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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의이씨문중묘지에 있는 고암의 가묘
전의이씨문중묘지에 있는 고암의 가묘 ⓒ 안서순
고암 이응노(1904-1988) 화백의 출생지를 두고 예산과 홍성군이 줄다리기를 하고 있는 가운데 예산군이 보관하고 있는 제적부에 고암의 출생지로 기록되어 있는 덕산면 낙상리24번지 일대에서 고암에 대한 새로운 흔적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15일 예산군 덕산면 낙상리 24번지 인근에 있는 전의 이씨 문중묘지에서 비석도 없이 만들어져 있는 고암의 가묘와 이 마을 뒷동산 바위에서 고암이 새겼다는 한문과 영문으로 된 암각 글씨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운 암각화가 발견됐다.

생가지로 추정되는 낙상리 24번지 집터에서 동쪽으로 300여 미터 떨어진 문중묘지에 자리 잡은 고암의 가묘는 고암이 타계한 1989년 1월에 조카 이두세씨가 고암의 머리카락을 잘라온 것을 첫째부인 박귀희씨(타계)가 고암의 밥그릇에 넣어 묻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생가 뒷산 바위에 고암이 새겼다는 한문으로 쓴 홍성이라는 글씨를 마을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생가 뒷산 바위에 고암이 새겼다는 한문으로 쓴 홍성이라는 글씨를 마을주민이 가리키고 있다. ⓒ 안서순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이끼가 끼여 있지만 한자로 홍성이라는 글씨가 뚜렸하다.
바위에 새겨진 글씨는 이끼가 끼여 있지만 한자로 홍성이라는 글씨가 뚜렸하다. ⓒ 안서순
마을이장인 하태준씨(58)는 “당시 문중사람들과 함께 묘를 조성했다”며 안내를 해 주었다. 그러나 묘소에는 다른 묘와 달리 묘비 등이 전혀 세워져 있지 않아 아는 이가 알려주지 않으면 찾기 어렵다.

생가로 추정되는 24번지에서 서북방향으로 80여 미터 떨어진 산 아래 작은 바위에 한문으로 홍성(洪城)이라고 새겨진 글씨와 그 옆에 영문으로 새긴 글씨는 고암이 새긴 것으로 마을사람들은 알고 있다.

이 마을 태생인 이동규씨(62.농업)는“어려서 어른들로부터 바위의 글씨는 이 화백이 새겼다고 들었다”며“ 그 시대에는 이 마을에서 고암이 아니면 영문을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고 말했다. 바위글씨가 고암이 새긴 것이 맞다면 어느정도 성장한 이후 새겼을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이러한 사실에 대해 예산군은 물론 홍성군도 모르고 있다. 홍성군이 2005년 6월 ‘고암 이응노 화백 생가지 복원과 기념관 건립 기본기획을 위해 ‘충남발전 연구원’에 용역을 주어 만든 자료에도 이러한 사실은 빠져 있다.

마을사람들은 “그전(1914년 이전)에 여기는(낙상리) 홍성땅이었고 중계리(홍성군 홍복면)와 같은 동네로 이장도 한사람이 보았다”며“큰 참나무쟁이골로 불렸다”고 밝혔다.

예산군이 생가지로 주장하는 낙상리24번지
예산군이 생가지로 주장하는 낙상리24번지 ⓒ 안서순
1995년 예산군 문화원에서 ‘한국지명총람’을 인용해 만든 ‘예산지명 유래’를 보면 ‘낙상리는 본래 덕산군 나박소면이 지역으로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에 따라 상탄리와 낙천리, 홍주군 고하도면의 갈오리, 원성리 일부와 홍천면의 중리(현재 중계리)일부를 병합해 ’낙천‘과 ’‘상천’의 이름을 따 ‘낙성리’라 하고 덕산면에 편입시켰다고 기록되어 있다.

예산군 문화예술 담당자는“이 지역이 홍주에서 예산으로 편입되고 낙상리라는 지명이 생긴 것도 고암이 10세 때 일로 그 전까지는 그 지역이 홍주(홍성의 옛지명)땅으로 마을도 한 마을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현재는 해체 복원 중에 있는 수덕여관이 고암과의 연고로 도 지정 기념물(103호)이 된 만큼 완벽한 복원 등에 대해 힘을 모으고 있다”며“향후 연차적인 계획을 세워 생가지에 대해서도 복원할 것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홍성군 관계자는“조카 등 일가사람들 모두 일관되게 고암이 홍성군 중계리 386번지에서 태어났다고 증언하고 있고 대전지방법원 홍성지원에 보관중인 제적부에도 고암의 부친과 형이 중계리로 등재 되어 있는 점 등을 볼 때 출생지를 놓고 더 이상 왈가왈부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주장했다.

홍성군이 고암의 생가로 주장하는 중계리386번지 내의 생가지, 현재 집은 이후 다시 지은 것이다.
홍성군이 고암의 생가로 주장하는 중계리386번지 내의 생가지, 현재 집은 이후 다시 지은 것이다. ⓒ 안서순
홍성군은 지난 2005년10월 생가지(중계리 386번지)621㎡(1필지)와 보호구역1만7261㎡(21필지를 충남도 지정 기념물로 지정해 줄 것을 충남도에 신청했다가 당시 사업비 등의 확보가 불투명하자 지난해 5월 보류요청을 했던 것을 지난 4월2일 다시 신청했다.

충남도는 문화예술과의 송길상 학예사는 “기념물 등의 지정은 사실여부가 확실하게 드러나고 증명될 때 현지조사와 도 문화재위원들의 심의를 거쳐 결정되는 신중한 사안으로 홍성군에 필요한 문서 등을 더 요구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고암으로 인해 도지정기념물이 된 수덕여관이 해체 재건축되고 있다.
고암으로 인해 도지정기념물이 된 수덕여관이 해체 재건축되고 있다. ⓒ 안서순

수덕여관 옆에 있는 너럭바위에 고암이 새긴 문자암각화
수덕여관 옆에 있는 너럭바위에 고암이 새긴 문자암각화 ⓒ 안서순

#고암#예산#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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