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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라는
늙은 유녀(遊女)는
관능적 입술을 가졌다
난 이미 알고 있다
몇몇 친구는
그 유혹적 미소에 붙들려
시간의 머슴 노릇만 하다가
일찌감치 생을 작파해 버렸다는 사실을
집을 떠나올 적에
늙은 유녀를 아예
붉은 봉투에 넣어
꼭꼭 봉인한 채
다락에다 던져두고 왔다
그러므로 서두를 일
아무것도 없다
가는 빗줄기에
영혼의 티끌 씻으면서
꽃이 되고 싶으면
꽃만 쳐다보고
나무가 되고 싶으면
나무만 쳐다보고
연방 헛눈질하면서
구절사 가는 길
느릿느릿 걸어간다
멀리서
뻐꾸기가 운다
오늘은
네 노래조차
한갓 군더더기에 지나지 않을 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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