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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김종식기자가 필자와 유창선기자의 기사에 반박하기 위해 오마이뉴스에 기고한 기사 초입에 쓴 내용중 대통령의 4시간 강연을 놓고 "지지자에게는 반가운 일이었고, 일부기자에게는 고역이었을 것이다. 그들이 기대하는 것은 그중 몇 마디에 불과했을 것이다"라고 언급한 부분을 김기자에게 다시 돌려줘야만 할 것 같다.

필자가 쓴 기사('참평포' 드러내 놓고 정치세력화 말하라)는 노무현 대통령의 연설처럼 긴 내용이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기자는 자기가 필요한 부분만을 인용해 기사의 본래 취지를 왜곡하였다. 아마도 김기자는 기사를 읽기에 앞서 기사 제목이 주는 뉘앙스가 '대통령과 참평포에 대해 호의적이지 않다'는 선입견을 가졌을 것이고, 그러한 반감을 선입견으로 가진 상태에서 기사에서 하자를 찾기위해 애썼을 것이다.

참여정부평가포럼'은 '대국민 기만'이다

김기자가 필자와 범여권 통합론자에게 던진 "진보개혁세력이 누구냐?"는 질문에 대해 나는 진영논리에 함몰된 인사들의 상투적이며 시니컬한 질문이라고 일축한다. 확실하게 답하자면 '진보개혁세력'이란 면허증은 없다. 아마도 '진보개혁'의 사전적 의미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것이다. 이 단어가 '세력'이란 단어와 결합 할 때 비로소 정체성을 수립할수 있겠지만, 현재 한국의 정치지형은 정체성이 아닌 지역 혹은 계파적 성격이 강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어 '진보개혁'이란 단어는 누구도 독점적으로 사용할 권리가 없다.

'진보개혁'은 우리사회가 당면한 구조적 부조리를 개선해 나가자는 미래지향적 마인드를 내포하고 있다. 따라서 사회의 모순에 불만을 가지면서 그 모순을 극복하자는 의지를 가진다면 누구나 '진보'여야하고 의지를 실현하는 방법론의 차이를 놓고 누구도 "당신들은 진보가 아니다"라고 감히 말할 수 없다.

노무현 대통령과 핵심참모들이 주축이 된 '참평포'의 주역들은 참여정부 임기동안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아무래도 여기서는 절반의 성공 보다는 절반의 실패를 이야기하는 것이 적절할 것 같다. 노무현대통령의 가장 큰 실패는 리더십 부재이다. 노대통령은 비단 참여정부에 대립각을 세워온 수구세력 뿐 아니라 함께 대선을 치룬 민주당과 결별했고 심지어는 같이 당을 만든 창당 멤버들 조차 제대로 포용하지 못했다.

함께 집권당을 구성한 당원이나 의원조차 설득하지 못하는 리더십이었으니, 개혁에 반대하거나 개혁에 미온적인 세력을 설득하기란 처음부터 불가능했다. 필자는 이제까지 참여정부가 경제나 외교에서 적지 않은 족적을 남겼음에도 그것이 국민의 뇌리에 올바르게 전달되지 않고 전폭적 지지자가 소수 정예화 하면 할수록, 대통령에 대해 거부감과 반감을 가지는 세력이 비대해 지는 이유 중 가장 큰 요인을 대통령 특유의 직설화법 때문으로 생각해왔었다. 하지만 '참평포'의 출범 과정을 지켜보면서 이것은 잘못된 판단이었음을 알게 되었다.

소통과 설득의 리더십보다는 대립과 대치를 통해 의지를 관철시키려 하는 노무현 대통령식의 국정운영이 단지 노무현 대통령의 개인 문제가 아닌 청와대 핵심 참모 나아가서는 친노세력 모두의 문제였다는 것을 새삼 확인한 것이다. 필자와 통합을 주장하는 사람들에게 던져진 "진보개혁세력이 누구냐?"는 질문은 바로 "당신들은 진보개혁 세력이 아니다."란 말과 같은 의미이다. 그렇다면 참여정부가 "좌측깜박이를 켜고 우회전한 정권"이라는 진보 일단의 비난에 대해 '참평포'는 무어라 답할 것인지 궁금하다.

필자는 '범여권 통합이나 반한나라세력의 결집이 다가온 대선의 승리만을 위한 이합집산이 되어서는 안된다'고 생각해왔다. 범여권 통합은 집권욕에 눈이먼 김영삼씨의 망국적 3당합당으로 왜곡되고 굴절된 민주정당의 적통을 재건하는 것을 목표로 할때 성공할 수 있으며, 특정인을 배제하거나 특정인 혹은 특정 세력에 의존해서는 결코 소기의 성과를 낼수 없다는 것이 이제까지의 지론이다.

그런 의미에서 앞의 기사에서 밝혔듯이 노무현 대통령의 측근들의 정치세력화 자체를 반대하지 않는다. 현재 눈에 비쳐지는 참여정부평가포럼의 행동은 사실상 정치결사체를 지향하고 있다. 그런데 그들은 창당준비위나 정치결사체가 아닌 포럼이란 가면을 쓰고 참여정부의 성과를 자화자찬하면서 지지세를 결집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국민과 지지자에 대한 일종의 기만이고, 국민과 지지자를 기만하면서, 자신과 다른 진영에 서 있는 사람에게 "진보개혁세력이 누구냐?"며 너스레를 떠는 것은 관객의 조롱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또한 김기자가 "학계와 언론이 해야 할 참여정부의 업적에 대한 평가를 참여정부의 핵심 참모들 스스로 하겠다고 나선 것"이란 비판에 대해 "정권 말기에 스스로의 공과를 평가해 보는 것은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을 뿐이지 필요한 작업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한 것은 포럼과 자기성찰에 대한 개념을 혼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평포'가 포럼으로서 구색을 갖추려면 참여정부에 대해 칭송만 늘어놓는 인사 뿐 아니라 참여정부의 정책수행에 비판적인 인사 그리고 객관적으로 참여정부를 평가할수 있는 위치에 있는 인사들이 망라되어 있어야한다. 그런데 참평포에 그런 사람이 없음은 물론이고, 참평포의 멤버들은 포럼 밖에서 가해지는 건강한 비판마저 혼쾌히 받아들이지 못한다. 반론이 존재하지 않는 포럼은 포럼이 아니다.

차기 대선이 '노무현 대 야당후보 대결?'<

김기자가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대해 언급한 부분은 유창선기자의 기사를 근거로 함으로 언급을 피하고자 한다. 다만 차기대선에 지나치게 깊게 관여하는 대통령의 태도는 적절치 않다고 생각함으로 여기서 간단하게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차기대선후보의 공약에 대해 대통령이 나서서 시비를 가리는 것도 볼성 사납다.
대선후보의 공약에 대한 검증은 현직 대통령이 아닌 사회시스템, 이를테면 언론사의 초청토론회나 관련 학술단체나 시민단체 등의 토론회를 통하여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 이런 문제를 대통령이 나서서 일일이 언급하는 것은 합법이냐 불법이냐의 여부를 떠나서 대통령이 사회 검증시스템의 영역까지 간섭하는 아주 좋지않은 선례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대선을 하나의 운동시합이라고 가정해보자. 대선에 출마하려는 후보자들은 저마다의 무기(정책이나 공약)를 들고 시합에 임하게 될 것이다. 그런데 자기팀 선수의 플레이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이유로 감독이 갑자기 운동장에 뛰어들어 자기 선수를 제치고 상대선수를 공격한다면 이건 분명 시합이 아니다.

대통령이 차기대선후보의 공약을 비판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는 것은 엄밀히 말해 야당이나 여당의 타후보들이 해야할 일을 대통령이 가로챈 것이다. 이러한 대통령의 오버가 그 정책이나 해당후보에게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나 대통령에 대한 전폭적 지지자들에게는 시원함을 줄수 있겠지만 차기대선 구도는 엉망이 된다.

차기대선은 '노무현 대 이명박' 혹은 '노무현 대 박근혜'의 대결이 아니다. 또한 대통령이 말한 대선주자의 문제점을 국민들이 모르고 있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이 이쯤에서 차기대선 주자 평가에 발을 빼야하는 이유이다.

김종식기자가 필자와 유창선기자의 기사에 반박한 내용은 대부분이 노대통령이 현직을 떠나 자연인 이거나 혹은 일반 정치인 일때 가능한 일이다. 대통령은 한 사회에서 가장 큰 영향력을 가진 공인이다. 공인에게는 공인으로서의 의무가 자연인으로서의 권리보다 우선한다. 김기자가 이점을 유념했다면 애초부터 이런 반박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터넷한겨레,다음,더팬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참여정부평가포럼#참평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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