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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현초교에 걸려있는 수원비행장 부근의 학교 전경.
고현초교에 걸려있는 수원비행장 부근의 학교 전경. ⓒ 김삼석
"학습권을 침해 받고 있죠. 학습시간에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더 커져요. 그러다 보니 더 시끄러워 지는 거죠. 쾌적한 학습권을 침해 받고 있죠. 아이들이 비가 오는 날을 더 좋아해요".

경기도 수원비행장 소음 피해 현장을 방문 중에 만난 고현초등학교(수원시 권선구 고색동) 이영식(54) 교감은 담담하게 "아이들이 비가 오는 날을 더 좋아한다"고 말했다.

최근 이 교감이 본 아이들의 일기장에는 "오늘은 참 좋다. 비가 와서 좋다. 비가 오면 비행기가 안뜨니까"라고 적혀 있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비가 오는 날을 더 좋아한다는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나 아이들이 비가 오는 날에는 전투기가 뜨지 않아 비행기 소음을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좋아한다는 것을 알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고현초교는 수원에서 거의 유일하게 사계절을 확인할 수 있는 초등학교다. 학교를 찾았을 때 담벽 옆으로 심어 놓은 벼들이 해를 향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이 교감도 입을 열 때마다 학교의 전원적인 전경이 너무 좋다고 칭찬했다. 지난 2003년 3월 문을 연 전원풍 고현초교는 모두 21학급. 1~3학년이 3학급, 4~6학년이 4학급으로 전교생이 모두 745명이다.

하지만 전원풍의 학교 옆 약 200m 거리에 수원비행장이 있다. 하루에도 20~30분 간격으로 전투기 소음이 들린다. 이 교감의 말처럼, 소음 피해이외에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학교의 4개 방향 중 한쪽 방향에서만 학생들이 오기 때문에 교통정리에도 별로 힘들지 않고…."

2006년 3월 고현초교에 부임한 이 교감한테도 어느덧 전투기 소음횟수와 소음 시간, 전투기 동선은 너무나 익숙할 정도로 돼 버렸다.

"1대씩 비행할 때는 10초에서 15초 정도 소음이 들려요. 2대씩 비행할 때는 20초 정도 들리구요. 비행기가 고현초등학교를 지나 고색초등학교와 탑동초등학교를 지나 돌아와요. 도 교육청에서도 (소음문제를) 알고 있고, 다각적으로 신경 쓰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이 교감은 시도 교육청이 각별히 신경을 쓰고 있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체육시간에도) 아무래도 학생들이 운동장에서 철봉 등 고정 시설물을 이용하기 보다는 뜀틀 같은 이동시설물을 강당으로 옮겨 수업을 하고 있다"라고 학습하는데 애로점을 토로했다.

"열화우라늄탄 있는지는 몰랐다"

수원비행장에서 제일 가까운 고현초교는 다른 학교와 다른 점이 여러 군데 있다. 다른 학교와 달리 학교 건물 창문 앞의 발코니가 있다. 이 곳은 전투기 소음 때문에 방음창을 겸하고 있고, 발코니에는 학습자재를 보관해 놓기도 한다. 하지만 한여름에는 별 효과가 없다. 냉방기 실외기를 가동하기 위해 문을 열어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 제일 중요해요. 특히 여기서 오래 살아야 하는 학생, 주민들이 더 중요합니다. 직원회의 때도 그래요. 교사들이 폭넓게 생각하는 위치에 있으니까. 교사들은 4~5년 참으면 되니까. (소음문제를) 우리가 참으면서 아이들을 감싸달라고 지도해요".

"시내에서 일부러 이 학교를 지망해서 오는 사람은 별로 없지만, 외지에서 오면 이렇게 시끄럽냐고 다들 한마디씩 해요. 학교에서 교사브리핑을 하면서도 느끼죠."

수원비행장에 방사능 무기인 열화우라늄탄 130만발이 있다는 것을 아느냐는 질문에 이 교감은 "열화우라늄탄이 있는지는 몰랐다"고 답변했다.

이 교감은 "개성공단 빨리 지어서 잘되게 해주고, 남북 대치국면에서 평화방법을 택하면 무기는 자연히 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또 학부모들의 의견이라며 "선거 때만 되면 소음 대책위 등에서 거세게 나오다가 다시 사그라든다"며 "대책위 등 주민들이 (소음문제 해결을 위해)무던히 힘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외부의 관심도 필요하다는 얘기다.

그러면서도 이 교감은 인터뷰 중간 중간에 "비행장이 기존에 와 있었고, 중요한 군사시설이고 국가에서 하는 일"이라며 "(비행장을) 새로 설치한다면 대응하겠지만, (군사시설은)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들어서 알고 있다"고 현실적인 판단을 내렸다.

하지만 아이들의 학습권은 무슨 일이 있어도 보장되어야 한다. 이 교감의 지적대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정서적으로 안정적이지 못해 집중하지 못한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주민들은 오히려 교사들이 소음지역에 와서 고생한다며 격려해주는 따뜻한 인간미를 보여주고 있다.

인터뷰 내내 고현초교 상공을 나는 전투기들의 소음을 들을 수밖에 없었다. 교감과 교사들이 아이들의 귀중한 학습권을 보장받고 주민들이 교사들과 전투기 소음없는 공동체에서 이야기꽃을 피울 날은 그 언제일까.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수원시민신문(www.urisuwon.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영식#수원 고현초교#수원비행장 이전 시민연대#전투기 소음 피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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