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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뮤지컬 <지저스 크라이스트 슈퍼스타>
ⓒ NETWORKLIVE & PMGN
1705년 문을 연 런던 '허 매제스티스' 극장에선 오페라, 드라마, 부흥가 회의, 팬터마임뿐만 아니라 심지어 권투경기까지 열렸다.

런던의 '피카디리' 극장은 원래 마구간으로 사용된 장소로, 1942년 <맥베드> 공연 시 출연진 4명이 사망하고 디자이너가 자살을 했으며, 얼마 후 극장 건물이 폭탄으로 망가진 뒤 문을 닫았다.

'더치스' 극장은 런던에서 <친밀한 촌극(The Intimate Revue)>을 최단기간 공연한 기록을 갖고 있는데, 이 공연은 첫날 공연 후 막을 내렸다. 그 공연은 장면 사이 공백 시간이 너무 길어 자정이 되어서도 7장면을 더 공연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결국 마지막 장을 공연하지 못한 상태로 막을 내렸다.


한 해 팔리는 표가 1300만 장에 고용 인력 5만여 명, 연관 산업을 포함하여 부가가치가 약 4조원(20억 파운드) 가량 되는 뮤지컬의 나라 영국. 그 중 런던 웨스트엔드는 100개 공연장에, 뮤지컬 전용 극장만 30여 개에 이르는 영국의 '브로드웨이'다.

역사가 오래된 극장이 즐비한 웨스트엔드에는 재미있는 사연들이 가득하다. <오페라의 유령> <켓츠> <미스 사이공> <지저스 크라이스트 수퍼스타> 등 화제작들이 이곳에서 만들어져 전 세계로 뻗어나갔다. 국내에서도 215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뮤지컬 <라이온킹>이 통산 276회 기록을 이어가는 등 뮤지컬 인구가 갈수록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나온 <런던에서 뮤지컬 보기>는 뮤지컬 팬이라면 '혹'하고 눈길이 갈 만한 소재의 책이다. 여기엔 런던 웨스트엔드에 있는 뮤지컬 중심 극장 37개와 공연 중인 작품, 런던 시내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지도와 버스 노선, 뮤지컬 작품 해설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정보는 뮤지컬 티켓을 효과적으로 구입하는 방법이다. 저자에 따르면 'Half Price & Discount Ticket'라는 간판을 달고 공연티켓을 파는 곳은 피해야 한다. '50% 할인'이라는 뜻인데, 실제 가격이 싸지 않고 좌석이 바로 확인되지 않아 오히려 즐거운 여행에 오점을 남길 수 있다고.

뮤지컬을 보기로 마음먹었다면 티켓은 극장에서 직접 구입하는 것이 좋다. 여기선 할인 제도를 적극 활용해야 한다. 대표적인 게 학생 할인. 학생 할인이 되는 공연장을 찾아 국제 학생증(대학원생 포함)을 제시하면 저렴한 가격에 공연을 볼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절반 가격에 공연을 볼 수도 있다.

또 하나. 인기 있는 공연은 줄을 서기 때문에 미리 예약을 하지 않으면 보기 어렵다. 여기서 저자는 미리 인터넷 예약을 해두거나 민박집 주인에게 부탁해보라고 권한다. 역시 어디서나 사람과 친하고 볼 일이다.

저자는 서정미씨. 뮤지컬 커뮤니티 뮤지컬매니아(cafe.daum.net/musicalmania) 운영자이자 뮤지컬쇼핑몰 뮤지컬샵 대표다. 그가 직접 런던을 방문해 찍은 수 만장 사진 가운데 고르고 고른 사진들이 이 책에 실려 있다. 사진 상태를 보아하니 꽤 좋은 사진기를 썼다는 느낌이다.

비비안 리· 마릴린 먼로가 공연한 곳

▲ 세계 4대 뮤지컬 중 하나인 <레 미제라블>
ⓒ 뮤지컬샵
각 공연장 소개는 공연장 전경과 극장 역사, 지도, 실내 좌석 배치, 현재 공연 중인 작품 등으로 구성돼 있다. 필요한 정보는 모두 담겨 있다.

책 양면에 걸쳐 나오는 공연장 사진이 시원하다. 공연장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웨스트엔드에 어느 정도 다가간 듯한 느낌이다.

역사가 오래돼 그런지 웨스트엔드의 공연장들은 상당히 복고적이다. 대리석 기둥에 고딕 양식을 연상케 하는 구조물들이 많다. '허 매제스티스'나 '라이시엄', '런던 펠러디엄'은 궁궐과 잘 어울리는 건물이다. 엉덩이를 부풀린 의상을 입은 귀부인들이 부채를 흔들며 공연을 감상하고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든다.

물론 현대식 건물들도 곳곳에 섞여 있다. '뉴 런던' 극장이 대표적이다. 공연장 한 면을 장식한 유리창은 무척 시원하면서 현대적인 느낌이다.

공연장의 규모도 놀랍기만 하다. <반지의 제왕>을 공연할 '로얄 드루어리 레인'은 2237석, <위 일 락 유>를 공연하는 '더미니언'은 2182석, '콜리시움'은 2358석, '로얄 오페라 하우스'는 2260석이다. 물론 모든 극장이 다 큰 것은 아니다. '뉴 엠바싸도르'는 418석, '포춘'은 440석에 불과하다.

1000석 이하의 소규모 공연장, 1000석대의 중규모 공연장, 2000석이 넘는 대규모 공연장이 다양하게 섞여 있음을 알 수 있다.

▲ 책 <런던에서 뮤지컬 보기>
ⓒ 우일
이처럼 정보는 잘 간추려져 있지만 읽을거리는 아무래도 부족한 느낌이다. 공연장과 작품에 얽힌 재미있는 에피소드, 각 작품이 만든 유명한 배우들의 뒷얘기들이 얽혔으면 매우 재미있는 야사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책엔 로렌스 올리비에, 비비안 리, 조지 버나드 쇼, 마릴린 먼로, 아서 밀러와 같은 유명인들의 이름이 종종 나온다. 반가운 마음에 뒷얘기를 기대하지만 그뿐이다. 저자가 극장 정보에 비중을 뒀다곤 하지만 허전한 마음을 지울 수 없다.

작품명이나 배우 이름을 영문으로만 표기한 것은 편집상의 실수라고 본다. 널리 알려진 작품명이나 배우라면 한글명만 쓰고, 그렇지 않을 경우 한글과 영문을 병행하는 게 옳은데, 영문만 나와서 다소 어수선하다는 느낌이 든다.

게다가 40여 개 가까운 공연장 정보를 압축적으로 표현하는데 애를 쓴 탓인지 설명이 부족한 상태로 넘어간 글이 눈에 많이 띈다. 예를 들면 '콜리시엄' 극장은 지방의회와의 지속적인 마찰로 회전탑의 회전을 중단했다고 나오는데, 왜 의회가 반대했는지는 나오지 않는다.

매년 관광객 130여만명이 뮤지컬 관람
영국 웨스터 엔드의 뮤지컬 문화

미국에 브로드웨이가 있다면 영국엔 웨스트엔드가 있어 세계 뮤지컬 시장을 양분하고 있다. 웨스트엔드는 템즈강의 북쪽에 위치, 레스터 스퀘어(Leicester Square)와 코벤트 가든(Covent Garden)의 두 축을 중심으로 구성된 영국이 자랑하는 대중문화의 중심지다. 웨스트 엔드 라는 명칭은 런던의 역사가 시작된 '더 시티(The City)'를 기준으로 해서 볼 때 이 지역이 서쪽 끝 부분에 자리 잡고 있었기에 비롯됐다.
(중략)
시장조사기관 모리(Mori)가 최근 발표한 자료에 보면 매년 50만 명의 외국인을 포함해 300만 명의 외지인이 런던을 방문하는데 이중 42%인 126만 명이 뮤지컬을 보기 위해 런던을 방문한다고 한다. 뮤지컬을 관람한 10명 중 9명이 공연내용에 만족한다는 설문조사이고 보면 50파운드 내외의 높은 입장료에도 불구하고 뮤지컬이 영국의 확고한 고수익산업으로 자리 잡은 이유를 짐작해 볼 수 있다. - KOTRA 시장보고서 Mintel 및 Marketing Week

런던에서 Musical 보기

우일출판사 편집부 엮음, 우일(2007)


#뮤지컬#런던#웨스트 엔드#마릴린먼로#비비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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