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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8일부터 제주 한라체육관 등지에서 열린 제주민속한마당에 많은 제주도민이 찾아 일부 체험코너에서는 재료가 떨어져 참가자들이 발길을 돌리기도 할 정도로 성황이었다.
ⓒ 김기
국립민속박물관(관장 신광섭)과 제주특별자치도(도지사 김태환)는 지난 18일부터 28일까지 제주시 제주학생문화원 및 한라체육관 등에서 '2007 제주민속문화의 해' 일환으로 제주민속한마당을 개최했다.

초파일 등이 겹친 징검다리 휴일로 육지의 많은 행사들이 관객동원에 발을 동동 구른 것과는 달리 제주민속한마당은 학생들의 동원 없이 가족단위 관람객이 몰려들어 성황을 이뤘다.

이렇듯 제주민속한마당이 큰 성과를 올린 것은 지난해부터 2년 동안 하나의 주제로 지속해온 국립민속박물관과 제주특별자치도의 노력의 성과다. 더불어 이번 제주민속한마당은 몇 가지 독립적인 행사들을 한데 모은 데서 시너지를 불러온 것으로 관계자들은 평가했다.

이번 제주민속한마당은 '제주박물관연합전'을 비롯해서 청소년들과 함께하는 푸짐한 '제주학생축제'와 '전국한뫼청소년민속백일장대회와 전국민속사생대회', 국립국어원 주관의 '제주방언대회', 그리고 축제를 만끽하는데 빠질 수 없는 볼거리, 놀거리, 먹을거리가 열흘간 행사장에서 방문객들의 발길을 멈추게 하였다.

▲ "제주옛말 혼번 고라봅주(한번 얘기해 봅시다)" 제주어 경연대회에 나선 한 어린이모습. 제주 옛말 그대로 말하니 외지인들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이었다.
ⓒ 김기
또 국립국어원 주관의 '표준어, 지역어, 사회 방언의 공존모색'의 주제로 학술대회가 열렸으며, 국립민속박물관이 주최하고 제주도박물관협의회가 주관하는 '전국박물관협력망학술대회'를 가져 전국 각지에서 제주를 찾은 박물관 및 시도 문화담당 관계자들에게 학습과 체험의 장을 제공하였다.

보통 민속행사가 일반의 관심을 끌기 어려운 것이 안타깝지만 대체의 현실이지만 백지장도 맞들면 낫다는 옛말을 실감할 수 있었던 여러 행사의 집중효과는 예상보다 컸다. 전례가 없이 처음 시도된 국립민속박물관의 '지역민속문화의 해' 중기 계획의 첫 파트너인 제주도청 관계자들도 1년 반에 보여준 큰 성과에 놀라는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신광섭 국립민속박물관장은 "열흘의 기간 동안 거둔 가시적 성과보다 이번 사업을 통해 자치단체의 자발적 참여를 견인한 것에 의미를 두고 싶다"면서 "그로써 자치단체 문화담당 공무원들과 현장 활동가들에게 자신감을 갖게 한 것은 큰 보람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신 관장은 "올해로 제주와의 2년 협약을 마치는데, 이번 경험을 토대로 전라북도와의 또 2년은 보다 질 높은 성과를 얻을 자신과 기대를 갖게 됐다"고 평가했다.

삼다도 제주는 박물관천국

▲ 제주민속한마당을 찾은 전국 각지의 박물관, 문화관계자들이 제주박물관엑스포를 찾았다
ⓒ 김기
바람, 돌, 여자의 삼다도 제주는 최근 '이다'로 바뀌었다. 여성보다 남성인구가 늘어 더는 삼다도란 말을 붙이기가 어렵게 됐다. 그러나 제주는 국립제주박물관을 비롯해 자연과 사람, 세계의 민속, 건강과 성, 감귤과 녹차 등 다양한 주제의 박물관이 50여 개 몰려있다. 인구 56만에 박물관 50개는 국내 인구수 비례 가장 높은 박물관밀도를 자랑한다. 정치, 경제, 문화가 밀집한 서울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통계수치이다.

제주에 이토록 박물관이 밀집된 것은 육지와 달리 민속자원의 보존상태가 좋고, 사계절 외부 방문객이 끊이지 않는 관광지로서의 지리적 이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제주 박물관은 제주가 아닌 외지인이 건립한 아프리카 박물관 등도 찾아볼 수 있다.

이들 박물관들이 모인 제주박물관협의회가 이번 제주민속한마당에 큰 몫을 담당했다. 이번 축제 중 제주박물관협의회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지역박물관엑스포를 열었는데, 행사 부스에 열흘간 3만4000여명이 방문하였다.

이렇듯 국립민속박물관이 심혈을 기울여 온 제주민속문화의 해 사업이 이미 전국에 입소문이 퍼져, 제주민속한마당에는 전국 각지의 국공립·사립 박물관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이들은 민속한마당 각 프로그램은 물론 27일 열린 박물관협력망 학술대회에도 참석해 발제된 내용들을 꼼꼼히 살피는 모습들이었다. 특히 시도 자치단체 문화담당 공무원들이 국립민속박물관 행사에 참석한 것은 이례적인 것으로 박물관을 중심으로 한 민속문화발전의 좋은 징조로 보인다.

▲ 제주박물관협의회가 연 박물관엑스포에 많은 관람객이 찾았다.
ⓒ 김기
또 이번 제주박물관협의회가 주최한 박물관엑스포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개발한 158종의 문화상품도 선보였다.

국립민속박물관 문화상품팀이 공모를 통해 전국 30개 사업체 및 개인을 선정하여 디자인에 대한 조언과 협력으로 제주 문화를 소재로 한 현대적 감각의 문화상품을 개발하게 된 것이다. 이번 국립민속박물관이 개발한 문화상품은 사업체 위주로 공모를 추진하여 개발만 하고 사장되기 십상이던 폐단을 극복하고 향후 꾸준한 판매를 기대할 수 있게 됐다.

청소년문화 속에 자라는 우리 민속

제주뿐만 아니라 급속한 현대화 과정 속에서 뒤로 물려져 있던 한국민속문화의 중흥은 청소년들에 달렸음은 두말할 나위 없다. 이번 제주민속한마당에는 초등학생 이하의 아동을 대동한 많은 가족들이 행사장을 찾았고, 백일장, 방언대회 등 청소년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는 등 고무적인 현상을 보였다.

▲ 제주박물관엑스포에는 국립민속박물관이 개발한 158종의 제주민속문화상품이 선보여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 국립민속박물관
제주서 태어나 자랐다 해도 이미 서구화된 의식주 생활 속 어린이들이 겪어보지 못한 제주의 민속과 탈만들기, 한지공예 등 전국공통의 민속을 경험하는 제주 어린이들은 더운 날씨에도 재미에 푹 빠진 모습들이었다. 탈만들기 체험 등 일부 코너에서는 준비된 재료가 동이나 일찍 참가접수를 마감하는 등 민속문화에 대한 일반의 관심이 부쩍 늘어났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타악과 비보이를 함께 묶고, 전국적으로 뜨거운 인기를 얻고 있는 줄타기 등 볼거리도 한몫했고, 빙떡, 보리미숫가루 등을 무료로 만들고, 시식하는 즐거움도 빼놓을 수 없다. 그러나 제주민속한마당이 성공하는데 가장 큰 견인차 역할을 한 것은 국립민속박물관이 끈질기게 추진해온 박물관협력망사업의 성과라고 보는 것이 일반이다.

요즘 협력망사업의 상징처럼 전국을 누비는 찾아가는 박물관버스가 있기는 하지만 처음 국립민속박물관 직원들은 자신의 승용차에 짐을 바리바리 싸들고 봇짐장수처럼 박물관들을 찾아다녔다. 그런 노력들이 켜켜이 쌓여 작년에는 문화관광부 최고의 혁신 사례로 꼽히기도 했고, 사립박물관을 비롯해 많은 사람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제주민속한마당#국립민속박물관#협력망사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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