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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의 <한국일보> 7월 26일자 기사, <'막가파 네티즌' 왜 이지경…>의 일부
문제의 <한국일보> 7월 26일자 기사, <'막가파 네티즌' 왜 이지경…>의 일부 ⓒ 한국일보 캡쳐

굳이 논할 가치가 없는 이야기이긴 합니다만, 누리꾼을 비난하는 목소리를 내세우는 언론도 일부 있습니다. 특히 <한국일보>, 일부 누리꾼들을 일컬어 ‘찌질이’라고까지 표현하는 7월 26일자 기사 <'막가파 네티즌' 왜 이지경…>이 아주 대표적입니다.

무엇이 본질인지 모르는 기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피랍자들이 어떻게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해 피랍됐는지, 모든 사람들이 알고 있습니다.

게다가 거기에는 누리꾼 개개인이 일상에서 접한 일부 개신교의 폭력적인 선교방식에 따른 일상의 피해를 본 누리꾼들이 많구요.

그리고 이게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 상황입니다. ‘사람 목숨’이 달린 일임에도 누리꾼들의 반응이 차가운 결정적인 이유 중 하나입니다. 한국의 개신교 선교문화, 어차피 갈 데까지 갔어요.

잣대가 잘못 적용됐죠. 이슬람 사회도, 역사의 영향인지 대단히 무서울 정도로 그 문화가 독선적인 사회입니다. 어린 아이들이 멋모르고 기독교의 찬송가를 부르거나 종교를 바꾼다 할지라도, 사형당할 수도 있는 사회라고 합니다.

그런 사회에 가서, 그 사회의 아이들에게 그런 행위를 유발하고 동영상까지 찍어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것, 그것도 아이들의 얼굴을 모두 드러낸 상태에서 공개했다는 것은 간접 살인일 수도 있습니다.

물론 기자의 말대로 장난삼아, 혹은 악의적인 목적으로 여기저기 배포한 누리꾼들도 있기야 하겠죠. 그런 누리꾼들은 엄정하게 비판해야 합니다만, 원죄는 동영상을 찍어 홈페이지에 올렸다는 자체에 있습니다. 잣대 제대로 적용해야죠.

무엇이 근본적인 원인인지 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그리고 ‘뻔한 착한 척’은 하지 않는 게 나아보입니다. “그들이 우리의 형, 누나일수도 있다”는 감상적인 접근은 사태 해결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차라리, 누리꾼들의 ‘개신교 비판’은, 우리 모두가 그런 식의 독선적인 선교방식에 찬성하지 않는다는 움직임을 보여주는 차원에서, 좀 더 유리한 포석으로 작용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유가족, 인정하고 솔직하라

"우리 정부도 노력하고 있지만, 이번 사태가 하루속히 평화적으로 해결되기 위해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 국민 여러분의 지지를 호소한다. 특히 미국이 정치적인 관계를 초월해 인도적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협조해주길 호소한다."

유가족의 성명은 원론적인 수준의 이야기에서 벗어나질 못했습니다. 물론 유가족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이야기가 제한돼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여기서 좀 더 솔직해질 필요가 있었습니다.

‘인도적인 차원’을 이야기했는데, 이건 부시 정권으로선 말도 안 되는 이야기입니다. 부시 정권의 ‘대 테러전쟁’의 명분은 이미 약해질 정도로 약해진 상황입니다.

‘인질 납치’라는 테러에 응하고 협상을 한다는 자체가 전쟁의 마지막 명분마저 무너질 수 있다는 뜻이죠.

부시 정권으로선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게 차라리 속편할 수도 있는 일이에요. 그런 상황에서 ‘인도적인 차원’은 전혀 통하지 않을 것입니다. 국제정치라는 ‘생물’에서 ‘인도적인 명분’이라는 빛 좋은 껍데기라는 건, 어지간한 분은 다 아는 이야기에요.

그렇기 때문에 유가족은 직설적인 성명을 발표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선교하러 가지 않을 테니,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호소했어야죠.

이번 사건의 근본적인 원인은 확실히 ‘파병’에 있습니다만, 개신교 집단의 독선적인 해외선교도 만만치 않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이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언론은 피랍자들의 아프간행의 명분으로 ‘봉사’를 거론하고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누리꾼들은 믿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본 요미우리신문의 보도에 따르면, 탈레반의 피랍자 살해 명분 중 하나는 피랍자들의 짐에서 ‘선교 팸플릿’을 발견했다는 이야기도 있는 상황입니다.

아프가니스탄이 어떤 나라인지는 새삼 장황하게 설명할 필요가 없습니다. 거기까지 가서 공격적인 선교를 했다는 자체에서 누리꾼의 시선이 차가워진 상황입니다. 어차피 칼자루는 탈레반이 쥐고 있는 상황이기도 하구요.

협상은 칼자루 쥔 이들을 달래는 일부터 시작됩니다. 그네들의 실질적인 목적은 ‘수감자 석방’이지만, 인질 살해에는 ‘종교’라는 키워드가 감정적으로 작용됐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거기다 대고 ‘봉사’를 강조하는 방식은, 시쳇말로 ‘염장 지르는 것’처럼 느껴지면서 피랍자들의 안전을 더 위협할 수도 있어요. 그러느니, 차라리 ‘선교’를 인정하고, “가지 않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하는 편이 낫습니다.

정부의 히든 카드는 ‘즉각 철군’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과 칼럼니스트 손석춘씨가 ‘미국’이라는 키워드를 꺼냈습니다. 시의적절한 지적입니다. 노회찬 의원의 거론은 원론적인 수준에 머물렀지만, 손석춘씨의 지적은 보다 구체적입니다. 우리는 부시 정권의 ‘대테러전쟁’의 명분이 약해졌다는 것을 물고 늘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손석춘씨의 주장은 “'즉각 철군' 카드로 부시를 압박하라”는 것입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미국으로서는 ‘강 건너 불구경’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는 입장이라 구체적으로 나설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거의 유일하게 아직까지 미국의 ‘대테러전쟁’에 적극적으로 찬성하고 있는 우리나라로서는 그걸 건드릴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노무현 대통령은 이제 임기말입니다. 역으로 생각하면, 뭘 해도 마음 편하게 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거죠. 앞으로의 보다 나은 대미관계를 위해서 한번 ‘질러보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입니다. 즉각 철군하겠노라고 선언하길 바랍니다.

특히 부시 정권의 지지율은 30%대에 불과합니다. 미국 대선도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선거를 섣부르게 예상할 수는 없지만, 현재로서는 부각되는 이들은 민주당 대선주자들이죠.

우리 정부는 이 상황을 최대한 유리하게 이용해야 합니다. 그 ‘유리한 이용’의 귀결은 손석춘씨의 주장대로 ‘즉각철군’일 듯합니다.

정부와 교회 측, 더 이상의 인명피해는 막아야

앞서 정리한대로, 정부와 교회 측은 제각각의 역할을 다 해야 합니다. 따로 놀아도 안되죠. 이인삼각으로 움직여야만 합니다.

나중에 혹독한 비판을 퍼붓는다 하더라도, 일단은 살려와야 합니다. 그래서 제기되는 누리꾼들의 주장이 “살려오는 대신, 구출비용을 받아내자”는 것일 듯합니다.

그 주장대로 구출비용을 받아내든 비판을 하든, 일단 살려놓고 봅시다. 어쨌든 가장 중요한건 사람 목숨입니다. 생명을 존중하는 것에 있어서는, 너 나 없는 일입니다. 마음껏 욕하고 비판해도 좋습니다. 다만, 살아 돌아온 다음에 합시다. 그게 우선입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탈레반#샘물교회#피랍#심성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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