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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손학규 전 지사 측 제공

"경의선, 동해선 연결이 있었습니다. 대통령님의 업적이었습니다." (손학규 전 지사)

"북한이 손 지사에게 적극적인 자세인 거 같아요."(김대중 전 대통령)

손학규 전 지사가 20일 오후 3시 동교동 자택으로 김대중 전 대통령(DJ)을 방문해, 지난 9일부터 12일까지 방북한 결과를 설명했다. 두 사람의 대화는 화기애애했다. 손 전 지사는 지난 17일 있었던 경의선과 동해선의 남북열차 연결에 대해 DJ에게 "대통령님의 업적"이라고 축하했다.

손 전 지사가 방북과정에서 있었던 일을 죽 설명하자 DJ는 "북한이 손 지사에게 적극적인 자세인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넸고, 손 전 지사는 다시 "제가 벼농사 시범사업을 한 것 등이 대통령님의 햇볕 정책을 구체적으로 발전시킨 것으로 높이 평가하는 것 같았다"고 받았다.

약 1시간 10분 동안 진행된 이날 면담에서 손 전 지사는 DJ의 베를린대학의 자유상 수상 축하로 말문을 튼 뒤 "남북열차 연결이 됐으니, (이걸 통해) 시베리아 거쳐 쭉 철의 실크로드를 가셔야죠"라고 말했다.

DJ는 "이번에 연결된 것은 주변국가들 모두 좋은 거고, 손해 보는 나라가 하나도 없는 것"이라면서 "기차가 가는데 철도가 바다보다 기간이 짧고 가격도 그렇고 20~30% 운임이 싸고 더 안전하다, 바닷가 해협엔 해적이 많다"고 답했다.


손학규 "어떤 정권 들어서느냐에 통일과 분단고착화 달려"

손 전 지사는 "앞으로 5년은 통일로 가느냐, 아니면 분단국가 고착화로 가느냐 하는 중요한 시점"이라며 "이는 어떤 정부, 어떤 정권이 들어서느냐에 달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후 5년이 남북 간에 획기적 발전 전환의 계기가 되면 정전협정이 평화협정으로 바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손 전 지사는 "방북 때 북한은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만 해결되면 2·13합의를 지킬 것이라고 했다"고 전한 뒤 최근 논란이 일고 있는 남북관계와 6자회담 간 선후 논란에 대해서는 "앞서거니 뒤서거니 해야 한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대해 DJ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에 따른) 한반도 비핵화 원칙에 대한 합의가 있었기 때문에 북핵 실험을 문제 삼을 수 있는 법적 당사자는 우리 뿐"이라면서 "우리가 주도적으로 북한의 핵실험에 대해 말해야 하고 이를 위해서라도 남북정상회담을 해야 한다"고 남북정상회담 필요성을 재강조했다.

손 전 지사는 또 햇볕정책에 대해 "남북이 소통하는 정책에 우여곡절이 있고 진행 속도가 더딘 적도 있었지만 이만큼 진전되어 큰 보람을 느끼실 것 같다"면서 "남북관계가 발전되어 공동번영의 기초가 될 것이고, 그래서 저는 한나라당이 집권해도 햇볕정책을 지지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DJ는 손 전 지사에게 한국의 민주화 역사와 재임 시절 노사정책을 설명하면서 "민주주의의 자유를 보장하되 법치국가 원리를 어겨서는 안 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면담에 배석한 손 전 지사 측 이수원 공보실장은 면담 뒤 "김 전 대통령과 남북문제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 국가경영의 길, 외교의 중요성, 법과 질서, 국민의 위대한 힘, 한국의 민주주의 등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나눴으며 특히 김 전 대통령이 애정을 품고 조언했다"고 전했다.

ⓒ 손학규 전 지사 측 제공

'범여권 이미지' 피하던 손학규, 대권돌파구 DJ에게서 찾나

이수원 공보실장은 "손 전 지사가 왜 방북결과를 DJ에게 설명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김 전 대통령은 남북문제에 대한 최고 전문가 아니냐"면서 "대화의 초점은 철저히 남북문제에 맞춰졌으며 정치현안에 대해선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정치적 해석을 경계했다.

설사 범여권 통합 논의나 대권도전 등에 대한 대화가 없었다 해도, 두 사람의 만남 자체에 대단한 정치적 의미가 담길 수밖에 없다. 손 전 지사는 지난 3월 한나라당 탈당 후 범여권 인사들과의 접촉을 피하는 등 자신에게 범여권 이미지가 덧씌워지는 것을 거부해왔다.

그랬던 손 전 지사가 전격적으로 호남과 범여권의 대부인 DJ를 찾은 것이다. 결국 대북정책을 고리로, 대권도전의 돌파구를 DJ에게서 찾겠다는 뜻을 정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면담은 우선 'DJ-손학규' 연대설을 확산시킬 것으로 보인다. 손 전 지사는 김대중 전 대통령 집권 시절부터 햇볕정책에 대해 계승ㆍ발전 대상이라고 말해왔고, 최근에는 거듭 햇볕정책의 유용성을 강조하면서 자신의 평화번영정책이 햇볕정책보다 한 발 더 나간 것이라고 주장해왔다. 또 범여권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4개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김대중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정상회담은 남북 간에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해왔다.

이번 손 전 지사의 방북에도 DJ쪽의 지원이 있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양쪽 모두 부인하지만, 손 전 지사가 방북 전에 DJ쪽의 박지원 비서실장과 임동원 전 통일부 장관을 만났다는 것이다.

호남에서 손학규 지지도 상승 중

특히 이날 만남은 최근 여론조사결과 손 전 지사가 호남 지역에서 다른 범여권 후보들을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진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 15일 <내일신문>과 여론조사 기관 '디 오피니언'이 지난해 열린우리당 2·18 전당대회에 선거인단으로 참여했던 대의원들을 상대로 벌인 범여권 대선후보 선호도 조사에서 손 전 지사는 21.0%로 1위를 차지해, 18%에 그친 전북 출신의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을 앞질렀다. 손 전 지사는 특히 호남 지역 대의원들에게서 32.1%의 높은 지지를 받았다(당시 선거인단 1만2130명 가운데 700명을 대상으로 한 전화면접조사로, 표본 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7%포인트).

손 전 지사는 5·18항쟁 27년을 맞아 광주를 방문한 지난 17일과 18일, 범여권 주자들 중 눈에 띄는 환영을 받았다.

이래저래 다른 범여권 주자들은 더욱 초조하게 됐다.
#손학규#김대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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