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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궁사, 옆에 노거수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다
용궁사, 옆에 노거수 느티나무가 버티고 있다 ⓒ 이현숙
백운산 입구에는 용궁사라는 절이 있다. 크게 알려지지 않은 절이어선지 절 마당에는 차를 주차할 수 있는 공간도 있고 비교적 한산하다. 석가탄신일을 앞둔 터라 올망졸망 달린 연등이 바람에 동그르르 돌고 있고 수령이 1200년이나 되었다는 노거수 느티나무가 절의 수호신처럼 우뚝 서서 절을 지키고 있다.

이 절의 관음전에는 옥불을 모셨었다고 한다. 일제시대 때 침탈당해 지금은 볼 수 없지만 그 옥불에 얽힌 전설이 절 이름조차도 백운사에서 용궁사로 바꾸어 놓았단다.

그 옛날 영종도에는 고기잡이를 하며 근근이 살아가는 손씨라는 사람이 있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고기를 잡기 위해 늘어놓았던 그물을 걷어 올리니 그물에 작은 옥돌부처가 걸려 올라왔다.

부처님에 대해 잘 알지 못했고 불심도 없었던 손씨는 투덜거리며 고기 대신 걸려온 옥돌부처를 바다에 던져버렸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그물을 거두어 들일 때마다 그 옥돌부처가 걸려 올라왔다. 이런 일이 반복되니 손씨로서도 예삿일이 아닌 듯 생각되어 그 옥돌부처를 백운사로 가져왔고, 그때부터 백운사에서 모시게 되었단다.

흥선대원군이 썼다는 '용궁사' 편액
흥선대원군이 썼다는 '용궁사' 편액 ⓒ 이현숙
건물 앞면에는 흥선대원군이 직접 쓴 '용궁사'라는 편액이 걸려 있다. 이것은 전설을 전해 들은 흥선대원군이 절 이름을 백운사에서 용궁사로 바꿔야 한다며 직접 썼다고 한다.

백운산 올라가는 길과 길 중간에 만난 체력단련장
백운산 올라가는 길과 길 중간에 만난 체력단련장 ⓒ 이현숙
절을 둘러보고 산을 오른다. 해발 255m 아담한 높이인 백운산 정상에 서면 북쪽으로는 운북동, 서쪽은 운서동, 남쪽은 운남동이 보인다. 가파른 길을 두 번 지나고, 줄곧 좁은 오솔길이다. 이름이 나지 않은 산이어서인지 인적도 없어 줄곧 우리 둘뿐인 아주 호젓한 산행을 즐긴다. 20분 정도 가자 간단한 운동시설이 나타났고, 20분을 더 가니 팔각정 뒤로 정상이 보인다.

백운산 정상...시야가 흐리다
백운산 정상...시야가 흐리다 ⓒ 이현숙

정상에서 만난 풍경들...
정상에서 만난 풍경들... ⓒ 이현숙
올라올 때는 한 사람도 볼 수 없었는데 정상이 가까워오니 꽤 많은 사람들이 왁자지껄 모여 있다. 팔각정에는 넓은 마루가 놓아져 있는데 마루에 앉아 도시락을 먹는 사람도 있고, 술잔을 기울이는 어른들도 있다. 산악회에서 왔는지 벌써 배낭을 챙겨 메고 산을 내려가려고 서두르는 사람들도 있다.

과연 주산답게 영종도가 한 눈에 바라보인다. 작은 섬들이 한 조각 구름처럼 여기저기 떠 있고, 인천으로 나가는 배를 타는 구읍 선착장 가는 길도 길게 뻗어 있다. 그리고 바로 눈앞에 인천대교 건설현장이 있다.

건설현장은 한 곳이 아니다. 아파트를 짓느라, 또 새 건물을 짓느라 여기저기 시뻘건 흙이 파헤쳐져 있고 미처 정리되지 않은 주변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새롭게 변모하는 영종도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눈앞에 펼쳐져 있는 것이다.

내가 중학교 때, 언니가 용유도로 피서를 왔다가 배를 타는데 힘들었던 이야기를 무용담처럼 해 주었는데. 이제는 섬이 아닌 육지요, 완전 도시화가 되어 가고 있다. 좋다고도 나쁘다고 할 수 없지만 눈앞은 뿌연 안개로 시야가 흐려져 있었다. 시야가 맑으면 대부도, 선재도, 영흥도도 보인다는데. 혹시 영종도에 신공항이 들어온 후로 안개가 자주 낀다는데 그 여파는 아닌지 의심해 본다.

우리는 육각정 마루에 앉아 준비해 간 과일을 펼쳐 놓고 먹으며 옆사람들의 이야기를 귀동냥해 듣는다. 나이 드신 어른들의 인생무상 이야기, 시대적 유감을 토로하는 이야기. 속으로 맞다맞다 하면서도 우리에게는 영원히 닥칠 것 같지 않은 머나먼 이야기로 들린다.

과일을 먹으면서 점심 먹을 곳을 정한다. 오면서 '신공항 하이웨이'란 책을 보고 오리구이 집을 가려고 했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부담스럽다. 양도 그렇고 가격도 그렇고. 그냥 이름난 해물칼국수나 먹자고 결정하고, 산에서 내려와 해물칼국수집으로 향한다.

그런데 이건 사람들이 와글와글이다. '어쩌지' 그러나 이왕 왔으니 기다리자며, 카운터로 가 휴대전화번호 뒷자리를 알려주고 사람 숫자를 알려준다. 이 집의 방식이라며. 20분은 기다려야 한단다. 해물을 많이 주고 반찬도 맛있다는 이 집 이름은 황해 슈퍼 칼국수.

영종도 명물 해물칼국수...
영종도 명물 해물칼국수... ⓒ 이현숙
바지락과 동죽, 그리고 위에는 커다란 가리비가 두 마리 떡하니 버티고 앉아 있다. 사람이 많으면 불친절하게 마련인데, 이 집은 아주 친절한 것도 특징으로 꼽을 만하다. 차례를 기다려 칼국수를 먹고 차에 탄다. 그런데 집으로 돌아가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

난 아까 시외 버스에서 본 지명, 왕산해수욕장이 궁금하다며 한 번 가보자고 제안한다. 우리가 칼국수를 먹은 곳이 을왕리 해수욕장 입구니까, 멀지 않은 곳이다.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고개를 하나 넘자 왕산해수욕장이 나타났다. 왕산이란 이름은 왕이 살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란다. 해안선도 예쁜데 어느새 때이른 피서객들이 드문드문 자리 잡고 있다.

왕산해수욕장에서 물을 만나 신이 난 아이들...
왕산해수욕장에서 물을 만나 신이 난 아이들... ⓒ 이현숙

왕산해수욕장옆 어선과 어부...
왕산해수욕장옆 어선과 어부... ⓒ 이현숙
한쪽엔 어선이 있고, 어선에서 어구를 손질하는 어부도 있다. 어선을 지나 마른 갯벌을 지나자 온통 자갈밭과 바위 덩어리가 모여 있고, 낚시꾼들이 하나 둘 나타난다. 아이나 어른이나 다 바다를 향해 낚싯대를 드리우고 바닷물에 눈을 두고 있다. 해수욕장이지만 항구이고 낚시터이기도 한 바닷가. 용유도를 여러 번 왔는데도 왕산해수욕장은 처음이었다.

낚시를 하는 아빠와 아들, 그리고 사람들...
낚시를 하는 아빠와 아들, 그리고 사람들... ⓒ 이현숙

바다는 낚시꾼도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다 품어준다
바다는 낚시꾼도 레저스포츠를 즐기는 사람들도 다 품어준다 ⓒ 이현숙
오른쪽 옆으로 오후의 그늘이 드리워져 있어, 우리는 자리를 깔고 편하게 앉아 바다를 바라보았다. 보트도 떠있고 수상스키도 날아다닌다. 벌써 수영을 하는 사람도 있다. 하얀 돛을 단 요트도 나타났다. 바닷가에 오니 이제 정말 여름이라는 걸 실감하게 된다.

아이가 엄마와 같이 걸어가다가 첨벙첨벙 물쪽으로 다가간다. 발등을 적시던 물이 잠깐 사이 허리에 찬다. 아이가 숨어있는 웅덩이에 발을 넣은 모양이다. 아이는 엄마를 부른다. 신 한 짝이 없어졌다나. 눈을 흘기던 엄마 아이가 있는 곳으로 가 신을 찾아 들고 야단을 친다.

"그러길래 뭐랬어. 그냥 이리로 가라니까, 거긴 모하러 들어가냐구."

아인 엄마말 따윈 상관 없다는 듯 계속 물속에서 물장난을 치며 걷는다.

'그렇지, 애들만 아주 물 만난 거지.'

하지만 그냥 바라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멋있다. 물을 무서워하고 수영도 할 줄 모르는 나지만 바다는 언제 봐도 좋다. 사람이 너무 많은 한 여름의 바다보다 약간의 여백이 있는 철 이른 바다를 바라보고 있자니 정말 가슴이 탁 트이는 기분이다.

덧붙이는 글 | 백운산 찾아가는 길
인천국제공항고속국도-신불인터체인지-영종용유방향해안도로-운남동 영종출장소-용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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