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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정리마을의 아침
온정리마을의 아침 ⓒ 조도춘
금강산을 마주보고 있는 온정리 마을의 아침이 왔다. 새벽 5시 30분이다. 어제저녁 온정리 봉사소(포장마차)에서 먹은 술기운이 아직 남아 있는지 몸이 조금 무겁다.

금강산에 오르기도 전에 모처럼 먹는 북측 술에 호기심이 발동했다. 이 술 저 술에 욕심을 부린 게 몸을 개운치 않게 한다. 들쭉술, 대동강맥주, 금강산 찹쌀막걸리 등 술 이름도 재미있다. 마을에는 안개가 자욱하다.

숙소에서 멀리 떨어져 보이는 북측마을의 아침. 언제부터인지 마음 한구석에 쌓여 있던 호기심 하나. 작은 편견이 사라지는 순간이다. 남측 마을의 아침과 다르지 않다. 벌써 해는 마을 뒷산에서 꽤 높이 솟았다. 일출의 모습도 조금도 더하거나 덜하지 않다. 내가 사는 동네의 일출과 똑같다. 평온한 온정리 마을의 아침을 보면서 괜스레 비교하는 속 좁은 내 마음에 웃음이 난다.

다른 것이 있다면 생활방식이 조금 다를 것이다. 북측주민들은 새벽 6시면 일어나 아침식사와 출근 준비를 하여 오전 7시면 출근을 한다고 한다. 단체 생활을 하는 그들에게는 늦잠이란 사치로만 여겨질 것이다.

오늘(6월 27일)은 금강산 구룡연 코스산행을 하는 날이다. 왕복 8.6킬로미터 4시간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서둘러 식사를 마치고 온정각 광장에서 출발을 서둘러야 했다. 산행에 맞게 제작된 33인승 버스에 인원점검을 마쳤다. 코스로 이동을 할 때는 앞차와 뒤차에는 북측의 에스코트차량이 항상 따라붙는다.

소나무"미인송, 금강송, 적송, 홍송이라한다."
소나무"미인송, 금강송, 적송, 홍송이라한다." ⓒ 조도춘
시멘트로 포장된 구불구불한 산행 길을 따라 올라갔다. 울창한 소나무 숲이 차 창가로 스쳐간다. 한 아름으로 보듬기는 너무 크다. 쭉쭉 곧게 자란 소나무의 키는 엄청 높게 자랐다. 껍질이 얇고 나뭇결이 곱고 부드러워 미인송 또는 금강송이라 부른다고 한다. 껍질이 붉어서 홍송(紅松)이라 하기도 하고 적송(赤松)이라고 한다.

배밭에 세워진"표식비"
배밭에 세워진"표식비" ⓒ 조도춘
도로에나 산길을 가다 보면 돌에 붉은 글씨가 쓰인 돌탑을 자주 보게 된다. 이곳은 김일성이 다녀갔다는 '표식비'로 신성한 곳이란다. 비나 눈이 오면 깨끗하게 닦아 조상묘비보다 더 신성시하는 기념비란다. 역시나 돌탑 주변은 깨끗하다. 그리고 그 돌탑을 지키는 북측사람들이 보인다.

구룡연 오르는 골짜기 입구 "목란관"
구룡연 오르는 골짜기 입구 "목란관" ⓒ 조도춘
쭉쭉 뻗은 미인 송 길을 10여 분 달리던 버스는 주차장에 도착했다. 계곡을 조금 오르자 북측이 자랑하는 목란관 보인다. 매스컴을 통하여 가끔 보았던 건물이라 쉽게 눈에 들어온다. 냉면, 비빔밥 등 북측 요리를 맛볼 수가 있어 좋다. 더욱이 구룡연을 오르는 골짜기의 수려함을 즐기면서 음식을 먹을 수 있어 더욱 좋다.

상수리나무, 소나무가 만들어 준 녹음을 따라 조금 오르자 깎아지를 듯 높은 바위산들은 장관을 이룬다. 흙도 없는 암벽 사이 조그마한 틈을 의지한 채 곧게 자라난 소나무들이 듬성듬성 보인다. 화원에서나 볼 수 소나무 분재를 자연 그대로 볼 수 있다. 우리 조상들은 '우리 민족의 기상'으로 비유하기도 하였다.

옥류동을 가려면 반듯이 금강문을 통과하여야 한단다. 큰 바위가 기역 자 모양으로 한 사람 정도 들어갈 돌 틈이 보인다. 북측여성 안내원은 예전에 옥류동은 갈 수가 없었는데 신기하게 금강문이 잠시 열려 들어 갈 수가 있었다고 재미있는 설명을 하여준다. 1분 정도의 금강문을 열어 주겠다고 한다. 그 시간에 통과하지 않으면 돌문이 닫혀 통과하지 못하면 옥류동으로 가지 못한다고 한다.

옥류동
옥류동 ⓒ 조도춘
금강문 통과하여 조금 더 걸어가자 천연기념물 제418호로 지정된 옥류동이 나온다.

"수정같은 맑은 물이 누운 폭포를 이루며 구술처럼 흘러내린다고 하여 옥류동이라고 한다"라고 돌탑에 붉은 글씨로 쓰여 있다. 높은 산이 만들어 준 계곡 따라 흐르는 물은 초록빛이다. 물은 푸르다 못해 옥색 보석 같다.

"계곡물이 왜 이렇게 초록빛을 띠고 있는지 아십니까?"
"그 이유는 높은 계곡에서 물이 떨어져 멍이 들어서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또 하나는 깊은 계곡을 따라 흘러 내려오면서 바위에 부딪혀서 멍이 들어서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그리고 물속에 게르마늄 성분이 많아 초록빛을 띠고 있습니다."


북측 여성 안내원이 재미있게 이야기한다.

옥류동을 조금 더 오르자 천연기념물 417호로 지정된 '련주담'이다. "구슬처럼 아름다운 초록색의 두 개 담소가 비단실로 꿰여놓은 듯 련이여 있다고 하여 련주담이라고 한다."

장맛비가 그친 날씨는 무척이나 덥다. 초록빛 투명한 '련주담'으로 풍덩 빠져들고 싶다. 산길은 깨끗하다. 휴지종이 한 장 찾아볼 수 없다. 피서철이면 계곡마다 넘쳐나는 남측계곡이 생각난다. 북측의 철저히 감시 덕분인 것 같다. 덮다고 하여 계곡 아래로는 내려갈 수 없다.

유명한 장소에는 어김없이 북측 안내원들이 산행객들을 맞이하여 준다. 그들은 좌판에서 북측에서 만든 과자, 음료수, 빵과 그들의 토산품을 팔고 있다. '크림겹과자', '과일향겹과자', '은하수 귤사탕', '크림속단설기 빵', 그리고 '천불동 고사리' 등 이름도 재미있다.

산행객들은 그들의 상품을 호기심에 하나씩 사는 사람도 있다. 그들의 판매한 수익금은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지만 북측에서 자본사회의 시장경제의 한 모습이 보인다. 그리고 자연을 훼손하는 행위 등을 감시하여 위반하는 사람에게는 '위반금'과 '반성문'을 쓰게 한다.

길안내를 하던 다람쥐
길안내를 하던 다람쥐 ⓒ 조도춘
련주담을 뒤로하고 비봉폭포 쪽으로 가자 다람쥐가 길을 안내한다. 숲 속 길을 따라 앞으로 달려가더니 이제는 발길 앞에서 천천히 길을 안내하듯 달려간다. 멈추어 서서 먹을 것을 주자 다람쥐도 잠시 멈추어 먹이를 아무 거리낌 없이 다가와서는 맛이게 먹는다. 이곳을 찾는 사람들이 주는 먹이 길들어져 야성을 잊을 모양이다.

비봉폭포
비봉폭포 ⓒ 조도춘
다람쥐의 안내를 받은 지도 잠시 비봉폭포에 다다랐다. 금강산의 4대 폭포 중의 하나란다. 166미터의 길이를 가진 긴 폭포다. 비의 양이 적어서인지 웅장한 폭포수를 볼 수가 없어 아쉽다. 봉황의 긴 꼬리를 휘저으며 날아가는 모양이라 해서 비봉폭포라는 이름 가졌다고 한다.

구룡폭포
구룡폭포 ⓒ 조도춘
은실처럼 곱게 흐른다는 '은사류'를 지나 금강산 폭포의 극치를 이루는 구룡폭포에 다다랐다. 관폭정에서 바라보는 74미터 폭포를 화각이 작은 똑딱이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내기에는 부족하다.

구룡폭포는 떨어지는 폭포가 아닌 흘러내리는 폭포다. 그래서 더욱 매력이 있는 폭포란다. 구룡폭포도 가뭄 때문인지 웅장한 폭포의 기세는 볼 수가 없다. 힘차게 흘러내리는 물줄기와 청각을 마비시킬 정도로 웅장한 폭포를 보고 싶었는데 아쉽다.

이제 남은 마지막 코스 '상팔담'을 향하여 발길을 돌렸다. 힘들다. 산행에는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많이 보인다. 이렇게 힘든 길을 마다지 않고 오르는 힘이 아마도 금강산의 매력인 것 같다.

발로 걸어가다 가파른 길이 나오면 양손까지 합세하여 열심히 산행하는 할머니를 만났다. 상팔담이 보이는 구룡대를 꼭 가야만 한단다. 신발은 등산화도 운동화도 아닌 일반 신발이다. 상팔담을 구경하고 내려오는 사람들은 할머니를 그만 가기를 권하는 사람도 있었다.

찰랑찰랑 찰랑대네.
잔에 담긴 위스키처럼
그 모습이 찰랑대네.
사랑이란 한잔 술이던가∼

"할머니 노래 참 잘 부르시네요."


김진순 할머니(75)
김진순 할머니(75) ⓒ 조도춘
전라북도 고창에서 왔다는 김진순 할머니(75)는 산행을 하면서 우리 가요를 연방 부른다. 오르는 내려오는 등산객들은 같이 따라 부르면서 할머니를 응원하는 사람이 생겼다. 힘이 들 때 노래를 부르면 힘이 난다고 할머니는 말한다. 할머니는 꼭 상팔담이 보이는 구룡대에서 간절한 소망을 빌 게 있단다.

구룡대에서 바라보는 "상팔담"
구룡대에서 바라보는 "상팔담" ⓒ 조도춘
어느덧 구룡대에 다다랐다. 상팔담에는 커다란 비취옥덩어리 하나씩을 담고 있는 것처럼 물이 가득 담겨 있다. "여덟 명의 선녀가 옷을 나뭇가지에 걸어 놓고 목욕을 했다"는 선녀와 나무꾼의 전설이 숨어있는 그곳이다.

물의 양이 적어 아래쪽으로 조금씩밖에 흐르지 않는다. 할머니는 상팔담이 보이는 먼 산을 향해 두 손 합장하고 간절한 소원을 빌고 계신다. 아마도 통일을 염원하는 소원을 빌었는지는 모르겠다.

덧붙이는 글 | u포터에 송고했습니다.


#구룡연#금강산#온정리#비봉폭포#상팔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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