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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순제일초등학교 정문 부근에 쓰레기가 쌓이면서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 박미경

화순군이 화순읍 등 9개 지역 쓰레기수거를 중단한 지 오늘(7일)로 11일째다. 지난달 28일 능주면 주민들은 화순군이 주민들의 고통은 외면하고 능주한천위생매립장을 계속 연장사용하려 한다며 반발, 위생매립장 입구를 막았다.

이에 화순군은 주민들과의 충돌을 막기 위해 능주한천위생매립장으로 쓰레기가 반입되는 9개 지역에 대한 쓰레기 수거를 중단하고 위생매립장을 사용할 수 있도록 주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쓰레기수거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곳곳에 쌓인 쓰레기와 심한 악취로 화순군이 몸살을 앓고 있다. 특히 화순군 전체 인구의 절반이 밀집한 화순읍은 쓰레기를 둘러싸고 이웃 간의 다툼마저 이는 등 쓰레기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화순읍 만연리에 사는 유모(38)씨는 최근 친하게 지내던 이웃과 심하게 다퉜다. 유씨와 인근 주민들은 그동안 유씨의 집 앞에 쓰레기를 버려왔는데 쓰레기수거 중단이 장기화되면서 유씨집 앞에 수십 개의 쓰레기봉투가 쌓이게 된 것.

▲ 만연초등학교 앞 횡단보도에 널려 있는 쓰레기.
ⓒ 박미경

유씨는 쓰레기에서 풍기는 악취와 파리와 모기 등의 해충 때문에 창문도 열지 못한다고 하소연이다.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지키고 있을 수도 없어 쓰레기만 생각하면 울화통이 터진다고 한다.

주민들은 잔뜩 쌓인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도 없고 마냥 지키고 있을 수도 없어 하루 빨리 쓰레기 수거가 재개돼야 한다고 말한다.

학생들의 등·하교길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택가와 인접해 있는 화순만연초등학교나 제일초등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통학로가 쓰레기로 덮여있다.

▲ 화순고려병원 앞에 쌓인 쓰레기.
ⓒ 박미경

유씨와 같이 쓰레기로 인한 이웃 간의 분쟁을 피하고 싶은 주민들이 학교나 학원 앞 등에 쓰레기를 버리는 탓이다. 특히 제일초교 정문 바로 옆에 쓰레기가 산더미처럼 쌓여 있어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고 있다.

박모(제일초교 5년)양은 "교문 바로 옆에 쓰레기가 있어서 보기도 싫고 냄새가 심해 운동장에 나오기도 싫다"며 "쓰레기더미 주변에 쉬파리도 많이 날아다녀 기분이 나쁘다"고 말했다.

주택가에 위치한 학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피아노 등의 예체능학원들은 일반 보습학원들보다 일찍 문을 닫는데 밤중에 학원 앞에 쓰레기를 가져다 놓는 주민들이 늘면서 심한 악취와 해충으로 학생들이 피해를 입고 있는 것.

▲ 관급봉투를 사용하지 않고 일반 비닐봉지에 담은 쓰레기들.
ⓒ 박미경

모 음악학원의 경우 학원입구 바로 앞에 수십 개의 쓰레기 더미가 쌓이면서 심한 악취와 해충 때문에 문조차 마음 놓고 열지 못하고 있다.

병원도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 고려병원의 경우 병원으로 들어서는 입구에 쓰레기가 산처럼 쌓여 있는데 입구가 도로에 인접해 있어 미관을 크게 해치고 있다.

병원관계자는 "쓰레기수거 중단이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또 이렇게 장기간 수거가 중단되리라고는 생각지 못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했다"며 "환자들이 불평을 하고 있지만 어쩔 도리가 없다"고 말한다.

다른 곳으로 쓰레기를 옮겨 놓고 싶어도 양이 너무 많아 엄두를 내지 못한다. 화순군에 쓰레기수거를 요청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기다려 달라"는 말 뿐이라며 한숨이다.

▲ 어린이 놀이터 앞에도 예외는 아니다.
ⓒ 박미경

많은 세대가 밀집해 있는 아파트단지들도 쌓이는 쓰레기와 악취 때문에 고심하고 있다. 해충을 없애기 위해 하루 두 차례씩 방역을 하고 있지만 아파트 고층까지 파리가 들끓으면서 주민들을 괴롭히고 있다.

쓰레기 수거가 중단되면서 일반 비닐봉투에 각종 쓰레기와 생활폐기물을 담아 몰래 버리는 얌체족도 등장하고 있다. 관급봉투보다 일반봉투에 담긴 쓰레기가 더 많은 곳도 있을 정도다.

능주한천위생매립장의 사용시한은 불과 5~6개월. 군민들의 적극적인 재활용분리배출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기가 앞당겨 질 수 있다. 더욱이 능주 면민들이 능주한천위생매립장 쓰레기반입을 저지하면서 군민들이 겪는 불편은 이루 말할 수 없다는 게 대체적인 여론이다.

군민들은 한천면 가암리 일원에 조성중인 농촌폐기물종합처리시설이 빨리 완공돼야 쓰레기 대란을 막을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쓰레기 수거가 다시 재개된다 해도 폐기물처리시설이 완공되지 않으면 또 다른 쓰레기대란을 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화순군은 위생매립장 쓰레기 반입을 막고 있는 능주면과 한천면 가암리 일원에 폐기물처리시설이 들어서는 것을 반대하는 한천면 등의 주민들과 적극적인 대화를 통해 하루빨리 쓰레기 수거를 재개하고 폐기물종합처리장 조성을 조기 완공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한편 한천폐기물종합처리시설은 주민들이 절차상의 하자를 이유로 낸 행정소송에서 화순군이 패소하면서 현재 50%의 공정이 진행된 상태에서 공사가 중단됐다.

▲ 아파트 단지 앞에 쌓인 쓰레기. 화순 곳곳에 쓰레기가 지천으로 널려 있다.
ⓒ 박미경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남도뉴스(http://namdonews.yestv.co.kr)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화순#쓰레기#위생매립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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