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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철 단백질 보충에 좋은 콩국수
여름철 단백질 보충에 좋은 콩국수 ⓒ 임수근의 요리정보
우리 조상들은 수박화채에다 소금을 뿌려 먹었으며, 복숭아에 소금을 쳐서 끓여 받친 즙으로 지은 밥인 반도반(蟠桃飯)을 먹었다. 지나친 체열의 손실과 땀의 과잉 분비로 인한 체액 손실 및 나트륨 손실 그리고 이에 따른 전해질의 혼란에 절대적으로 필요한 소금을 보충하려는 조상들의 슬기로움이다.

또 여름엔 땀으로 체내의 질소가 다량 배설되므로 단백질 보충이 필요한데 콩국수는 이에 적당한 음식일 것이다. 한편 여름철은 청량음료의 남용으로 식욕이 부진하고, 소화 장애가 심해지기도 하는데 이때는 식초가 많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식초는 산성화 체질을 예방해주며, 여름철 음식 변질에 따른 식중독도 미연에 막아주고, 물갈이로 인한 배탈 설사도 예방해 주거나 손쉽게 치료해 주는 역할까지 해준다고 알려져 있다.

특히, 여름이 찾아오면 우리 겨레는 시원한 것보다는 '이열치열(以熱治熱)'을 더 많이 활용했다. 복날이면 뜨거운 삼계탕 등으로 몸보신을 했고, 양반들까지 팔을 걷어붙이고 김매기를 돕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에 이열치열로 땀에 범벅이 되어가며, 뜨거운 음식을 먹고, 일을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이열치열 음식의 대표, 삼계탕
이열치열 음식의 대표, 삼계탕 ⓒ 임수근의 요리정보
여름철이면 사람 몸은 외부의 높은 기온 때문에 체온이 올라가는 것을 막기 위해 피부 근처에 다른 계절보다 20∼30% 많은 양의 피가 모이게 된다고 한다. 이에 따라 체내의 위장을 비롯하여 여러 장기는 피가 부족하게 되고 몸 안의 온도가 떨어지는데, 이렇게 되면 식욕이 떨어지면서 만성피로 등 여름 타는 증세가 나타나기 쉽다.

이때 덥다고 차가운 음식만 먹게 되면 배나 장기가 더욱 차가워져 건강이 나빠진다. 그래서 따뜻한 음식을 먹어 장기를 보호해 주는 슬기로움이 이열치열이다. 냉면을 먹을 때에도 따뜻한 성질을 가진 겨자 등을 넣어 먹으며, 여름철 찬물을 한꺼번에 너무 많이 먹으면 배탈이 난다고 삼갔다.

또 이와는 반대로 찬 성질의 자연재료를 이용하여 여름나기도 한다. 더운 여름밤은 열대야로 잠을 설치고, 이부자리가 땀으로 축축해지기 일쑤다. 이럴 때 가장 좋은 것이 대나무로 만든 대자리, 죽부인 따위다. 예부터 '대'는 '서늘한 기운을 전해준다'고 해 여름에 가장 많이 쓰이는 친숙한 존재였다. 70년대 여인네들이 대자리 위에 누워 죽부인을 끌어안고 잠을 청하는 것이 유행하자 죽부인 대신 '죽남인'이라는 별명을 얻기도 했다.

여름나기에 쓰는 등거리(위)와 죽부인(아래)
여름나기에 쓰는 등거리(위)와 죽부인(아래) ⓒ 김영조
옷에서의 여름나기는 어떠했을까? 여름철 옷의 소재로 가장 많이 쓰는 것은 대마(삼베), 아마(린넨), 저마(모시) 따위다.

마는 바람이 잘 통하고, 물을 잘 빨아들이며, 항균 성분을 가지고 있다. 또 마는 구김이 잘 가고 약간 거칠기는 하지만 시원하고 실용적이며, 침대 매트, 이불, 테이블보 등으로 다양하게 쓰인다. 모시는 입었을 때 단정하고 우아한 멋이 묻어나 한복감으로 많이 사용된다. 또 땀이 차지 않도록 적삼 안에 등나무로 엮은 조끼인 등거리를 입기도 했다.

더울 때는 그대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

한방에서는 더위 먹는 것을 '서병(暑病)'이라고 한다. <동의보감>에서 말하는 서병의 증상은 답답증이 나며, 숨이 차고 목 쉰 소리를 한다. 그러다 답답증이 멎으면 말이 많아지고, 몸에 열이 나며, 가슴속이 몹시 답답하면서 갈증이 심해진다. 또 머리가 아프고, 땀이 많이 나며, 나른하고, 기운이 없는 것은 물론 간혹 하혈ㆍ황달ㆍ반진 증세가 있기도 한다.

<동의보감>은 더위에 상하지 않는 법을 가르쳐 주고 있다. 먼저 신장의 기운을 보해주고, 찬 음식 특히 얼음물과 찬 과일을 지나치게 먹지 말라고 권한다. 정신을 너무 쓰지 말 것도 주문한다. 지나친 성생활과 음주도 금한다.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좋은 생맥산차의 재료들(왼쪽부터 맥문동, 인삼, 오미자)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에게 좋은 생맥산차의 재료들(왼쪽부터 맥문동, 인삼, 오미자) ⓒ 김영조
참고로 더위를 이기는 한방차들을 보면 더위를 많이 타는 사람은 생맥산차, 땀이 많은 사람은 황기차, 원기회복에는 대추차가 좋다. 또 식욕이 떨어진 사람은 진피차가 좋은데 진피(陳皮)는 말린 귤껍질이어서 농약을 치지 않은 것이어야 한다.

9세기 동산양개 선사는 제자가 "스님 몹시 더울 때는 어떻게 해야 더위를 피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더울 때는 그대 자신이 더위가 되어라"라고 말했다.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줄 아는 마음자세를 강조한 것이다.

또 법정스님은 "더위가 귀찮고 짜증스럽긴 하지만 그 더위 덕분에 곡식이 자라 우리가 소중한 양식을 얻을 수 있다. 또 여름이 있어 가을이 있고 겨울이 있다. 지금 이 찌는 듯한 더위도 대자연의 순환 속에 자연스레 사라질 것이다"라고 말한다. 더위가 극성이지만 다 우리가 살아갈 자연의 이치이며 한 때임을 강조하고 있다.

삼복기간에는 더위와 싸우며, 몸 건강에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특히 우리 겨레가 이열치열을 즐겼듯이 차가움만으로 해결하지 말고 더위를 피하는 것이 아니라 극복하는 슬기로움을 지니고 살았으면 좋겠다. 몸에도 안 좋고, 환경을 파괴하는 에어컨 바람보다는 주변에 부채를 선물하는 마음씨를 가지면 어떨까?

우리 민족문화에 담겨있는 슬기로움을 찾아내어 현명한 여름나기를 해보자. 복날을 잘 견디면 곧 더위를 처분하는 처서가 오게 되고, 드디어 높은 가을하늘을 만나게 된다. 김달진 씨의 "여름방"에 나도 앉아 있음이라!

긴 여름날
창문을 활짝 열어젖히고 앉아
바람을 방에 안아들고
녹음을 불러들이고
머리 위에 한조각 구름 떠 있는
저 불암산마저 받아들인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복날#이열치열#죽부인#여름나기#삼복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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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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