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 목포에서 영산호 하구둑을 건너면 왼편으로 전남농업박물관(전라남도 영암군 삼호읍)이 자리하고 있다. 이 박물관 야외 전시장에 어린이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여름방학을 맞아 옛 농경생활사를 배우면서 자연생태까지 관찰할 수 있어 학생들의 여행지로 제격이기 때문이다.
박물관 자연학습장에는 호박, 수세미, 조롱박, 여주, 작두콩, 포도 등 다양한 식물이 덩굴터널을 이루고 있다. 열매도 주렁주렁 열려 색다른 멋을 더해주고 있다. 터널 양쪽으로는 보랏빛의 도라지꽃과 수국, 맨드라미, 백일홍, 수레국화, 부용, 사루비아, 루드베키아, 패랭이, 분꽃 등 각종 꽃들이 피어 있다.
덩굴터널 끝에는 지난 5월 옛 방식대로 모내기를 한 벼가 뜨거운 햇살 아래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볏논에는 소금쟁이, 물방개, 개구리, 미꾸라지, 실잠자리 등이 살고 있다. 식생 관찰장으로 손색이 없다.
볏논 맞은편에는 추억의 전통 향수작물인 목화, 수수, 기장, 콩, 해바라기, 봉숭아, 채송화, 접시꽃밭이 조성돼 있다. 물레방앗간 주변 연못에는 물양귀비를 비롯해 수련, 가시연, 어리연, 부들, 창포 등 친환경 수생식물 20여 종이 심어져 있다. 연못을 연결한 도랑에는 물고기가 살고 있다.
뿐만 아니다. 농경문화 체험관에서는 갓과 패랭이, 삿갓을 써볼 수 있다. 가마니와 돗자리를 짜보는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지게와 꼴망태도 져볼 수 있다. 저울질, 다듬이질, 인두질, 풍구질 외에도 매통, 절구, 맷돌, 풀매, 확질 등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다.
추억의 봉숭아 물 들이기 체험도 해볼 수 있다. 외래 화장품이 보급된 이후 잊혀 가는 우리의 고유 풍습을 재현하자는 취지로 마련된 이 체험은 무료로 진행된다. 봉숭아 물을 들이는데 필요한 모든 재료를 박물관에서 제공한다.
관람객들은 봉숭아 밭에서 갖가지 색깔의 꽃을 직접 따서 재료와 함께 절구에 넣고 찧어 손과 발톱에 물을 들이기만 하면 된다. 이를 위해 박물관은 지난봄부터 야외 전시장 곳곳에 봉숭아를 재배해 왔다.
이명헌 전남농업박물관 학예연구사는 "여름철 손톱에 들인 봉숭아 물이 첫눈이 올 때까지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이루어진다는 속설도 있다"며 "여름방학을 맞은 학생들과 도시민들이 우리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고 추억을 만드는 기회로 삼으면 좋을 것"이라고 했다.
전남농업박물관은 전라남도가 점차 사라져 가는 전통 농경문화의 유산을 보존해서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지난 1993년 세웠다. 우리 삶의 옛 모습을 보고 느끼고 즐길 수 있다.
전통 농경문화의 유산을 볼 수 있는 전시실이 있고 앞뜰과 뒤뜰은 정겨운 집들과 농사기구로 꾸며져 있다. 입구에는 돌장승 20기가 좌우에 늘어서 방문객을 반겨준다.
정문을 지나 박물관 뜰에 들어서면 목장승, 허수아비, 솟대, 돌탑, 원두막, 물레방아, 디딜방아, 뒤주, 장독, 절구, 맷돌 등이 곳곳에 배치돼 있다. 마치 30∼40년 전 고향집처럼 정겨운 느낌을 준다.
제1전시실은 선사·역사시대의 농경과 봄 농사와 여름농사를 주제로 한 갖가지 도구와 유물, 그림, 모형 등을 배치해 놓았다. 제2전시실은 가을 농사와 겨우살이 모습, 농산제조 도구 등이 전시돼 있다.
제3전시실에서는 영산강 유역 종합개발사업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다. 조상들의 손때 묻은 정겨운 민속자료들은 생활용품전시실에서 볼 수 있다.
덧붙이는 글 | ☞ 전남농업박물관 찾아가는 길
○ 서해안고속국도 목포나들목-전남도청 입구 사거리(영암·강진방면)-영산호하구둑-전남농업박물관(목포나들목에서 10분 거리)
○ 호남고속국도 서광주나들목-나주-영산포-영암읍-독천-대불대학교-전남농업박물관
· 문의 - 농업박물관 학예연구실(☎ 061-462-27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