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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중충한 날씨의 날에 드디어 도착한 레고랜드
우중충한 날씨의 날에 드디어 도착한 레고랜드 ⓒ 강병구
지난번 여행기를 비롯하여 여러 번 밝힌 점이지만, 덴마크에서 레고 랜드에 가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번 여행의 중요한 목표였다. 어린 시절 가지고 놀던 블록장난감이 조형물의 수준으로 만들어져 인터넷에 떠도는 사진으로 볼 때면, 어릴 적 생각도 나고, 그런 것을 내 눈으로 꼭 보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었다. 그런 생각이 충만한 나로서, 덴마크에 와서 레고 랜드를 안 가본다는 것은, 참새가 방앗간을 그냥 지나가고, 고양이가 생선을 탐하지 않는 경지일 것이다.(개인적인 생각이니 덴마크에선 모두 그래야 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여하튼 이러한 생각에 이른 아침 오르후스를 떠나 빌룬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척 가벼웠다. 한데 이런 내 마음이 못마땅하기라도 한 듯, 아침부터 하늘이 우중충하였다. 하긴 북유럽에 도착한 이후 이 날까지 맑고 화창한 날씨를 보지 못했다. 보통 5월말 6월이면 쏟아지는 햇살에 눈을 뜨기도 힘든 곳이 북유럽이라는데, 2006년 그 맘 때의 날씨는 현지인들에게도 낯설 정도로 특이한 것이었다.

가는 길은 내 기대만큼 발걸음을 가볍게 해주지 않았다. 오르후스에서 베일레(Veile)라는 소도시까지 열차를 이용하고, 거기서 다시 버스를 타고 레고 랜드가 있는 빌룬까지 이동해야했다. 잘 알지 못하는 외국에서 지방 소도시로 이동하는 것도 편한 마음이 아닌데, 먼 거리가 아님에도 가격은 왜 이리 비싼지.(133DKK=약 24000원)

레고 랜드 안에서 찍은, 레고 랜드 입구 모습
레고 랜드 안에서 찍은, 레고 랜드 입구 모습 ⓒ 강병구
이런 이유로 베일레라는 덴마크의 소도시에 들러 버스만 환승하는 경험을 해야 했다. 그런데 가면서 생각해보니 베일레라는 소도시를 알리는데, 레고 랜드라는 인근 유명 테마파크만한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더불어 레고 랜드를 가는데 꼭 베일레를 거쳐야만 한다면(직통노선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여행서와 역 역무원을 통해 알아 본 레고 랜드 가는 방법은 베일레에서 버스를 갈아타라는 것뿐이었다.) 많은 사람들에게 베일레를 알릴 수도 있고, 환승지로서 쏠쏠한 교통요금도 챙길 수 있을 것이다.

이에 비해 용인하면 떠오르는 에버랜드나 민속촌은 서울에서 직통노선이 있는 관계로, 관광객에겐 이름에서나 용인을 인식할 뿐 직접 용인을 방문할 일은 없다. 그러므로 용인을 거치는 환승노선만 운영한다면 오히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용인시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레고 랜드의 베일레나, 산타마을을 통해 알려지는 핀란드의 로바니에미 같은 소도시 홍보법을 우리도 사용해 볼 수 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을 하며 열차와 버스를 갈아타고 한 두어 시간 만에 레고 랜드의 앞까지 도착했다. 우중충한 날씨에, 정류장에서 잠시 해매는 고생도 했지만, 어릴 적부터 기대하던 곳에 도착했다는 뿌듯함은 가슴 가득했다.

레고 랜드엔 세계가 있었다

입구 옆 벤치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자는 레고 아저씨
입구 옆 벤치에서 코를 골며 잠을 자는 레고 아저씨 ⓒ 강병구
생각만큼이나 비싼 입장권을 끊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들어간 그곳에는, 입구부터 기대를 충족시켜줄 것들이 가득했다. 들어가자마자 웃게 되었는데, 놀이공원 입구의 벤치에는 레고로 만든 웬 아저씨가 아이들을 대리고 와 피곤하다는 식으로 잠에 빠져있는 모습이었다. 더불어 코고는 효과음까지 나는 것이 센스 만점이었다.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의 안데르센 레고 모형
벤치에 앉아 있는 모습의 안데르센 레고 모형 ⓒ 강병구
레고 랜드에는 이처럼 레고로 만든 특이한 조형물들이 관람 영역이 아닌 곳에도 설치되어있었다. 전기톱을 들고 나무를 베려는 토끼의 모습이나, 공원 안 쪽 아이에게 동화책을 읽어주는 안데르센의 모형들이 공원과 조화되어 매우 특색 있는 모습이었다.

본격적인 볼거리는 좀 더 안으로 들어가자 펼쳐졌다. 마치 세계를 다 보여주려는 듯한, 레고로 만들어진 미니어처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엔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코펜하겐 공항부터 미국의 백악관과 할리우드, 고층빌딩과 신칸센, 그리고 오사카 성이 있는 일본, 중국, 노르웨이, 독일 등의 명소를 어떻게 만들었는지 신기할 정도로 정교하게 축소해 놓았다.

레고 랜드의 미니어처 세계
레고 랜드의 미니어처 세계 ⓒ 강병구
더불어 상당수의 모형들이 움직이기도 했는데, 포뮬라 자동차 경주장의 자동차는 버튼을 누르면 빠른 속도로 앞으로 나가는 모습을 연출했고, 항구의 배는 교각이 열리는 시각에 맞춰 지나가곤 했다. 그런 레고 미니어처 세계를 일주하는 열차까지, 레고나 모형을 꼭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신기하게 볼만 한 것들이 가득했다.

뭐 이런 상황이었으니, 얼마나 마음을 들떴을까? 그저 어릴 적 꿈이 현실이 된 것 같은 마음에 이리저리 둘러보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사진 찍고, 둘러보고, 움직이는 버튼 눌러보느라 옆에 있던 덴마크 꼬마나 마찬가지였다.

이런 미니어처들 외에도 놀이 공원인 만큼, 놀이기구들도 있었다. 단 이런 놀이 기구들도 레고 블록을 조립한 모양을 하고 있었다. 뭐든 레고와 관련 없는 것들은 없었다.

정교하게 재현 된 노르웨이 베르겐의 모습. 이후 방문한 베르겐 모습과 너무 흡사하여 깜짝놀라기도 했다.
정교하게 재현 된 노르웨이 베르겐의 모습. 이후 방문한 베르겐 모습과 너무 흡사하여 깜짝놀라기도 했다. ⓒ 강병구
다만 몇 가지 아쉬움이랄까? 우선 먹을거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 점이 있었다. 사실 어느 나라 놀이공원을 가도 먹거리가 만족스러운 경우는 드물지만, 레고 랜드는 그런 부분이 좀 더 심했다. 가격도 여느 놀이공원처럼 비싸기도 했지만 말이다. 또 생각보다 규모가 크지 않은 점은 크고 넓은 테마파크를 생각하는 한국인들에게는 좀 실망스러울 수도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중국과 일본의 대표 미니어처들은 있는 것에 비해 한국의 것은 특별히 보이지 않는 점이 아쉬웠다. 물론 머나먼 덴마크 땅의 테마파크가 한국을 배려하여 만들어야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인의 눈으로서는 일본의 신칸센과 가마쿠라의 동대사 대불까지 보이는 것에 비해 우리 것은 전혀 안 보이는 것이 기본적으로 아쉬웠다는 말이다. 물론 여기 전시된 미니어처들에 표현되지 않은 나라들이 더 많다는 점에선 당연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덴마크 여행을 마치며

레고로 표현 된 일본의 모습
레고로 표현 된 일본의 모습 ⓒ 강병구
반나절 레고 랜드 방문은 레고사 정문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돌아가는 버스를 타는 것으로 마쳤다. 더불어 이것을 마지막으로 덴마크에서 여행일정도 마치게 되었다.

오르후스로 돌아가는 열차 안에서 레고 랜드와 덴마크에 대한 짧은 생각들을 해보았다. 먼저 레고 랜드를 우리나라에 유치하는 것이 어떨까하는 생각부터 들었다. 레고에 대한 개인적인 호감도 있지만, 이런 독특한 테마파크는 흔하지 않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최근 서울에 디즈니랜드를 유치한다는 둥, 유니버설스튜디오를 한국에 만들겠다는 둥의 소식이 심심찮게 들린다.

하지만 디즈니랜드는 이미 일본 도쿄와 홍콩에 있고, 유니버설스튜디오도 오사카에 있는 것에 비해 아직 레고 랜드는 아시아에는 없다는 점에서, 오히려 유치해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었다. 하긴 90년대 말 이미 한번 시도 되었다가 수도권규제정책으로 좌초된 적이 있다고는 하는데, 이제는 저런 익숙한 테마파크를 적극 유치한다니 레고 랜드가 지금에와 특별한 결격사유가 되지는 않을 듯하다.

빌룬의 레고랜드 바로 옆에 위치한 레고 본사
빌룬의 레고랜드 바로 옆에 위치한 레고 본사 ⓒ 강병구

그리고 전에 일본을 방문했을 때도 느낀 점이지만, 놀이 공원에 아이들 손을 잡고 평일에 놀로 온 가족단위 방문객들이 인상적이었다. 우리 같으면 평일 꿈도 못 꿀 것 같지만, 이곳에선 평일 방문객의 상당수가 이런 류였다. 그리고 이런 점은 몇 해 전 일본에 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평일 아이들 손을 잡고 놀이 공원을 방문하는 여유. 이런 점이 선진국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니 자연스레 덴마크에 대한 이러저러한 생각이 들었다. 북유럽의 여느 나라처럼 바쁘지 않은 모습과 여유가 있는 삶. 비싸기도 하지만, 조금만 노력하면 저렴한 것도 찾을 수 있는 곳(유스호스텔이 우리식 관광 호텔 급이기도 하고, 음식점에서 음식을 먹으면 비싸지만, 가게에서 장을 보아 직접 요리를 한다면 먹거리를 우리나라보다 훨씬 싸게 만들 수도 있다.) 조용하고 안락하면서도, 즐거운 흥겨움이 있는 모습이 짧은 여행 속에서도 찾아 볼 수 있는 덴마크의 미덕이었다.

단 무조건적으로 덴마크에 대한 환상을 갖게된 것은 아니다. 특히 준법정신과 청결 상태를 보자면, 도시만을 비교할 때 꼭 우리보다 나은 것만은 아니었다. 열차 역에서 본 담배꽁초들이나, 흡연자가 생각보다 많이 보이기도 했고, 이곳에도 구걸인이 있었다. 더불어 번화가의 아침에는 우리처럼 청소를 해야 깨끗한 모습이기도 했고 말이다. 그런 점에서 우리보다 격이 다르다는 식의 환상은 필요 없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담배꽁초가 많이 보이는 덴마크 열차 선로
담배꽁초가 많이 보이는 덴마크 열차 선로 ⓒ 강병구

[여행팁 22] 빌룬의 레고랜드 찾아가기

앞에서도 소개했지만, 레고랜드가 위치한 빌룬은 덴마크 북서쪽의 작은 지방 소도시이다. 그러므로 방문시에는 미리 교통편을 염두하고 출발해야한다.

필자가 선택한 방법은 오르후스에서 숙소를 잡아 1박을 한 후, 베일레까지 열차를 타고 베일레에서 다시 버스로 환승하여 레고랜드까지 간 것이다. 하지만 꼭 오르후스에서 머물러야할 필요는 없고, 코펜하겐에서 바로 가는 것도 가능하다. 다만 코펜하겐에서 바로 간다면 총 4시간 정도 시간이 걸릴 것이다. 오르후스행 열차를 타고 가다 중간에 잇는 베일레에 내리면 된다. 특급열차의 경우 베일레에 정차하지 않는 경우도 있으니 미리 확인하고 타자.

베일레에서 빌룬으로 가는 방법은 버스를 이용하는 것인데, 베일레 역에서 내려, 역 밖으로 나오면 바로 버스 환승장이 보일 것이다. 거기서 907X 버스 등을 이용하면 된다. 대부분 사람들이 레고랜드로 향하므로, 잘 모르겠다면 주변 사람들이나 역무원에게 물어보면 친절히 알려준다.

/ 강병구

덧붙이는 글 | 지난 2006년 4월 21일부터 7월 28일까지 러시아와, 에스토니아, 유럽 여러 국가를 여행했습니다. 약 3개월간의 즐거운 여행 경험을 함께 나누고자 올립니다. 다음 기사는 6월 5일(화요일)에 이어집니다.


#북유럽#덴마크#레고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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