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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국선언 장면.
시국선언 장면. ⓒ 오마이뉴스 김병기

"대선 시기의 정치상황은 특정세력의 독무대처럼 보이고, 과거회귀나 보수 편향성을 경제성장으로 포장한 채 터무니없는 주장으로 국민의 여론을 오도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퇴행을 막고 구태를 벗어 새로운 시대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이고 합리적인 정치를 보여줄 것을 강력히 촉구합니다."

시민사회의 원로와 시민단체, 종교계, 여성계, 문화예술계 인사 등 731명이 17일 시국선언을 했다. 선언문의 제목은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17대 대통령선거를 바라며'. 진보진영 시민사회세력의 정치세력화를 목표로 한 '통합과 번영을 위한 미래구상(아래 미래구상)' 등 일부 인사들이 사실상 정치행보를 본격화했지만, 시민사회 진영의 각계 인사들이 대선과 관련해 한 목소리를 내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그만큼 대선을 앞둔 정치 지형이 절망적이라는 것이다.

이들은 선언문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하루 전날 발표됐다는 점을 유독 강조했다. 87년 6월 민주항쟁을 통해 군사정권을 퇴출시켰는데, 작금의 정치상황을 보면 "민주주의 가치를 부정했던 세력들이 역사를 거꾸로 되돌리려는 어처구니없는 현실을 목도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은 "각자의 처지와 관심에 따라 시대의 요구를 반영할 수 있도록 정치개혁에 참여하는 일, 정책을 중심으로 자기 집단의 의견을 정치권에서 반영하는 일, 유권자의 요구와 관심을 집약하는 유권자 참여운동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미래지향적인 정치발전을 이루는 일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이날 선언식에는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오재식 전 월드비전 대표, 박영숙 여성재단 이사장, 김상철 한국민족예술인총연합회 이사, 최열 환경재단 대표, 양길승 녹색병원 원장, 남윤인순 한국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이학영 YMCA 전국연맹 사무총장 등이 주요 인사로 참석했다. 이날 발표된 선언문에 서명한 인사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 김상곤 한신대 교수, 최병모 전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효림 실천불교승가회 의장 등 각계 인사 731명이다.

이날 참석자 중 눈길을 끌었던 인사는 신당창당 선언을 준비중인 최열 대표였다. 최 대표는 양길승 원장과 함께 지난 15일 출범한 미래구상의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신당 창당 등을 통한 정치세력화 문제를 고민하고 있는 그룹과 이날 발표된 선언문은 어떤 연관이 있는지에 대해 이목이 쏠린 것.

최 대표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직접적인 관련은 없다"면서도 "그간 낙선운동, 물갈이 운동 등을 통해 정치권 외곽에서 정치를 바꾸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해왔지만, 바뀐 게 없기 때문에 최근 직접 참여를 통해 정치기반을 실제로 바꿔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민사회 구성원이 늘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인사말을 한 윤준하 환경운동연합 공동대표 역시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미래구상 등 일부 움직임을 활성화할 수 있는) 토양이 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선언문을 낭독한 이학영 사무총장도 '신당 창당에 대한 간접적 지지선언이냐'는 질문에 대해 "그렇지는 않지만 현재의 위기 상황을 다양한 방식으로 극복해나가야 한다는 데 공감한다"면서 "(미래구상 뿐만 아니라) 차별화된 방식으로 진행시켜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김상철 이사는 대선을 앞둔 작금의 상황을 다음과 같이 표현했다.

"진보의 상투가 잘렸는데, 자른 사람은 없다고 한다. 상투가 길거리에 나뒹굴고 있는데,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모든 시민사회가 반성해야 한다. (중략) 한나라당이 내부에서 서로 싸우는데 지지율 여론조사는 변함이 없다. 우리 사회가 죽은 것이다. 죽은 사회를 살리려면 생명 평화세력과 민주세력, 남북연합 세력이 확장돼야 한다."

한편 이날 시국선언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사들은 '시민사회의 정치세력화'에 대해 구체적인 언급을 꺼렸다. 현재 시민사회 논의가 그렇게 진전되고 있지 않을 뿐만 아니라 시민운동 전체가 '신당' 등으로 정치세력화하는 게 아니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고민의 흔적이다.

하지만 대체로 그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었다. 따라서 이들은 때론 연대하고, 때론 개인 이름으로 각개전투하면서 그 공감대를 점차 넓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런 느슨한 연대 방식이 이번 대선에서 어떤 결실을 맺을지는 아직 알 수 없다.
#시국선언#미래구상#진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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