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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일 오후 장희곤 남대문경찰서장이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보북폭행 사건과 관련한 중간수사결과 발표를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권우성
경찰은 도대체 한달 동안 뭘 했을까? 30일 오후 남대문경찰서가 발표한 '모그룹 회장 보복폭행 의혹사건' 중간 수사 브리핑은 새로울 게 전혀 없었다.

경찰이 발표한 피해자 진술에 따르면 지난 3월 8일 오전 7시 청담동 K가라오케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아무개(23)씨 일행과 S클럽(서울 중구 북창동) 종업원 5명이 시비가 붙어 김씨의 눈 부위가 찢어진 게 사건의 발단이다.

차남의 부상 소식을 접한 김 회장은 K가라오케 사장을 통해 가해자인 종업원 4명을 불러냈다. 피해자들에 따르면, 김 회장은 같은 날 밤 9시경 이들을 경기도 성남시 수성구 청계산 기슭 야산으로 끌고 가 손과 발로 수십 차례 폭행했다. 쇠파이프도 휘둘렀다고 한다.

아들이 "직접 때린 사람은 여기 없다"고 하자 김 회장은 밤 11시경 경호원들을 대동해 북창동 S클럽을 '습격'했다. 업주인 조아무개(41)씨는 김 회장에게 뺨과 목덜미를 얻어맞았고, 차남 김씨를 때린 윤아무개(34)씨는 김 회장이 보는 앞에서 '때린 만큼' 맞았다는 게 피해자들의 얘기다.

이처럼 경찰이 피해자 진술을 통해 구성한 김 회장의 '활극'은 벌써 대부분 국민들이 아는 스토리다. 지난 4월 24일 '보복폭행' 사건이 첫 보도된 뒤 국내 각 신문방송은 앞다퉈 취재진을 보내 퍼즐맞추기에 나섰다.

보복폭행 의혹은 언론취재를 통해 조금 더 구체적으로 재구성됐다. 김 회장이 '황금장식 권총'으로 위협했다느니, 경호원들이 '회칼'을 착용했다느니하는 온갖 '설'도 난무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사건의 실체도 윤곽을 드러냈다.

경찰 몫은 증거 수집... 한달간 뭐했나

결국 지난 27일 <한겨레> 보도로 '청담동 K가라오케→성남시 청계산 빌라 공사장→북창동 S클럽'으로 이어진 보복폭행 동선이 밝혀졌다. 경찰의 남은 '몫'은 김 회장의 불법행위를 입증할 만한 증거를 찾는 것 뿐이었다.

하지만 30일 경찰의 중간 수사 브리핑은 실망스러울 정도였다. 심하게 표현하면 언론보도를 짜깁기하고 요약해 놓은 수준일 뿐이었다. 김 회장의 납치와 감금, 폭행, 협박을 뒷받침할만한 증거는 아무것도 없었다.

24일 언론보도로 파장이 커지자 경찰은 27일 남대문서 강력팀 2개 24명 수사관과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 2개팀 20명 등 총 44명으로 구성된 대규모 수사팀을 구성했다. 이택순 경찰청장까지 나서 "진상규명"을 외쳤다. 그러나 지난 나흘간 경찰 수사는 언론보도에서 한발도 나가지 못했다.

경찰은 "김 회장이 모든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며 수사의 고충을 토로하고 있다. 하지만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사건이 언론에서 먼저 터지자 경찰은 "지난달 28일 첩보를 입수하고 한달간 내사 중이었다"고 해명했다. 30일 중간 수사 브리핑으로부터 꼭 한달 전이다.

경찰 해명대로라면 지난 한달 동안 내사 하면서도 아무런 증거를 찾지 못한 셈이 된다. 언론이 첫 보도 이후 불과 일주일만에 '보복폭행 의혹'의 전말을 밝혀낸 것과는 대조적이다.

일부에서는 경찰이 '성과없이' 내사만 계속한 게 외압 때문이라는 의혹도 제기하고 있다. 물론 경찰은 아니라고 펄쩍뛰는 상황이다.

외압도 없이 한달간 내사를 계속했는데, 증거도 못 찾고 언론보다 '수사'도 못한 경찰에게 다시 물을 수밖에 없다. 경찰은 도대체 한달 동안 뭘 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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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오마이뉴스 입사 후 사회부, 정치부, 경제부, 편집부를 거쳐 정치팀장, 사회 2팀장으로 일했다. 지난 2006년 군 의료체계 문제점을 고발한 고 노충국 병장 사망 사건 연속 보도로 언론인권재단이 주는 언론인권상 본상, 인터넷기자협회 올해의 보도 대상 등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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