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산직전으로 내몰린 오징어채낚기 어민에 대한 정부의 대책이 미온적이라고 주장하는 전국근해채낚기연합회(회장 임학진) 소속의 어민 700여명과 상복을 입은 일부 수협노조원들이 9일 오후 2시에 포항해양수산청 입구에서 "국내 오징어산업은 죽었다"면서 해양수산부를 규탄하는 플래카드와 피켓을 들고 대규모 집회를 열었다.
이들은 먼저 오징어채낚기 선박 147척을 해수청 앞에 정박시키고 임학진 회장을 비롯한 임원들이 이용우 포항청장을 찾아가 채낚기선박과 서류들을 반납하는 절차를 밟은 뒤 "강무현장관은 차관으로 있을 때 동경 128˚를 풀려고 했던 인물이다. 그는 장관직을 걸고 FTA를 시행하겠다고 공언했지만 우리는 목숨을 걸고 맞서겠다"고 성토했다.
이어 해수청 입구에 마련된 연단에 오른 임학진 회장은 "평생을 지켜온 동해바다를 정부의 수산행정 부재로 이젠 통째로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며 "무능한 정부를 강력히 규탄하고자 이 자리에 모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임 회장은 그 이유로 △정부는 대형트롤어선의 동경 128˚이동조업금지에도 불구하고 20여년간 방치해 트롤어선들의 배만 채워왔고 우리는 일터를 잃었다 △동해구트롤의 선미식 개조가 불법이라는 2006년 4월의 대법원 판결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행정적 조치를 하지 않고 있으며 △중국 쌍끌이 어선들이 북한의 오징어 회유 길목을 차단해 조업하는데도 정부는 대책 없는 정책을 하고 있다. △근해채낚기는 오징어 TAC제도를 도입하려고 하면서 원양산 오징어는 TAC를 적용하지 않는 이중 잣대를 가지고 있어 과잉물량이 반입돼 가격이 폭락하고 있는데도 정부는 팔짱만 끼고 있다는 것이다.
또 임 회장은 "한국수산회가 운영하는 '오징어TAC추진협의회회칙' 제12조는 TAC물량 의결방법으로 총회 회원 2/3이상 출석에 출석회원 전체의 찬성으로 의결하기로 돼 있음에도 부산트롤만 좋다고 찬성했을 뿐 아무도 찬성하지 않았다"고 말하고 "해수부가 근해채낚기어선이 잡는 것과 원양산 물량과의 비중을 고려하지 않아 발생된 해수부의 정책문제를 왜 어민들에게 덮어씌우느냐"며 강력히 항의했다.
일부어민들은 오징어시체(?)를 넣은 관 앞에서 "어민 우롱하는 해수부는 해체하라"고 외치다가 포항해수청사 앞에 바리케이드를 친 전경들에게 오징어를 던지며 청사 진입을 시도하기도 했다.
어민 700여명은 다시 해수청에서 포항죽도시장까지 2km 구간을 돌아오는 시가지 행진을 했다. 이들은 별다른 불상사 없이 오후 4시 30분경에 다시 해수청사 앞에 돌아와서는 해수부 이름이 새겨진 현수막을 모아놓고 "동해안 어민들에게 필요 없는 해수부는 해체하라"고 외치며 불을 질러 화형식을 한 뒤 자진해산했다.
특히 이날 시위는 "오징어가격 하락으로 그들이 도산하면 수협도 대출해준 대출금을 못 받아 위태해진다"며 동참한 전국수산업협동조합노동조합(위원장 김이곤) 일부 노조원들로 인해 예상보다 적극적인 시위로 변했다.
더구나 18일에는 통일전망대에서 금강산으로 가는 육로를 차단한다는 구체적 일정도 짜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갈수록 어민들의 요구는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특히 FTA관련 타업종 어민들도 가세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정부는 어디까지 이들을 설득할 수 있을지 수산업계의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한편 지난 6일, 해수부 관계자들은 전국채낚기 사태와 관련 포항에 있는 전국연합회를 찾았으나 "어민들의 요구가 너무 커서 입장을 들어 줄 내용이 아닌 것 같다"며 듣기만 한 것으로 알려져 힘 있는 수산세력과 트롤어선 편만 든다는 채낚기어민들의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