냐.'" (본문 15쪽 인용)

감히 세종대왕을 아전이라는 자들이 난언을 했다. 당시 백성들의 눈이 정확할 수 있다. 자신들의 배고픔과 개인적 취향에 따라 세종도 별 볼 일 없는 왕이요, 오히려 양녕대군이 왕이었다면 성군으로 존경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백성들이 그를 별 볼일 없는 왕으로 보았지만 아버지 태종을 달랐다.

"나는 내 측근인 강상인과 영부사 심온을 다른 '불나방들'의 견제용으로 희생시키는 과정에서 그의 태도를 유심히 관찰했다. 세종은 자신의 장인인 심온이 국가의 명령은 마땅히 한 곳에서 나와야 한다고 말한 혐의로 사사되고 왕비의 가문을 적몰할 것이지를 의논하는 자리에서도 침묵으로 일관했다. 이 와중에서도 그는 거의 매일 내가 거처하는 수강궁에 문안하고 경연에 나가거나 성균관에 거둥하는 등 일상적인 일을 수행했다." (본문 44쪽 인용)

이 부분을 읽으면서 섬뜩했다. 성군 세종이 아버지를 두려워했기 때문일까? 얼굴 하는 변하지 않고, 사랑하는 중전의 아비가 사사되고 멸문당하는데 중전이 통곡하는데도 그는 일상생활을 했다. 병권을 태종이 가지고 있었지만 그는 조선의 왕이다. 충분히 장인과 중전 가족을 살릴 수 있었다. 하지만 세종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잔인할 정도로 냉정했던 세종이 성군으로 위대한 반열에 설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일까? 황희는 말한다.

"인재는 세상 모든 나라의 가장 중요한 보배라고 보았던 상께서는 인재의 천거를 요구하셨을 뿐만 아니라, 인재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서 묻고 하셨다. 모름지기 한 시대가 부흥하는 것은 반드시 그 시대에 인물이 있기 때문이요, 한 시대가 쇠퇴하는 것은 반드시 세상을 구제할 만큼 유능한 보좌가 없기 때문이다. 당신의 말처럼, 세상의 모든 임금들은 인재를 들여서 쓰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인재를 구별해 쓰는 방법을 알지 못한다." (본문 78쪽 인용)

세종을 인재를 알아보았고, 구별하는 방법을 알았고, 적재적소에 배치할 줄 알았다. 세종이 위대하기도 했지만 그때 인재도 많았다. 황희, 허조, 김종서, 맹사성, 박연. 왕은 인재를 만났고, 인재는 왕을 만났던 것이다. 세종이 성군이 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다. 이 시대 우리나라에 이런 인재와 지도자가 함께 어울려 나라를 이끌어 갈 능력이 있는지 의구심이 들고 세종 시대가 부러운 이유이다.

세종은 치열했다. 대신들과 논쟁했고, 토론했다. 어떤 때는 자신의 생각을 거두었지만 확고한 신념으로 자신의 뜻을 관철시켰다. 다른 7명도 마찬가지였다. 자신의 시각을 통하여 세종을 보고자 했고, 세종의 뜻이 자기와 다를 때 어떤 때는 의문을 가졌고, 반박했고, 순응했다. 세종 시대가 진정 성군 시대가 될 수 있었던 이유를 조금은 알 수 있다.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한 책들이 자주 나왔으면 한다.

덧붙이는 글 |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박현모 ㅣ 푸른 역사


세종, 실록 밖으로 행차하다 - 조선의 정치가 9인이 본 세종

박현모 지음, 푸른역사(2007)


#세종#실록#푸른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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