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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백화점의 슈퍼와인세트, 1500만원대 초고가로 관심을 모았다.
한 백화점의 슈퍼와인세트, 1500만원대 초고가로 관심을 모았다. ⓒ 오마이뉴스 자료사진
고급 와인에 관심을 보이는 성향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비싼 와인은 한 병에 1백만 원대를 호가하지만, 없어서 못 파는 현상은 이를 대변한다. 비싼 와인일수록 좋다는 인식은 해외에서 가장 대중적인 술이 와인이라는 사실과 어울리지 못한다.

와인은 문화 커뮤니케이션의 매개체다. 와인은 하나의 문화적 탐색과 정체성 형성의 기호가 되었다. 오랜 역사와 다양한 와인의 종류는 끝도 모를 또 하나의 모호한 세상으로 인도한다. 와인 자체도 즐기지만 와인을 둘러싼 분위기를 즐기는 문화 코드로 생각해볼 수 있다. 그 속에서 자신만의 왕국을 만들어내고, 같은 동호인들이나 소통 주체들과 와인 제국을 형성한다.

그 과정에서 배타적인 경계 짓기의 투쟁이 일어나기도 한다. 실제로 그러한 왕국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환상의 나라다. 그것을 깨달을 때까지 와인 열풍은 계속 소비를 부추기는지 모른다.

물론 와인 열풍으로 술자리 문화의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 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고대 그리스 사람들은 와인을 마시면서 토론하는 습성이 야만인과 다른 점이라고 자부했다. '신이 내린 최고의 선물'이라는 와인이 문화와 세련미의 동의어처럼 쓰였다. 와인 열풍 속에서 회식 문화나 술자리 문화가 바뀌고 있다는 평이다.

그간 우리의 술 문화는 만취 문화였는데, '취하는 문화'에서 '즐기는 문화'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폭탄주보다 많은 대화가 가능해진다면 좋은 일이다. 이 때문에 와인 술자리는 젊은 여성은 물론 중장년층까지 폭넓게 호응을 얻고 가족 문화나 조직문화에 변동을 주고 있다. 우리 술, 술 문화의 결핍적 요소들이 와인 열풍이라는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와인 열풍에 대한 비판적 시선도 있다. 우선 너무 많이 마신다는 것이다. 와인은 건강 음료가 아니라 술이다. 다만, 조금 맛있는! 아무리 좋은 약이라도 많이 먹으면 독이 된다. 과일 주스처럼 와인을 마시는 사람도 많다. "와인은 건강에 좋다니까…"라며 과음을 합리화한다. 일부에서는 와인에 들어있는 이산화황이 각종 질병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한다.

'프랜치 패러독스'에 대한 비판도 만만치 않다. 프랑스 사람에게 심장병이 적다는 '프랜치 패러독스'를 이유로 마니아들은 와인은 많이 마셔도 좋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프랑스 사람들이 알코올성 간 질환 사망률이 서구에서 가장 높다고 한다.

최근 와인의 심장병 예방 효과가 과장됐다는 연구 결과까지 나왔다. 중요한 것은 '와인'이 아니라 '하루 한두 잔'인데, 와인이 아닌 다른 술도 한두 잔씩만 마시면 비슷한 효과가 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웰빙 열풍에 영합한 무분별한 와인 마케팅은 사람들의 건강을 오히려 해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러운 것이다.

더구나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는 이들이 대폭 늘어나고 있는 것은 사실로 보인다. 와인을 모르면 술자리가 불편을 느끼는 시대가 됐는지도 모른다. 한 경제연구소 설문 조사 결과를 보면 기업 CEO 다섯 중 네 명 이상(84%)은 와인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은 적이 있다고 대답했다. '좋은 술 골라 보라'든가 와인 지식에 관한 대화에 끼지 못할 때 심하다고 한다.

프랑스에만 8000여 포도원이 있고, 그곳에서 자체 브랜드로 여러 제품을 쏟아내고 있으니 전 세계적으로 그 이름을 다 알기란 불가능하다. 스트레스가 아니라 즐기는 대상이어야 하겠다. 아는 척하며 사람들 앞에서 기죽지 않으려 마셔봤다고 하려다 보면 비용도 그렇지만 사람들 그리고 와인과 가식 속에서 오히려 서로 멀어지게 되는 것은 아닐까 싶다. 도대체 왜 와인에 주목을 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시점이기도 하다.

덧붙이는 글 | 데일리안에도 보낸 글입니다.


#와인#웰빙#음주문화#신의 물방울#포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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