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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합원들이 빽빽히 들어찼던 10일과는 달리 주말인 14일, 병원 분위기 만큼이나 썰렁한 계단. 현수막만 걸려져 있다.
조합원들이 빽빽히 들어찼던 10일과는 달리 주말인 14일, 병원 분위기 만큼이나 썰렁한 계단. 현수막만 걸려져 있다. ⓒ 이병기
연세의료원 노조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다인병실 확대, 간호 1등급 상향 문제 등을 둘러싼 사측과의 대립으로, 지난 10일 신촌과 용인·영동세브란스와 광주정신건강병원 등 네 곳에서 일제히 총파업에 들어갔다.

파업 5일째인 14일, 신촌 세브란스 병원은 한산한 모습이다. 지난 4일 동안의 어수선한 분위기와는 달리 주말을 맞아 노사 모두 소강 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날 아침 노조가 교섭을 제안했으나 병원 측 거절로 무산됐다.

교섭 결렬로 파업의 장기화 조짐이 보임에 따라 노사의 입장 차이를 들어 보려 했으나, 병원 실무진 측은 외부로 나가있거나 전화기가 꺼진 상태였다. 노조 측은 허원봉 연세의료원 노조 수석부위원장을 만나 파업과 관련한 입장을 들을 수 있었다.

병원측, 근로 조건 개선 약속 번번히 어겨

허 부위원장은 "3월 19일 최초 교섭 안을 사측에 제시했다. 이후로 11차례에 걸쳐 실무교섭을 했으나 큰 폭의 의견 차이로 파업에 돌입했다"고 말했다.

"새 병원을 짓고 나면 근로조건을 개선해주겠다고 합의했다. 그러나 05년에 건물이 완공됐지만 아직도 이행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암센터를 짓는다고 한다. 또 지난 2년간 JCI(국제의료기관평가위원회)의 국제인증 평가를 위해 직원들이 혹사했다. 연세의료원은 JCI의 인증을 받아 세계적인 의원으로 거듭났지만 직원들에게는 외부평가와 병원 건축을 이유로 처우 개선을 미뤘다"고 허 부위원장은 말했다.

이어 "120년 세브란스 병원 역사 중 06년 진료수입이 가장 높았다. 그러나 결과는 0.9% 인상이었다. 파업 찬반투표 중 찬성 85.3%는 그만큼 직원들이 화가 난 증거라고 볼 수 있다"며 파업의 배경을 설명했다.

더불어 유니언숍 문제와 간호등급, 비정규직 문제, 인사평가 역시 중요한 요소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임금 문제, 파업의 중점 아니다

허원봉 연세의료원 노조 수석부위원장
허원봉 연세의료원 노조 수석부위원장 ⓒ 이병기
노조는 임금 4%인상과 상여금 50%, 장기근속수당을 조정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허 위원장은 "임금의 경우 상식적이다. 다른 기관에 비해 거액이 아니며 타결 전례도 있다"며 "임금인상 보다는 다른 사안들에 대해 중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연세의료원 홍보실 이성만씨는 13일 한국NGO와의 인터뷰에서 "노조 주장과 달리 2005년 11.67%, 2006년 7.94%에 달하는 충분한 임금 인상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병원이 1.5%안을 제시한 이유는 임금 인상 외에 정규직 처우 개선 등을 합산하면 4% 인상을 넘어서는 수준이고, 노조의 요구를 모두 반영할 경우 임금 인상은 8.24%에 달해 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유니언숍은, 채용된 근로자는 반드시 노동조합에 가입해야 하고 조합으로부터 제명당하거나 탈퇴한 자는 회사가 해고하게 하는 제도를 말한다. 유니언숍과 관련, 허 위원장은 "실제는 그렇지 않다"며 "우리나라에서는 탈퇴를 해도 해고가 전제가 아니다. 한양대병원을 비롯한 여러 곳에서 유니언숍을 하고 있지만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사측은 명백한 "인사경영권 침해"라며 대립하고 있다.

허 부위원장은 비정규직 문제와 관련 "900명 가까운 비정규직이 존재한다. 법적으로 (비정규직) 계약기간이 2년으로 돼 있기 때문에 고용안정이 안 된다"며 "병원의 경우 특히 숙련된 의료 인력이 필요한데 손에 익을 만하면 해고되어 의료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또 "정규직 직원 역시 새로운 인력을 가르쳐야 하기 때문에 힘들다"고 했다. 노조는 1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요구하고 있다.

간호 등급 올라갈수록 환자 수 적어져

간호 1등급 상향과 관련 "등급이 올라갈수록 간호사 1인당 돌보는 환자의 수는 적어진다. 따라서 환자들은 품질이 높은 간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며 간호 1등급 상향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허 위원장은 주장했다. 병원 측 반대 입장에 대해서도 "1등급이 되면 인건비가 늘어나기 때문에 병원 측에서 꺼려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인병실 증가 문제 역시 "사회 공공성을 위해 노조가 반드시 요구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신촌 세브란스 병원의 경우 1인실이 36만원으로 진료비 부담이 심하다. 따라서 서민들을 위해서는 새 병원 건설 시 다인병실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사측은 "법적으로 정한 다인병실의 수만을 지키고 있다"고 말했다.

허 위원장은 마지막으로 "환자들이 불편 겪는 것을 알고 있다"며 그러나 "노조가 왜 파업을 하는지, 배경이 무엇 때문인지에 대해 사람들이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언론에 "환자들의 불편한 모습을 자주 비춰주고, 임금만을 위해 투쟁하는 것 같이 보여서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재 노조는 교섭 날짜와 시간을 모두 사측에 일임한 상태이다.

덧붙이는 글 | 이병기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인턴입니다.


#허원봉#연세의료원#세브란스#병원#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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