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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창원을 국립묘지로 승격하라는 시위하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는 효사모
"효창원을 국립묘지로 승격하라는 시위하라"는 펼침막을 들고 시위하는 효사모 ⓒ 김영조

백범 묘소에 참배하는 효사모 사람들
백범 묘소에 참배하는 효사모 사람들 ⓒ 김영조
오늘(6월 26일) 이른 10시 서울 용산구 백범기념관에서 임시정부 주석을 지낸 민족의 지도자 백범 김구 선생 58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백범 김구선생기념사업회(회장 김신) 주관으로 개최되는 이날 추모식에는 임채정 국회의장을 비롯해 김정복 국가보훈처장, 김국주 광복회장, 광복회원 유가족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그런데 같은 시각 추도식이 열리는 백범 기념관 후문에서는 펼침막과 함께 전단을 나누어주는 작은 시위가 있었다. 시위를 하는 이들은 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회장 차영조, 이하 효사모)로 효창원의 성역화를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이다.

효사모는 효창원 묘역이 임시정부 주석 이동녕과 김구, 비서장 차이석, 군무부장 조성환과 이봉창, 윤봉길, 백정기 의사가 묻힌 곳으로 대한민국 건국 이후 가장 먼저 국립묘지의 예우를 받아야 할 곳임을 강조한다. 따라서 효창원 성역화 사업은 국립묘지로 위상이 높아지는 것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시위를 하는 효사모 이봉원 씨(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에게 다가와 격려하고 얘기를 경청하는 김원웅 국회외교통상위원장
시위를 하는 효사모 이봉원 씨( 민족문제연구소 운영위원장)에게 다가와 격려하고 얘기를 경청하는 김원웅 국회외교통상위원장 ⓒ 김영조
이를 위해 효사모는 "국립묘지에 관한 법률과 시행령"에 국립서울현충원, 국립대전현충원, 국립4.19민주묘지, 국립3.15민주묘지(마산), 국립5.18민주묘지, 국립호국원(영천과 임실) 등이 국립묘지로 되어 있는 것에 효창원을 국립독립선열묘지로 승격시키는 법률안 개정을 해달라고 요구한다.

효사모는 지난해 국가보훈처가 이승만 정부와 박정희 정부 당시 독립선열묘역을 탄압 훼손하기 위해 세운 운동장과 시설물들을 그대로 둔 채 추진하려던 "효창공원 독립공원화 조성 사업"은 성역화 정신에 반한다는 점과 진정한 성역화란 선열묘역을 포위, 압박하고 있는 건물들을 철거하고, 1946년 백범의 의해 조성된 효창원 묘역의 영역을 원래대로 회복하자고 외쳐왔다.

이날 5명의 소박한 시위는 끝날 무렵 백범기념관과 작은 마찰이 있었다. 백범기념관 측이 모양새가 좋지 않다며 펼침막을 기념관 밖으로 옮기고, 전단도 문밖에서 나눠줄 것을 요구한 것이다. 이에 효사모는 크게 부딪히지 않고 밖으로 이동했지만 백범기념관을 훼손하는 시위가 아니라 오히려 돕는 일임에도 이렇게 푸대접하는 것이 못내 섭섭하다는 말을 했다.

어수선한 백범추도식이 끝날 무렵의 식장, 온통 한자투성이인 펼침막과 함께 지하의 백범 가슴에 상처를 내는지도 모른다.
어수선한 백범추도식이 끝날 무렵의 식장, 온통 한자투성이인 펼침막과 함께 지하의 백범 가슴에 상처를 내는지도 모른다. ⓒ 김영조

백범기념관 후문에 걸린 추도식 펼침막, 온통 한자투성이이다. 기념관이 박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백범기념관 후문에 걸린 추도식 펼침막, 온통 한자투성이이다. 기념관이 박제되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 김영조

이날 후문과 행사장에 걸린 펼침막에는 온통 한자투성이여서 한자를 모르는 사람은 추모도 하지 말라는 것이냐는 힐난을 받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라 국방부장관이 보낸 화환도 역시 온통 한자 표기였는데 벼슬 '관(官)'을 대롱 '관(管)'으로, '국방부(國防部)'를 '국방부(國放部)'라고 해 놓아 입방아에 올랐다. 나라를 지키는 것이 아니라 '나라를 내놓는 장관'이 되어버린 것이다.

더 한심한 것은 추도식에 참석한 사람의 대부분이 바로 옆에 자리한 백범 묘소에 참배하지 않고 그대로 가버렸다. 이를 본 사람들은 말들의 향연이 난무하는 추도식보다는 진정 가슴속으로 추모하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다음, 대자보, 수도일보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백범#김구#현충원#효창원을 사랑하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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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른솔겨레문화연구소장>으로 우리문화를 쉽고 재미있게 알리는 글쓰기와 강연을 한다. 전 참교육학부모회 서울동북부지회장, 한겨레신문독자주주모임 서울공동대표, 서울동대문중랑시민회의 공동대표를 지냈다. 전통한복을 올바로 계승한 소량, 고품격의 생활한복을 생산판매하는 '솔아솔아푸르른솔아'의 대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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