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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노무현 대통령.(자료사진) ⓒ 오마이뉴스 이종호

21일 노무현 대통령은 '선관위의 대통령의 선거중립의무 위반결정'에 대하여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서 언론과 학계에서는 "대통령은 헌법소원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을 피력하고 있다. 또한 일부 헌법학자들의 "권한쟁의심판 청구가 바람직하지 않았나"하는 의견도 있다.

대통령제하에서 당적보유가 가능한 대통령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가 하위법인 선거법의 해석을 통해서 침해될 수 있는지, 대통령도 선거법 9조의 선거중립의무 있는 공무원인지 등 본안판단의 사안은 명확한데 정작 심판청구 방법, 즉 형식에서 고민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권한쟁의심판의 결정은 종국심리에 관여한 재판관 과반수의 찬성으로 할 수 있는 반면 헌법소원 인용결정의 경우 재판관 6인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한다. 오히려 권한쟁의가 심판정족수면에서 노 대통령에 더 유리하다. 그런데 청와대는 왜 헌법소원을 택했을까.

독일의 경우 다른 국가기관에 의해 연방대통령이나 연방정부(연방수상)의 헌법상의 권리가 침해된 경우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도록 연방헌법재판소법(제63조, 제64조)에 규정하고 있다.

노 대통령, 왜 권한쟁의심판 두고 헌법소원 했을까

그러나 우리 헌법재판소법(제61조 제1항)의 경우 "국가기관 상호간…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하여 다툼이 있을 경우에는 …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권한의 존부 또는 범위에 관한 다툼'의 해석과 관련하여 논란이 있을 수 있다.

기존과 같이 권한쟁의는 '특정사항이 자신의 관할에 속하는지 여부에 대한 다툼'이라고 해석하면 "선거법 위반여부 판단의 권한은 선관위에 있다"고 보이므로 대통령은 권한쟁의심판을 할 수 없게 된다. 바로 본안판단 전에 각하될 수 있다.

청와대는 이 점을 고려하여 권한쟁의 심판이 아니라 헌법소원을 택했을 것이다.

헌법소원의 경우 청구인이 대통령 노무현이 아니라 대한민국 국민 노무현이 되고, 부차적으로 대통령 노무현의 지위를 고려해야 하는데, 그렇다면 본안판단에서 헌법재판소는 국민 개인으로서의 노무현의 정치적 의사표현의 자유는 인정하면서도 대통령이라는 이중적 지위를 가지고 있는 대통령 노무현의 지위에 더 무게를 두고 쉽게 본안판단에서 청구를 인용하지 않을 수도 있다.

하지만 헌법재판소가 다수의 헌재결정을 통해서 밝히고 있듯이, 헌법소원은 기본권의 보호뿐만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보호라는 측면도 가지고 있으므로, 헌법소원이 청구되면 헌법재판소가 객관적 헌법질서보호 측면에서 제기된 법률문제들에 대해서 본안판단을 해 주기를 노무현 대통령은 기대하고 있는 듯 하다.

'대통령 노무현'의 헌법상 권리 적극적으로 판단할 필요 있다

사실 현행 헌법재판소법에 따르면 대통령 노무현을 청구인으로 헌법소원을 하기는 힘들다. 또한 헌법재판소가 전향적으로 헌법재판소법 제61조를 넓게 해석하지 않는 한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것도 가능하지가 않다. 대통령 노무현의 권리구제수단이 없다.

우리 헌법의 취지가 국가기관인 대통령에 대해서만 어떠한 헌법적 권리구제수단도 예정하지 않았다거나 특히 제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다. 대통령이라는 지위 때문에 오히려 불이익을 받아야 한다거나 헌법이 보호하고 있는 권리구제에서 대통령만 배제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이제 헌법소원이 청구되었다. 헌법재판소는 헌법소원의 청구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우리 헌법재판소법의 불합리를 염두에 두고 노무현 개인의 헌법상의 권리측면에서의 접근뿐만이 아니라 객관적 헌법질서보호 측면도 고려하여 대통령 노무현의 헌법상의 권리도 적극적으로 판단해 주길 바란다.

이번 기회에 대통령제하의 대통령의 헌법적 지위에 대해 명확한 헌법적 논의가 이루어졌으면 한다. 헌법재판소의 명쾌한 판단을 기대해 본다.

덧붙이는 글 | 남경국 기자는 독일 쾰른대학교 국가철학연구소 객원연구원입니다.


#노무현#헌법소원#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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