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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7월 하순에 베트남에서 사업을 하는 한국인 남성과 국제결혼을 하고 입국했던 짱(Trang·19)은 하루종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어제(19일), 자신의 체류 자격 문제로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를 찾았다가 낙담만 하고 돌아와야 했다.

짱은 미용기술을 배우며 부모님과 함께 생활하던 수줍은 많은 아가씨였다. 그런 그녀에게 베트남에 사업체가 있는 한국인 사장과의 결혼을 제의한 것은 같은 동네의 한 결혼중매업자였다. 짱은 남편 될 사람이 88년생인 자신과는 나이 차가 있을 것이라는 말에 선뜻 내키지 않았지만, 상대방을 직접 만난 이후 남자의 시원시원함에 결혼을 결심했다고 한다.

결혼을 결심하고 직접 만난 이아무개씨는 자신이 71년생이라고 밝혔는데 나이가 들어 보인다는 생각을 했지만, 짱은 결혼을 결심한 이상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보았다. 결국 일가친척을 모시고 결혼식을 올렸던 짱은, 배우자의 호적을 비롯한 여러 서류를 결혼중매업체에서 대행해 주어 손쉽게 한국에 들어올 수 있었다.

▲ 국제결혼 관련 서류 대행을 하는 업체 간판
ⓒ 고기복
입국 이후 경기도 이천에 소재한 한 아파트에서 살았던 짱이 남편이라고 알고 있던 이아무개에 대해 의문을 품기 시작한 것은 임신을 하면서부터다. 입국 전 진작 이아무개와 관계를 했던 짱은 임신 사실을 알고 기쁜 마음에 곧바로 이아무개에게 전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아무개는 기뻐하기는커녕 화를 내며 아이를 지울 것을 강요하기 시작했다.

짱은 마음에 큰 상처가 되었지만, 여러 번의 말다툼 끝에 이아무개의 뜻이 완고함을 확인하여 낙태를 결심하고, 주거하던 아파트 인근에 있는 산부인과를 찾아가 낙태 수술을 받기로 했다. 그런데 산부인과 수술을 받기 위한 서류를 작성하던 중, 짱은 베트남어 통역관으로부터 이상한 말을 전해 들었다. 남편의 이름이 자신이 알고 있던 이아무개가 아니라, 김아무개라는 것이었다.

영문을 모르던 짱의 처지로서는 수술이 끝난 후, 남편에게 확인해 볼 도리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짱은 자신이 결혼식을 올려 함께 살고 있는 사람과 호적상의 남편이 다르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되었다. 짱은 여러 가지로 잘못 꼬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지만, 그에 대한 이아무개의 반응은 대수롭지 않다는 듯했고 그냥 얼버무리며 넘어가려고만 했다.

"내가 지금 별거 중인데, 곧 이혼을 하고 너와 결혼을 하면 괜찮아. 걱정하지 마!"

그러나 별 문제없이 호적을 정리하겠다던 이아무개는 베트남뿐만 아니라, 한국, 말레이시아, 미국 등에 회사가 있어 집에 있는 날은 그리 많지 않았고, 호적을 정리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고 한다.

고향에 계신 부모님께 알리지도 못하고 고민하던 짱은 자신이 속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금년 3월 초에 용인이주노동자쉼터에 상담을 의뢰했다. 이에 대해 상담을 받았던 최홍진 실장은 짱에게 "당신이 위장결혼이 아니고, 혼인빙자간음 피해자라는 사실을 확인할 자신이 있으면 출입국에 가서 신고하고 조사를 받으라"고 권했다. 그러한 제안에 대해 거리낌이 없었던 짱은 그 제안에 흔쾌히 응했고, 관할 수원출입국관리사무소를 방문하였다.

그런데 마침 짱의 배우자로 호적에 올라 있는 김아무개에 대한 조사가 서울경찰청과 인천공항출입국에 의해 진행되고 있었고, 경찰청 조사 결과 이아무개는 혼인빙자간음죄로, 김아무개는 출입국법과 공·사문서 위조로 구속되었다.

사건 조사가 끝난 지난 6월 28일에 짱은 혼인빙자간음죄로 구속돼 있던 이아무개로부터 고소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를 요구받았다. 짱은 이아무개가 자신을 속이고 첩살이를 시킨 것이 밉긴 했지만 그래도 인연을 맺었던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합의에 응했다고 한다.

결국 짱은 브로커 농간으로 진짜 이름도 몰랐던 남자의 첩살이를 하고 이혼을 한 이혼녀가 된 셈이다. 그렇게 사건이 종료되고, 자신의 체류 자격에 대해 문의하러 갔던 짱은 자신의 체류 자격 변경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출입국 담당자에 의하면 "국민의 배우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국제결혼 피해자로 국적을 취득하겠다는 것도 아닌 이상, 취업 활동을 할 수 있는 체류자격을 얻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 그래도 주민등록등본과 신원 보증서를 갖고 다시 방문하면 체류자격 변경에 대해 심사해 보겠다"고 한다.

체류자격 변경과 취업 활동에 대한 과정이 쉽지 않다는 걸 확인한 짱은 "이 모양 이 꼴로 베트남에 돌아가면 평생 동네 사람들로부터 한국에 팔려가 첩살이를 하고 왔다는 손가락질을 받을 거예요"라며 울먹였다.

#국제결혼#베트남이주여성#위장결혼#출입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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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과 편견 없는 세상, 상식과 논리적인 대화가 가능한 세상, 함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꿈꿉니다. (사) '모두를 위한 이주인권문화센터'(부설 용인이주노동자쉼터) 이사장, 이주인권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 『내 생애 단 한 번, 가슴 뛰는 삶을 살아도 좋다』, 공저 『다르지만 평등한 이주민 인권 길라잡이, 다문화인권교육 기본교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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