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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FTA 협상 타결을 전후하여 정부의 국익에 대한 선전이 말 그대로 '도배질' 되었다. 그리고 이 선전은 더욱 업그레이드된 형태로 지속되고 있다. 조중동의 한미 FTA 찬양기사를 제외하면 대표적인 한미 FTA 선전은 한미 FTA체결지원위원회가 모든 신문에 낸 신문광고시리즈일 것이다. 오해 거짓말 괴담편으로 세 차례에 걸친 광고는 한미 FTA 반대운동이 괴담을 늘어놓고 있다고 말한다.

국제기준에 맞는 안전한 쇠고기만 수입된다 ?

정부가 말하는 '한미 FTA 괴담' 중 대표적인 것이 "미친소(광우병)가 몰려온다"는 것이다. 정부의 대답은 국제수역사무국(OIE)의 '국제기준'을 준수하기 때문에 안전하다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은 한미 FTA가 체결되면 광우병 소가 들어온다고 주장하는 정치인은 부정직하다는 말까지 했다. 한미 FTA를 반대하더라도 거짓말은 말라고. 그런데 OIE 기준을 지키는 나라가 어느 나라인가? 유럽? 호주? 뉴질랜드? 일본? 아무도 안지킨다.

OECD 국가 중 OIE 기준에 맞추어 쇠고기 수입을 하는 나라는 오직 미국과 캐나다 뿐이다. 왜냐고? OIE 기준대로 쇠고기를 수입하면 자국민의 건강을 지킬 수 없다는 것을 다른 나라들은 모두 잘 알기 때문이다. 미국쇠고기가 광우병위험이 있다는 것은 심지어 OIE의 과학위원회, 미국 회계감사원과 식약청도 지적하는 사항이다. 오로지 한국정부만 국제상식을 외면한다. 아무도 안 지키는 '국제기준'을 한국정부만 안전한 국제기준이라고 말한다. 노무현 대통령의 말을 빌어 말하자면 이렇다. 한미 FTA를 찬성하더라도 최소한 거짓말은 하지말자.

한미 FTA가 체결되면 '미친소만 몰려오는 것'도 아니다. 유전자조작식품(GMO)도 몰려온다. 정부는 GMO를 수입해도 안전성 검사를 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왜 GMO 쌀은 있는데 GMO 밀은 없을까? 미국의 주식이 밀가루여서 미국 시민단체들의 항의가 워낙 거셌기 때문이다. GMO 종자의 대표기업인 몬산토는 GMO 밀의 안전성이 확보될 때까지 판매를 보류하겠다고 했다. GMO밀이 안전하지 않다면 다른 GMO는 안전할까? 안전성 검사?

"미국에서 안전하다고 규정한 GMO에 대해 별도의 위험성 평가를 생략하자"는 것이 한미 FTA다. 그런데 미국에서는 GMO 안전평가를 어떻게 하나? 흔히 최소한 GMO를 동물에게 먹여 보는 실험은 시행할 것이라고 막연히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실험은 없다. 미국에서 하는 검사는 GMO가 일반 감자나 옥수수와 화학 성분이 비슷하다는 결과를 기업 측이 제시하면 그것으로 안전성 검사는 끝이다. (이것이 '실질적 동등성'에 대한 미국 기준이다)

독성실험? 판매 후 문제가 되면 그 때 예외적으로만 시행한다. GMO 동물실험? 그런 '비과학적인 실험' 은 아예 없다. 아니 그러면 인체부작용은 어떻게 하느냐고 묻지 마시기를. 한미 FTA 체결후 오직 카길과 같은 거대 농축산기업의 이익을 위해 미친소만 몰려오면 좋겠다. 몬산토와 듀퐁과 같은 GMO 종자기업의 이익을 위해 괴물음식까지 몰려오는 것이 한미 FTA다.

'맹장수술비 1000만원, 사랑니 뽑는데 100만원' 은 괴담?

정부가 말하는 한미 FTA 괴담 중 하나가 의료비폭등에 대한 것이다. 의료보험체계는 한미 FTA의 대상이 아니며 모든 병원이 국민건강보험적용을 하도록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 인천 경제자유구역에 짓고 있는 뉴욕장로교(NYP)병원은 어느 나라에 짓고 있는 병원인가? 이 병원은 건강보험적용이 안되며 해외송금이 가능한 영리병원이다. 인천은 우리나라가 아니라 어디 홍콩에 붙어있나?

세브란스병원과 합작하여 2008년에 개원할 이 병원은 우리나라 진료비의 7배를 받는다고 한다. 게다가 이 병원의 병실은 모두 1인실이다. 한번 계산해보자. 지금 동네병원에서 맹장수술을 받으면 일주일 정도 입원하고 40-50만원정도가 든다. NYP병원 진료비가 7배라니 50*7=350만원이고 여기에 건강보험적용이 안되니 의료비는 두배가 된다. 즉 700만원이다. 1주일을 입원하면 병실비를 최소 40만원을 잡아도 280만원이다. 다 더하면? 980만원이다. 이미 한국에 이런 병원을 이미 짓고 있는데 맹장수술비 1000만원이 괴담이라고?

더욱이 이런 병원개설허용은 인천만이 아니라 광양, 부산, 제주특별자치도에 이미 허용되어 있다. 또 정부는 경제자유구역을 두곳 더 지지정하겠다고 한다. 좁은 땅덩어리에 여섯 지역에 영리병원이 허용되면 사실상 전국적인 영리병원허용과 동일한 효과다. 이뿐 만이 아니다. USTR이 발표한 한미 FTA 협정요약문에는 경제자유구역의 교육 및 의료부문의 서비스시장 개방을 명문화 해놓았다.

따라서 한미 FTA의 역진방지조항(래칫조항, 쉽게 말하면 '낙장불입' 조항)에 따라 이 영리병원은 아무리 큰 문제가 되도 한미 FTA가 무효화되지 않는 이상 되물릴 수가 없다. 인천과 부산과 제주도가 미국땅이 아니라면 괴담과 거짓말을 늘어놓는 것은 한미 FTA 반대운동이 아니라 한국정부다.

기업-국가 직접소송제(ISD)는 전세계가 맺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

"우리 정책주권이 미국 투자자 제소로 흔들리지 않는다"는 정부의 주장의 근거는 이 제도가 이미 전세계적인 보편적인 제도라는 것이다. 정부는 또 한-칠레, 한-싱가포르 FTA에도 들어가 있지만 문제가 없다고 한다. 싱가포르와 칠레? "새총에 맞아도 안전했으니 대포를 맞아도 안전하다"는 말인가?

이 광고는 또 "미국과 투자자-국가 직접소송제를 도입한 48개국은 모두 공공정책이 무력화되었습니까?"라고 묻는다. 좋은 질문이다. 그 모든 나라들에서 공공정책이 무력화되었다. 예를 들어보자. 북미 FTA이후 캐나다정부는 휘발유에 망간이 포함되면 어린이들의 공격적 성격이 늘어난다는 연구에 따라 망간첨가제를 금지시켰다. 망간첨가제를 생산하던 미국의 에틸사가 곧바로 캐나다정부를 제소했다. 캐나다정부는 결국 배상금을 물어주고 망간금지조치를 폐지해야했다.

미국의 메탈클래드라는 쓰레기처리 기업은 상수원에 쓰레기를 버리지 못하도록 그린벨트 지정을 한 멕시코정부를 상대로 제소를 하여 결국 멕시코 상수원에 쓰레기를 묻을 권리를 획득했다. 유에스 트레이드 인사이드지가 보도한 바에 따르면 한미 FTA 협상이 연장된 48시간 동안 셰브론이 ISD 대상에 보건 및 환경정책에 예외를 두는 조치에 대해 물고 늘어졌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는 칼텍스(예를 들어 GS칼텍스)로 불리는 세계적인 석유기업이 할 일이 없어 보편적 제도여서 별문제가 없는 ISD 제도를 끝까지 문제 삼았을까? 심지어 예외규정을 두어도 문제다. 예외를 결정하는 곳이 국제중재심판소이기 때문이다. 즉 기업-국가 직접소송의 '재판'은 한국이 아니라 유엔이나 세계은행에서 한국정부대표 1인, 미 기업대표 1인, 제3의 전문가 1인이 모여 비공개로 단심으로 결정한다.

2001년 외환위기에 몰린 아르헨티나 정부는 금융긴급조치(세이프가드)를 시행했다. 이후 아르헨티나는 ISD로40건이 넘는 제소를 당했다. IMF 외환위기와 같은 시기에 금융 세이프가드조치를 못한다면 어떻게 될까? 한마디로 ISD의 도입은 기업에 공공정책에 대한 거부권을 주는 것이다. ISD가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제도라고? 도입하면 전세계적으로 보편적으로 망하는 제도가 ISD다.

전기, 가스, 수도요금 등 공공요금 폭등은 없다?

정부는 "공공서비스는 개방대상이 아니므로 요금이 폭등한다"는 것은 유언비어라고 말한다. 공공요금을 정하는 것은 정부의 고유권한이라고 명문화 했기 때문에 공공요금이 인상되는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발표한 '홍보용' 한미 FTA 협정내용만 보더라도 "공기업의 상업적 운영원칙"이 명문화 되었다.

철도청이 철도공사가 되면서 이 상업적 운영원칙이 도입되었다. 철도요금에만 의존하지 않는 원칙이 포기되고 철도요금이나 지하철요금의 원가보전율을 50-60%에서 100%로 올리는 것이 원칙이 되었다. 올해에만 인천의 지하철요금은 30%까지 올랐고 서울의 지하철 요금은 13% 올랐다. 장애인이나 학생들에 대한 철도요금 혜택은 사라졌으며 수지타산이 안맞는 역은 폐쇄된다.

상업적 운영원칙이 관철되면 결국 공공요금은 폭등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더 큰 문제는 정부가 알아서 공공서비스를 기업에 팔고 공공요금을 폭등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도시가스 요금은 2002년부터 4년 동안 60%나 상승했다. 가스원가가 상승해서가 아니다. 가스부문을 기업에게 거의 다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만 안 팔았을 뿐 소비자에게 가스를 직접 공급하는 부문은 이미 기업에게 다 팔았고 외국에서 가스를 직접 사오는 직도입권도 GS칼텍스와 SK에 팔아넘겼다. 한국정부가 알아서 기업에게 공공서비스를 팔아넘긴 것이 가스요금 폭등의 원인이다. 이른바 알아서 하는 FTA 즉 자발적 자유화조치다.

이것만이 아니다. 유시민 복지부장관은 한미 FTA 의약품 협상을 잘해서 1년에 1000억원만 손해를 봤다고 자랑을 하고 있다. 그런데 잘했다고 하는 곳이 또 하나있으니 바로 다국적제약회사 협회다. 이 협회는 한미 FTA 타결직후 환영성명을 냈다. 다국적 제약사들이 작년에 한국에서 가져간 돈은 2조 5000억원이다. 그리고 매년 15%씩 즉 4000억원씩 더 가져간다. 이 회사들이 1년에 1000억 더 번다고 환영성명을 냈을까?

최근 화상회의를 가진 전세계의 FTA 전문가들은 한미 FTA를 다국적 제약사들에 대한 퍼주기 협상의 모범이라고 평가했다. 1년에 1조원 이상을 다국적 제약회사에 퍼준 것이 한미 FTA 협상이다. 당장 약값으로 1년에 한가족당 10만원씩을 더 내야한다. 지금도 적자타령인 건강보험재정은 멀쩡할까? 보험혜택은 줄고 보험료는 오른다. 공공요금인상이 없다고?

우체국택배는 아예 한미 FTA에 직격탄을 맞는다. 우체국택배는 미국 유피에스(UPS)와 똑같은 요금을 받아야 한다. 이에 더해 정부는 한미 FTA 타결을 바탕으로 곧바로 한 EU FTA의 개시를 선언했다. 한 EU FTA는 공공서비스 개방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공공요금 인상이 없다고? 전기요금을 못내 촛불을 켰다가 화재로 죽은 가족에게 그 이야기를 해보라.

지킬 것은 다 지켰다?

한미 FTA를 두고 정부가 하는 최대의 거짓말은 노무현 대통령이 한 말 즉 "지킬 것은 다 지켰다"는 희대의 괴담이다. 3000cc 이상의 자동차세금을 대폭 인하해 극소수 부유층에게 대형차를 싸게 살 권리를 보장하고 현대와 포드에 연 4000억원의 세금을 면제해준 것이 한미 FTA다. 노동자가 세금을 더 낼 권리를 지켰다는 것인가 아니면 유독가스를 더 마실 권리를 지켰다는 것인가? 한국정부는 다국적 제약회사에 최소 연 1조원 이상의 돈을 퍼주고 그 부담을 국민에게 떠넘기고, 모든 공공 정책을 기업-국가 직접소송제의 대상으로 삼아 기업규제를 포기했다.

금융·투기자본에 대한 통제권한을 포기하고 거대 농축산기업과 GMO기업을 위해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포기했다. 재벌에 대한 경쟁조항은 목숨을 걸고 막고 반면 공기업에 대한 상업적 운영원칙은 수용해 전기·가스·수도 요금폭등의 디딤돌을 놓았다. 그런데도 지킬 것은 지켰다? 물론 지켰다. 현대와 포드, GS칼텍스, 론스타와 삼성생명의 이익을 지켰다. 그렇다. 간단히 말해 이 정부가 말하는 국익을 기업의 이익, 자본의 이익으로 바꾸어 놓으면 지킬 것은 모두 지켰다.

한미 FTA에 대한 괴담? 도대체 누가 괴담을 늘어놓는가? 바로 대한민국 정부다. 그러나 거짓말 도배질에도 불구하고 그 거짓말은 도통 먹히지 않는다. 4월 9일의 여론조사는 협상결과에 따라 찬반을 결정하겠다는 사람들이 51.8%, 반대가 18.6%로 찬성 27.7%를 크게 뛰어넘었다. 한미 FTA 반대운동이 이루어낸 성과다. 열린우리당의 대선주자들조차 한미FTA 반대를 말하고 있는 지금 한미 FTA는 필연적으로 대선과 내년 4월 총선의 가장 큰 쟁점 중 하나가 될 것이다.

지금 우리가 할 일은 한미 FTA가 오직 한미 양국 자본의 이익을 위한 협정이고 한국 민중의 사회적 기본권을 박탈하는 협정임을 보다 널리 알리고 노동자와 서민들을 대중운동으로 조직하는 일일 것이다. 한미 FTA 반대운동은 이제 노무현 정권과 자본의 국익론과 괴담을 넘어, 자본의 이윤과 신자유주의를 넘어, 보다 더 대중적인 운동으로 전진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우석균 기자는 가정의학 전문의이자,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실장을 맡고 있습니다. 이 기사는 민주노동당 기관지 진보정치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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