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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진영 시민사회세력의 정치세력화를 기치로 지난 15일 출범한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은 16일부터 6월 15일까지 30여일간 전국 순례에 나섰습니다. 이들은 이 기간동안 버스를 타고 전국을 순회하면서 강연회, 토론회를 열며 '신당 창당'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확산시킨다는 계획입니다. 정대화 상지대 교수는 전국 순례 글을 거의 매일 <오마이뉴스>에 송고할 예정입니다. 이 글이 그 첫 번째입니다. <편집자주>
전국 순례를 떠나기 전에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했다.
전국 순례를 떠나기 전에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했다. ⓒ 미래구상 제공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 그 이름도 야릇한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어제 통합창립대회를 치르고 모인 이유는 서울을 떠나기 위해서였다. 오랫동안 꿈꾸었던 <미래한국 희망만들기 전국순례>를 시작하는 것이다.

우리가 왜 길을 나서는가? 대선에 참가한다면서, 대한민국의 중심이자 정치의 중심인 수도 서울을 왜 떠나는 것일까? 정치 1번지 여의도로 가야 할 사람들이, 덩치 큰 언론을 자주 만나야 할 사람들이 이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왜 떠나야 하는 것일까? 우리의 문제의식은 여기에 있다.

서울은 대한민국의 중심이다. 그러나 수도권을 포함해서 2천만 명 이상의 인구를 떠안고 있는 서울은 대한민국의 선량한 중심이 아니다. 거저 상대하기 버거운 골리앗 서울로서 유아독존적으로 존재할 뿐이다. 더구나 그 서울은 또 하나의 나라인 '강남공화국'까지 껴안고 있으니 공화국보다 거대한 도시라 할 수밖에 없다.

우리는 변방으로 향한다

어디로 가려 하는 것인가? 대략의 일정은 있지만 자유의지를 믿고 정처없이 가려 한다. 가다보면 길이 나올 것이고, 길 위에서 무수히 많은 사람들을 만날 것이다. 길이 나오면 그 길을 가고, 사람을 만나면 다가가서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싶다. 한 사람을 만나면 함께 길을 걸으면서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여럿을 만나면 허름한 주점에서 막걸리잔을 기울이며 속닥거릴 수도 있다. 더 많은 사람이 모이면 입을 모아 크게 외칠 수도 있다. 우리 함께 길을 찾아보자고, 분명 어딘가에 우리가 찾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서울을 떠나 지역을 간다. 우리의 고향이자 대한민국의 모태로서 의연하게 자리잡고 있는 지역, 그러나 60년대 이후의 급속한 산업화와 도시화의 뒤안길에서 초라하게 쇠락해버린 지역, 그 결과 우리의 뇌리에서 아스라히 사라져버린 지역에서 잃어버린 우리의 본래 모습, 그 원형질을 찾고 싶다. 아이가 놀지 않아 빈 절간처럼 되어버린 농촌이 설상가상으로 FTA 벼랑에 내몰린 지금, 그 곳에서 고향의 흙내음을 맡고 어머니의 따스한 체취를 느끼고 싶다.

우리는 서울이 아닌 곳에서 대한민국을 만나고 싶다. 그곳에서 서울로 대표되지 못하고 서울에 가려져 있는 대한민국의 변방을 보고 싶다. 오래 전에 이미 추억이 되어버린, 그 옛날 우리의 부모들이 살았고 지금껏 그 후손들이 살아가고 있는 삶의 소중한 공동체인 "또 하나의 대한민국"을 만나고 싶다. 그곳을 보고 싶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 한편으로는 향수를 안고, 다른 한편으로는 동시대를 함께 살아가는 우리의 소중한 이웃으로서 그들을 만나고 싶다.

길을 가다보면 친구같은 사람도 만나고, 이웃 아저씨 아주머니 같은 사람도 만날 것이다. 모진 풍파로 얼굴에 계곡주름 잡힌 허리 구부정한 할아버지 할머니를 만날지도 모른다. 농민은 물론 노동자도 만날 것이며, 수더분한 시골 민속 5일장에서 먼길 돌아 장날을 여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도 만날 것이다. 개발주의 망령에 터전을 빼앗길 지경에 이른 이주대책위 주민들도 만날 것이다.

좋은 정치란 무엇일까

전국 순례 장면.
전국 순례 장면. ⓒ 미래구상 제공

우리가 딱히 무엇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꼭 들어야 할 제한된 이야기꺼리를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그저 걷다보면 많은 이야기를 들을 것이고, 자연스럽게 대꾸라도 하듯 이야기를 나누게 될 것이다. 그 이야기가 모여 계곡물이 되고, 강물이 되고, 다시 홀러 흘러 바다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대중의 바다, 국민의 바다로 가려 한다. 그 바닷속에 몸과 마음과 영혼까지 푸욱 담그고 정말 오래간만에 삶을 진하게 느껴보고 싶다. 좋은 정책이란 이런 것이 아닐까, 좋은 정치란 이렇게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말이다.

오늘 서울을 떠나 30일 후 다시 이 자리로 돌아올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너무나 무모하게도 몇푼의 노잣돈도 손에 쥐지 못한 채 무작정 길을 나서게 되었다. 폭풍처럼 몰아치는 대선정국의 정치권 소용돌이도 뒤로 한 채 마치 초립에 봇짐 하나 둘러맨 나그네처럼. 주머니는 비록 가볍지만 몸과 마음이 더욱 가벼우니 아무 거리낄 것이 없다.

오래 전부터 길을 나서기도 했다. 그러나 이렇게 여럿 모여 길을 나서기는 아마도 처음인가 보다. 어쩌면 필생의 꿈이 있을지도 모르는 이 방랑길, 우연히 서울 인근의 마음씨 좋은 신부님을 만나 뜻을 이루게 되었다. 버스가 마련되니 사람이 모였고, 몇몇 지역에서 오라고 하니 부담없이 찾아갈 곳도 생긴 셈이다. 유붕이 자원방래하니 불역낙호아! 성현의 말씀이 오늘따라 귀에 새롭다.

다시 서울로 돌아올 때 우리는 무엇이라고 말하게 될까? 대한민국에는 서울 아닌 곳이 있더라고, 그곳에도 대한민국의 무수히 많은 민초들이 살고 있더라고 말하게 될까? 아마도 그곳과, 그들과 함께 살아가는 대한민국을 만들자고 말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른 아침 서울 광화문 네거리, 여름으로 건너가는 늦봄의 포근한 아침바람 속에서,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을 회상하며 우리는 또 하나의 추억을 기대하며 길을 떠난다. 우리가 가는 이 길이 다음 사람들의 길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리하여 다함께 웃으며 손잡고 나아가는 세상을 희망하며.

그러고 보니 46년 전 이 자리는 민족의 지도자 박정희 장군이 이끄는 군부반정세력의 날카로운 캐터필라 굉음이 세상을 흔들었던 바로 그 곳이 아니던가? 다른 것이 있다면 우리는 박 장군이 진군했던 반대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것뿐이다. 그렇게 우리는 박정희와 결별하고자 한다. 이것 역시 하나의 이별여행이 아니겠는가.

덧붙이는 글 | '전국 순례' 일정

16일 목포→17일 함평·나주→18일 광주→19일 광주→20일 해남·강진→21일 여수→22일 순천 광양→23일 사천 진주→24일 마산·창원→25일 부산→26일 울산→27일 포항→28일 안동→29일 대구→30일 대전·옥천→31일 천안·평택→6월 1일 서산·홍성→2일 군산·전주→3일 익산·김제→4일 청주→5일 충주→6일 원주→7일 춘천→8일 강릉→9일 강릉·속초→10일-14일 수도권→15일 전국순례 총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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