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오마이뉴스의 모토는 '모든 시민은 기자다'입니다. 시민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사는 이야기'도 뉴스로 싣고 있습니다. 당신의 살아가는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두릅 따러 가는 길
두릅 따러 가는 길 ⓒ 맛객
지난 4월 29일 새벽 4시 30분 기상. 집에서 나와 5시가 넘으니 벌써 동이 트기 시작한다. 어느새 낮은 이렇게 길어지고 있다. 5시 30분 부천 북전화국 앞, 기다리고 있는 맛객 앞으로 봉고차 한 대가 선다. 오늘 두릅을 따러 함께 떠나기로 한 일행이다. 목적지는 가평 명지산, 해마다 두릅을 따러 가는 곳이다.

올해는 날이 따뜻해 예년에 비해 일찍 가는 편이다. 먼젓번 주에 갔다 온 사람의 말에 의하면 양지쪽은 그런 대로 났는데 음지는 아직 손톱만한 하다고 한다. 청평에서 식료품을 사기 위해 차를 세웠다. 공기가 싸늘하다. 아침이기는 하지만 이곳과 도시의 기온은 확실히 다르다.

마트 입구에 두부가 만든 지 얼마 지나지 않았는지 김이 피어오른다. 아침대용으로 두부 한 모를 사서 먹는다. 차는 달리고 부족한 잠을 채운다. 한숨 자고 일어나니 드디어 목적지에 도착했다. 도로와 산 사이로는 맑은 물이 흐르고 있다.

언제 와도 이곳의 물은 맑아서 좋다. 서 있는 봉고차 한 대가 보인다. 새벽같이 출발해서 왔건만 우리보다 먼저 도착한 이들이 있나보다. 신발 끈을 조여 매고 산으로 오른다. 산기슭에서부터 얼레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른 봄 원추리와 함께 비교적 일찍 올라오지만 이곳은 이제야 올라오기 시작한다. 그만큼 기온이 낮다는 증거다.

다래 순,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다래 순, 어린잎은 나물로 먹는다 ⓒ 맛객
산 당귀, 쌈으로 먹으면 귀풍스런 향이 으뜸이다
산 당귀, 쌈으로 먹으면 귀풍스런 향이 으뜸이다 ⓒ 맛객
참취는 산나물 중에서 후발주자다. 군데군데 보이기는 하지만 아직 어리다. 다래순도 새싹 수준이다. 산 당귀도 싹을 피우고 있다. 쌈을 싸서 먹고 물을 마시면 물이 달다는 그 당귀다. 쌈밥집에 나오는 재배 당귀의 향과는 급이 다르다.

멸가치나물과 쑥, 멸가치는 묵나물로 먹는다
멸가치나물과 쑥, 멸가치는 묵나물로 먹는다 ⓒ 맛객
산길을 오르는 길목에는 멸가치와 질경이가 세력싸움을 하고 있을 정도다. 발에 밟힐 정도로 많다. 일주일 전에 이곳에 온 일행 중 한 분이 멸가치를 보고 아무래도 나물 같아 보여서 뜯어 집에 가져갔다고 한다. 하지만 부인이 잘 모르면 먹지 말자고 해 모두 버렸다고 한다. 멸가치는 생으로 먹기에는 쓴 편이다. 데쳐 말렸다가 묵나물로 먹으면 된다.

산 달래
산 달래 ⓒ 맛객
군데군데 두릅나무가 보이지만 이미 누군가의 차지가 되어 버렸다. 계곡물을 건너기 전에 목도 축일 겸 잠시 배낭을 벗었다. 졸졸 흐르는 계곡물을 떠 마신다. 카아~ 소리가 날 정도로 시원하다. 물맛도 좋다. 주위를 둘러보니 산 달래는 지천이다. 들 달래는 벌써 끝났지만 산 달래는 아니다. 잎을 뜯어 씹으니 진한 달래향이 입안에 퍼진다. 한 10여분 캤더니 한 번 밥 비벼 먹을 분량이 된다.

저 안에 두릅이 있을까?
저 안에 두릅이 있을까? ⓒ 맛객
두릅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두릅이 눈에 띄기 시작한다 ⓒ 맛객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두릅과 만날 차례다. 우리 일행은 뿔뿔이 흩어졌다. 계곡을 사이로 한 쪽 산은 양지, 반대편은 음지다. 난 음지쪽을 택했다. 시작은 좋다. 두릅나무 10여 그루에 1등품에 가까운 두릅이 자라고 있다. 가시에 찔리지 않도록 조심조심 두릅을 땄다.

이 상태에서 더 쇠어지면 질겨질 뿐 아니라 맛도 떨어진다
이 상태에서 더 쇠어지면 질겨질 뿐 아니라 맛도 떨어진다 ⓒ 맛객
갓 피워난 두릅이라 솜털 뽀송뽀송하다
갓 피워난 두릅이라 솜털 뽀송뽀송하다 ⓒ 맛객
두릅은 다른 산나물과 달리 따는 기쁨이 크다. 특히 크기나 굵기에서 가장 맛있는 상태의 두릅을 땄을 때는 송이를 캘 때 기쁨과 맞먹는다. 아니다. 송이는 발견했을 때의 기쁨이지 캘 때의 기쁨은 두릅이 더 낫다. 갓 딴 두릅을 손바닥에 놓고 바라보면 참 만족스런 기분이다. 먹는 기쁨이 반이라면 따는 기쁨이 반이다.

두릅나무는 쉽게 부러지는 특성이 있다. 그렇기에 조심조심 가지를 휘어 따야 한다. 이때도 요령이 필요하다. 가지를 휠 때 나무보다 산 위쪽에 서야 한다. 그래야 덜 휘어진 상태에서 두릅에 손이 닿게 된다.

이날 자연에서 얻은 두릅
이날 자연에서 얻은 두릅 ⓒ 맛객
1시간 넘게 땄더니 제법 쌓였다. 눈으로만 봐도 이미 먹은 것처럼 기쁘다. 계곡으로 내려와 졸졸 흐르는 물 한 모금과 나뭇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에 시원함을 느낀다. 자연과 함께 하는 삶은 이래서 좋은가 보다. 거기에다 맛나고 안전한 먹을거리까지 얻었으니 이보다 더 좋을쏘냐.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미디어다음, 유포터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독자의견

이전댓글보기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