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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1일 저녁 아버지와 맥주 한잔을 하며, '2007 대선'을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다.
ⓒ 손기영
보통 가족들과 TV뉴스를 함께 볼 때면 상이한 시각차를 확인하곤 한다. 특히 정치 분야는 더욱 그렇다. “요즘 애들은 국가의 중요성을 몰라”, “어른들은 너무 70년대를 그리워해” 등. 이렇게 나타나는 소통부재는 가정이란 울타리를 넘어 세대 간 대화의 장벽을 만들고 있다.

17대 대통령 선거가 다가오는 있는 지금 우리 사회는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 간 대화의 장이 마련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정치적 담론’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지 못하고 있다. 젊은 세대는 캠퍼스란 공간 안에서 고립된 채 자신들의 또래친구들과 정치담론을 공유하고 있으며, 기성세대는 직장에서 그들만의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이러한 단절의 벽을 깨는 방법은 단 하나. 정치적 담론을 가정이란 공간으로 다시 되돌리는 것이다. 저녁식사 후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자신만의 세계에 몰입하려고 할 시간, 나는 용기 있는 도전 하나를 생각해 보았다. 바로 2007 대선을 주제로 한 가족토론이었다. 이날의 주인공이자 토론패널은 아버지와 평범한 대학생인 나.

그동안 형성된 정치담론이 캠퍼스 강의실, 정치 관련 서적 그리고 친구들과 함께한 술자리를 통해 이루어진 터라 아버지와의 토론은 조금 어색했으나, 맥주 한 잔의 여유로움과 솔직담백한 이야기는 분위기를 무르익게 했다.

나: 평소 교수님이나 학과 친구들하고만 주로 정치이야기를 해왔던 것 같아요. 가끔 아버지와 TV에서 정치뉴스를 같이 보긴 했지만, 혹시 아버지하고 생각이 다르면 어떡하나 조심스러웠거든요. 그래서 오늘같은 자리를 마련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 그동안 나를 비롯해 젊은사람들과 정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부족했다는 아버지.
ⓒ 손기영
아버지: 나도 요즘 젊은 사람들의 생각이 조금은 앞서간다고 생각되어서 정치이야기를 꺼내기 망설여진 적이 있었거든. 기영이가 아버지하고 맥주 한 잔 하면서 그동안 많이 나눠보지 못한 정치이야기를 하자고 하니 기분이 좋네. (웃음)

나: 네. 그럼 오늘 이 자리의 주제가 2007 대선이니 대통령 이야기부터 먼저 할게요. 아버지가 가끔 뉴스를 보실 때 “이명박씨가 대통령 감이다”란 말을 많이 하시잖아요. 그런데 저는 이명박씨가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봐요. 한나라의 지도자고 정책결정자면 국민들 앞에서 떳떳하고 투명해야 하거든요. 그런데 이명박 씨는 옥천 땅 투기의혹이나 BBK 문제, 은평뉴타운 개발을 둘러싼 친인척 비리 등 여러 정치스캔들에 시달리면서 그에 대한 신뢰감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아버지: 그런 점은 나도 문제가 되는 걸로 생각하는데, 이에 앞서 시대적으로 더욱 요구되는 것이 무언인지 생각해봐. 너도 당장 내년이면 취업전선으로 나가야하는데 일자리가 없으면 얼마나 가슴 아프겠니. 그동안 심리적으로 와 닿는 경기가 안 좋아서 사람들이 ‘경제 대통령’, ‘일하는 대통령’을 주장하는 이명박씨에게 면죄부를 주는 것 같아.

나: 저도 그런 사회적 분위기에 공감은 하는데요. 경제를 풀어가는 방식을 어떻게 하는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봐요. 한나라당의 이명박씨 그리고 박근혜씨 같은 경우는 성장을 통한 경제 발전을 강조하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소득의 양극화가 사회적으로 확신되어 있어서 이러한 경제정책으로 전체적인 경제적 부는 커질지 모르지만, 제대로 나눠지지 않아 여러 문제들이 생길지도 모르거든요.

아버지: 음… 그런 면도 있었구나. 하지만 지난 10년, 진보진영이 집권하면서 우리사회의 경기가 많이 좋지 않았던 건 사실이잖아. 네 말처럼 지금 양극화도 많이 진행되었고 취직하기도 많이 힘들어졌고 주변에 밥벌이하기 힘들다는 사람들도 많고….

나: 네, 맞아요. 국민의정부, 참여정부 기간 동안 경제가 많이 안 좋았어요. 김대중 정부 때 IMF를 극복했지만, 노무현 정부 들어 양극화가 많이 심화되고 비정규직도 많아졌죠. 그런데 사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났을까 고민해보니 70년대 박정희 정부시절부터 무리하게 추진한 관치·해외차관 중심의 경제구조가 누적되면서 한국경제의 체질을 약화시켰다고 봐요. 하지만 아버지 말씀처럼 진보진영에 대한 반성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간 정치개혁 법안을 둘러싼 야당과 이념논쟁에 집착해왔다는 비난은 피할 수 없거든요.
▲ 가끔 아버지와 정치뉴스를 같이 보긴 했지만, 혹시 아버지하고 생각이 다르면 어떻하나 조심스러웠던 나.
ⓒ 손기영


아버지: 그러면 나도 너한테 물어볼게 있는데, 한나라당을 탈당한 손학규씨가 대세론의 물결을 타고 범여권 세규합의 중심이 되고 있는데, 기영이 생각은 어떠니?

나: 손학규 전 경기지사는 도덕적으로도 큰 흠이 없고 개혁적이라는 이미지도 갖추고 있어 인물자체에는 문제가 없다고 봐요. 하지만 손 전지사가 한나라당을 떠나 범여권의 후보로 나선다는 점은 사리에 맞지 않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그의 탈당명분이 명확하지 않고 15년 간 한나라당에서 몸담으며 요직을 거친 사람이 하루아침에 진보진영을 대표하는 대선후보를 나선다는 건 잘 납득되지 않습니다. 최소한 손 전지사가 대통령 후보로 적합하려면 범여권과 거리를 제3지대에서 독자노선을 선택했던 것이 바람직하죠.

아버지: 그런데 선거는 세력과 전략의 싸움인데, 네가 범여권을 지지한다고 하면 가장 지지율이 높고 한나라당 후보와 경쟁해 살아남을 수 있는 손학규씨를 선택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을까?

나: 저도 그래서 솔직히 고민이 많이 되요. 현재 범여권에서 물망에 오르는 후보들 중에 손학규만큼의 지지율을 얻는 후보가 사실 없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진보진영이 과연 선거에서 진보적 가치를 희석시키지 않고 승리하는 방법은 무엇인지 그리고 그동안 진보진영의 정책적 실수는 무엇이었는지 고민해볼 때가 아닌가 싶어요. ‘한나라당에 반대한다고 모두 진보는 아니다’란 말처럼, 진보를 떠난 유권자들을 다시 모을 수 있는 진솔한 힘은 진보가 진보다울 수 있다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희망이라고 생각합니다.

아버지:그래. 그간 서로 지지하는 후보, 정치적 성향을 달리했지만 오늘 같이 오랜 시간 이야기를 나눠보니 아버지도 기영이 말에 여러 부분 공감할 수 있어 좋았다. 그리고 너와 같은 대학생들의 생각 역시 앞으로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 마음이 놓일 것 같구나. (웃음)

그동안 정치적 담론을 함께 공유하지 못해 단절된 벽을 깨기 위해 도전한 아버지와의 정치토크. 편안한 분위기와 함께 서로 생각을 함께 나눠보는 좋은 자리가 되었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9시뉴스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예전 같으면 두 사람 중 한 명은 자신의 방에 가서 무언가에 몰입할 시간. 오늘은 남은 맥주 캔을 비우며, 오랜만에 아버지와 정치뉴스 시청할 예정이다. 그리고 2007년 대선판세를 나만의 시각에서가 아니라 공감대를 느끼며 전망해 보고 싶다.

덧붙이는 글 | 손기영 기자는 <오마이뉴스> 6기 대학생 인턴기자입니다.


#정치#2007 대선#가정#캠퍼스#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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