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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오는 날에…> 책 표지
<비가 오는 날에…> 책 표지 ⓒ 보림
일순간, 어린이집 지붕 아래 아이들은 옹기종기 모여 귀를 하늘 쪽으로 올리며 조용히 비 소리를 들었다. 그러고는 지붕을 뛰쳐나와 비를 맞고는 "비가 와요, 비가 와!"하며 까르르 웃었다. 어른들에게는 습하고 짜증나는 비 오는 날이 어떻게 아이들에게는 신비롭고 재미있는 날이 되었을까?

아이들의 이런 심리를 잘 아는 듯, 그림책을 보면 비에 대한 책들이 많다. 비 오는 날 사람들의 들뜬 마음에 대한 책이나 차분한 마음을 담은 책, 하늘이 열리는 길에 대한 궁금증을 담은 책 등 비 오는 날은 사람의 감성과 상상력을 자극하는 날로 그려진다.

먼저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동물들의 빗속 풍경을 담은 <비가 오는 날에…>를 보자. 책을 펼치면 그림책 한가득 거침없는 빗줄기가 채워져 있다.

'이렇게 비 오는 날, 치타는 무얼 할까?'

빗줄기를 보며 아이들은 치타는 정말 무얼 할까 상상하며 다음 장을 재촉하게 된다. 다음 장을 넘기자 치타가 우산이 날아갈까봐 우산을 꽉 붙잡고 비와 맞서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빗줄기는 여러 장에 거쳐 각기 다르게 표현되며 그 빗줄기의 느낌에 맞게 동물들의 다양한 장면들이 연출된다.

<비오는 날 집보기> 책 표지
<비오는 날 집보기> 책 표지 ⓒ 프로메테우스
날개가 젖을까 살살 걸어가는 나비나 첨벙첨벙 물장난을 치는 티라노사우루스, 비가 언제 그치나 굴속에서 기다리는 호랑이 등은 아이들의 상상력을 채워주기 충분하다. 눈에 익숙한 연필 선으로 다양한 느낌의 비를 표현한 것과 엄마와 아이가 함께 문답식으로 '치타는 무얼 할까?', '나비는 무얼 할까?' 하며 자연스럽게 책장을 넘길 수 있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이러한 유희놀이와 같은 책과는 다르게 아주 차분하고 수채화 같은 감수성을 느끼게 해주는 그림책도 있다. 바로 <비 오는 날 집보기>라는 책이다. 이 책은 서양의 수채화 기법과 동양의 수묵화 기법이 잘 어우러져 따듯하고 신비로운 느낌을 주는데, 1974년에 생을 마감한 화가 겸 일러스트레이터 이와사키 치히로의 작품이다.

비 오는 날, 방에는 아무도 없고 엄마는 금방 온다고 하고는 아직도 오지 않고 있다. 빗방울도 노래를 하고 있는 날, 꽃잎이 비에 젖으니 어쩐지 이상하다. 빗방울이 표현되지 않고도 비에 젖은 꽃잎, 점점 어두워지는 날씨, 뿌옇게 변한 유리창을 통해 다양하게 비에 대한 감성들을 그리고 있다. 비오는 날 혼자 집을 보게 된 아이의 심정을 차분하게 그린 이 그림책은 아이 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무척 좋아하는 그림책이다. 그림책을 보고 있노라면 정말 하나의 작품을 보고 있는 느낌이다.

<비가 왔어요> 책 표지
<비가 왔어요> 책 표지 ⓒ 중앙출판사
아이들의 시각뿐만 아니라 비가 왔을 때의 다양한 사람들의 심리를 그린 책도 있다. 데이비드 섀넌의 <비가 왔어요>는 비가 오다가 갑자기 뚝 그친 날씨의 변화를 동물과 사람의 감정변화에 초점을 맞추어 그린 작품이다.

토요일 아침, 비가 후둑 후둑 떨어지자 닭들은 홰를 치고, 고양이가 '야옹' 울고 강아지는 '멍멍' 짖는다. 차들은 '빵빵' 경적을 울려대고 자동차 유리닦이는 '쉬릭쉬릭' 움직이다. 비 오는 날 다양한 소리들이 모여, 동네는 시끌벅적해지고 어쩐지 어수선하다.

비가 올 때와 그친 후의 인물들의 표정과 대화가 달라지는 데 그 차이를 느껴보는 것도 재미있다. 비가 그쳐 무지개가 뜨자 다들 맑은 하늘 아래, 서로 기분 좋게 웃어주는 장면은 왠지 모를 해소감이 든다.

습하고 때로는 찌는 듯한 더위의 장마철, 여유를 갖고 아이들과 비에 대한 그림책들을 보면 어떨까? 아이들이 비 오는 날을 신기한 듯 바라보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을 것이다. 자연에 대한 무한한 상상력, 다양한 생의 느낌들이 바로 그 이유가 아닐까?

비가 오는 날에…

이혜리 글 그림, 정병규 꾸밈, 보림(2001)


#비#아이들#그림책#심리#이와사키 치히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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