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거리의 집 한 채, 한 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퀘벡 시티의 풍경, 마침 거리의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거리의 집 한 채, 한 채가 아름답게 조화를 이루고 있는 퀘벡 시티의 풍경, 마침 거리의 음악회가 열리고 있다. ⓒ 김윤주
캐나다 퀘벡시티(Quebec City)는 정말 아름답다. 아기자기하고 알록달록한 아름다움이 북미 대륙에서는 다소 생소한 풍경이라 '북미의 작은 프랑스'로 불리곤 한다. 물론 이 애칭은 단순히 프랑스풍 건물들이 만들어내는 도시의 외관이나 분위기만을 빗댄 표현은 아니다. 역사적 배경, 언어, 정치, 종교, 문화와 관습에 이르기까지 퀘벡 시티는 다분히 프랑스적이다.

캐나다 여행 중 이 도시를 방문했던 이들의 공통적인 의견이 '퀘벡시티를 안 들르고 오타와나 몬트리올에서 그냥 내려왔으면 어쩔 뻔했느냐'는 것이다. 토론토와 몬트리올, 오타와 등 캐나다 동부의 주요 도시들이 각각 나름의 독특한 개성과 아름다움이 있지만, 여행객의 시선을 한순간에 사로잡는 아기자기한 매력은 퀘벡시티에 비할 바가 아니다.

어떤 이는 퀘벡시티가 너무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인위적인 느낌이라 매력을 못 느끼겠다고 평하기도 하는데, 아무래도 퀘벡시티가 불만인 사람보다는 '다시 또 가고 싶은 낭만적인 도시'로 꼽는 이들이 훨씬 더 많을 듯하다.

북미 대륙 유일의 성곽도시이기도 한 퀘벡시티는 높은 언덕 위의 '어퍼타운(Upper town)'과 언덕 아래 강변의 '로어타운(Lower town)'으로 나뉘며, 어퍼타운은 다시 성벽을 경계로 신시가지와 구시가지로 구분된다. 어퍼타운의 구시가지와 로어타운을 합해 '올드 퀘벡'이라 하는데, 이 올드 퀘벡은 유네스코(UNESCO)에서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하고 있다.

(위)'퀘벡 시티'를 상징하는 프랑스풍 호텔 '샤토 프롱트낙' (아래 오른쪽)레스토랑 간판에 그려진 '샤토 프롱트낙' (아래 왼쪽)퀘벡 시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언덕 위의 '샤토 프롱트낙'
(위)'퀘벡 시티'를 상징하는 프랑스풍 호텔 '샤토 프롱트낙' (아래 오른쪽)레스토랑 간판에 그려진 '샤토 프롱트낙' (아래 왼쪽)퀘벡 시티 어디서나 볼 수 있는 언덕 위의 '샤토 프롱트낙' ⓒ 김윤주
어퍼타운의 언덕 위 중심부에는 청록색 지붕과 빨간 벽돌이 아름다운 웅장한 호텔이 우뚝 솟아 있다. '샤토 프롱트낙(Chateau Frontenac)'이라는 중세 프랑스풍의 이 호텔은 '퀘벡 시티'를 상징하는 건축물이기도 하고,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의 루스벨트(Roosevelt) 대통령과 영국의 처칠 수상이 회담을 했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샤토 프롱트낙이 서 있는 이곳은 세인트 로렌스 강이 훤히 내려다뵈는, 전략적으로 매우 중요한 요충지였다 한다. 워낙 높은 언덕 위에 거대한 모습으로 서 있는 까닭에, 로어타운의 작은 골목골목에서도 호텔의 모습이 올려다보인다. 레스토랑이나 상점들의 간판에도 이 호텔의 그림이 삽입되어 있곤 한 것을 보면 '퀘벡시티의 자존심'이라는 말이 틀린 말은 아닌가 보다.

샤토 프롱트낙이 서 있는 언덕 위 다름 광장(Place d'Armes)에는 퀘벡시티의 기초를 세운 샤무엘 드 샹플랭의 동상이 서 있다. 샹플랭이 퀘벡시티를 세운 건 1608년의 일이었는데 이미 그보다 한참 전, 프랑스 탐험가 쟈끄 까르띠에가 정착을 시도했으나 원주민의 극심한 적대감과 겨울의 거친 자연환경 때문에 포기해야만 했던 역사가 있기도 하다.

실제로 로어타운의 중심부인 루아얄 광장은 프랑스인으로서 최초로 이 땅에 발을 들여 놓았던 쟈끄 까르띠에의 집이 있던 자리를 개조해 광장으로 만든 것이라 한다.

음악회를 준비 중인 작은 광장 옆 높다란 건물에 그려져 있는 실물 크기의 벽화. 마치 진짜 건물과 골목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음악회를 준비 중인 작은 광장 옆 높다란 건물에 그려져 있는 실물 크기의 벽화. 마치 진짜 건물과 골목에 사람들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 김윤주
루아얄 광장(Place-Royale)으로 가다 보면 5층 정도 되는 높다란 건물에 그려져 있는 실물 크기의 거대한 벽화를 만나게 된다. 마치 진짜 건물과 상점과 골목들 속에 실제 사람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처럼 느껴져 아이들이 무척이나 신기해했다.

이 벽화 속에는 실제 역사 속 중요 인물 16인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어린이들의 교육적 측면에서의 가치까지 지니고 있다고 하는데, 샹플랭이나 까르띠에 정도야 짐작해 볼만 했지만 나머지 10여 명의 인물은 누구를 그려 놓은 것인지 설명을 해 줄 수가 없어 안타까웠다. 아는 만큼 보이는 법이다. 여행을 하면 할수록 나의 지식과 경험이 얼마나 미약한 것들인가를 절감하게 된다.

루아얄 광장에서는 이곳의 명소 중 하나인 승리의 노틀담 교회에 잠시 들어가 천장에 걸려 있는 배의 모형을 보기도 했다. 1664년 군 지휘자였던 마르키트라시가 타고 온 배의 모형이라고 한다.

조금 전에 노틀담 성당을 보기도 했는데 그보다는 화려함이 덜해 보였다. 퀘벡의 노틀담 성당(Notre-Dame de Quebec), 성 트리니티 교회(Holy Trinity Church), 승리의 노틀담 교회(Notre-Dame des Victoires) 등을 둘러 보았지만 퀘벡시티에서는 화려하고 유명한 교회나 성당을 둘러보는 감동보다 아기자기하게 예쁜 골목을 구석구석 기웃거리며 걷는 재미가 훨씬 더 크다는 생각이 든다.

광장에는 루이 14세의 동상도 있었고, 거리의 음악가가 연주하는 플루트의 감미로운 선율도 흐르고 있었고, 삼삼오오 모여 이야기를 나누거나 사진을 찍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광장 한가운데 벤치에 앉아 사람들을 둘러보고 있자니, 배낭여행 중인 대학생의 무리도 보이고, 다정히 이야기를 나누는 중년의 부부도 보이고, 우리처럼 꼬마들 데리고 여행 중인 가족들도 보인다. 지금 서 있는 시간과 장소는 같지만 이곳에 오게 된 사연도, 담아가는 추억과 느낌도 저마다 다르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묘해졌다.

판촉 행사 중인, 전통 복장 차림의 점원들, 아이들을 번쩍 안아주며 기념 촬영에 기쁘게 응해 주기도 했다.
판촉 행사 중인, 전통 복장 차림의 점원들, 아이들을 번쩍 안아주며 기념 촬영에 기쁘게 응해 주기도 했다. ⓒ 김윤주
배낭여행 중인 학생들
배낭여행 중인 학생들 ⓒ 김윤주
우리처럼 아이 데리고 여행 중인 젊은 부부
우리처럼 아이 데리고 여행 중인 젊은 부부 ⓒ 김윤주
유리공예품을 비롯한 각종 수공예품 상점들을 구경하며 계속 거닐다 보면 항구로 다다르게 된다. 항구 근처에는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노천카페들이 서 있는데 노랑, 빨강, 파랑 알록달록한 파라솔들이 관광객의 마음을 한층 더 설레게 한다.

사실 개인적으로 퀘벡시티로 향하면서 제일 설레던 곳은 '화가의 거리'였다. 어떤 풍경일까 참 궁금했는데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좁고 짧은 거리였다. 그림을 그리고 있는 화가는 없었고, 다만 그림과 액자들만 가득했는데 워낙 다양한 종류의 그림들이 진열되어 있는지라 시간을 두고 천천히 둘러보면 마음에 드는 그림을 고를 수도 있을 거 같았다.

마침 당시 바이올린을 막 시작했던 큰 딸아이는 악기 그림으로 채워진 크고 작은 하얀 액자들을 보며 좋아 탄성을 지르기도 했는데 그때 왜 자그마한 액자 하나 안 골라 왔는지 아직도 아쉽기만 하다.

유명한 라발 대학(Universite Laval)도 구경하고, 프랑스와 영국의 전쟁을 기념하는 조형물들로 채워진 공원도 둘러보고, 언덕을 오르락내리락하며, 성벽을 들락날락하며, 아기자기한 상점들도 구경하고, 아이스크림도 하나씩들 사 먹고, 이 골목 저 골목을 기웃거리다 보니 갑자기 하늘이 무겁게 내려앉으며 소낙비가 퍼부었다.

퀘벡시티에서는 갑자기 맞게 될지 모를 비를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더니 정말 맞는 말이었다. 갑작스런 비에 남아 있는 여정을 걱정하는 어른들과는 달리, 아이들은 빗물 위에서 춤을 추며 좋아했다. '아쉽게도' 비는 잠시 후에 그쳤다.

겨울 눈 축제 때의 퀘벡시티가 그렇게 아름답다는데, 비에 젖은 퀘벡시티 어슴푸레한 오후 역시 잊지 못할 것 같았다.

화가의 거리
화가의 거리 ⓒ 김윤주
퀘벡시티 홍보 사진에 곧잘 나오는 풍경.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저 아래 로어타운으로 이어진다.
퀘벡시티 홍보 사진에 곧잘 나오는 풍경. 경사가 가파른 계단을 내려가면 저 아래 로어타운으로 이어진다. ⓒ 김윤주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노천 카페는 정말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와 흡사한 분위기다. 노랑,빨강,파랑 알록달록한 파라솔들이 관광객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크고 작은 레스토랑과 노천 카페는 정말 파리의 샹제리제 거리와 흡사한 분위기다. 노랑,빨강,파랑 알록달록한 파라솔들이 관광객의 마음을 더 설레게 한다. ⓒ 김윤주

덧붙이는 글 | 2006년 늦여름, 나이아가라 폭포, 천섬, 토론토, 몬트리올, 오타와, 퀘벡시티 등을 둘러본 캐나다 여행기입니다.


#캐나다#퀘벡 시티#프랑스풍#거리#여행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공간을 넘나드는 여행을 통해 시대를 넘나드는 기호와 이야기 찾아내기를 즐기며, 문학과 예술을 사랑하는 인문학자입니다. 이중언어와 외국어습득, 다문화교육과 국내외 한국어교육 문제를 연구하고 가르치는 대학교수입니다. <헤밍웨이를 따라 파리를 걷다>, <다문화 배경 학생을 위한 KSL 한국어교육의 이해와 원리> 등의 책을 썼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