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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장 주변 도로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는데 축구장을 넘어 도로에 굴러온 공이 자전거 페달에 박혀 넘어지는 바람에 숨졌다면, 축구장 관리자의 책임일까 아니면 축구공을 찬 사람의 책임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사고는 어느 누구도 예상하기 어려운 이례적인 경우에 해당돼 아무도 책임을 질 사람이 없다.

박아무개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4시 30분께 자전거를 타고 서울 구로본동 안양천변에 있는 축구장 도로를 지나가고 있었다.

축구장에서는 A씨가 친구들과 축구를 하고 있었다. A씨가 친구에게 공을 패스하기 위해 멀리 찼는데, 공은 축구장 모서리에 튕겨 굴절되면서 축구장을 넘어 박씨가 지나가는 도로로 굴러갔다.

이 공은 때마침 자전거를 타고 가던 박씨의 자전거 페달에 박혔고, 박씨는 깜짝 놀라 중심을 잃고 아스팔트 바닥에 넘어지면서 머리를 부딪쳤다.

이후 박씨는 곧바로 119구급차에 실려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다음날 두개골 골절 등으로 인한 뇌간마비로 사망하고 말았다.

사건이 발생한 축구장과 도로는 구로구청이 시민들의 여가 활용을 위해 설치하고 관리하는 시민공원의 일부. 또 축구장은 에어로빅 교습소로도 쓰이고 단축 마라톤 대회, 구민 걷기 대회, 구민 식목지원 행사 등 각종 행사를 위한 장소로 다양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에 박씨의 유족은 "구로구가 시민공원 설치 및 관리자로서 축구장과 도로 사이에 충분한 이격거리를 두지 않았고, 사고를 방지하기 위한 수목이나 울타리 등 안전장치를 설치하지 않아 사고가 났다"며 구로구청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유족은 또 "A씨가 축구를 하면서 축구장 주변을 지나가는 타인의 안전을 배려해 공을 찰 주의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게을리한 과실로 사망했으므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며 1억1340만원의 손해배상청구소송을 냈다.

그러나 서울남부지법 제11민사부(재판장 박형명 부장판사)는 유족의 손을 들어주지 않고 지난 11일 "이례적인 사고를 예상해 안전조치를 이행할 책임이 없다"며 원고 패소 판결한 것으로 17일 확인됐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안양천은 홍수기에 운동장 등이 물에 잠기기도 해 물의 흐름에 지장을 초래하는 장애물 등을 설치하지 못하도록 돼 있어 시민공원에 울타리와 같은 시설 설치에 제약이 있고, 또 축구장과 도로가 바로 붙어 있는 점 등을 고려하면 축구장과 도로 사이에 수목이나 울타리 같은 시설이 돼 있지 않은 것만으로 구청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망인의 사망 사고는 이례적인 경우로 이에 대비해 축구장 주위에 울타리를 설치하면 축구하는 사람들이 울타리에 부딪혀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있고, 또 축구장을 다른 용도로 사용하는 것이 어려워지며, 이격거리가 좁다는 이유로 축구장을 폐쇄하면 오히려 시민공원을 이용하는 주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게 돼, 원고 주장과 같은 조치를 이행할 책임이 없다"고 설명했다.

또 A씨의 과실과 관련, 재판부는 "축구를 하는 사람은 자기가 찬 공에 다른 사람이 다치지 않도록 할 주의의무가 있으나, A씨가 찬 공이 직접 망인이나 자전거를 맞춘 것이 아니라 공이 도로를 굴러가다가 자전거 페달에 박히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이런 이례적인 상황까지 예측해 공을 찰 주의의무가 있다고 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법률전문 인터넷신문 [로이슈](www.lawissue.co.kr)에도 실렸습니다.


#서울남부지법#박형명#축구공 사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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