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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극제 포스터
서울연극제 포스터 ⓒ 서울연극제
이번 서울연극제의 공식참가작은 6편. 61편의 대상작 가운데 창작극, 번역극, 번안극을 각 2편씩 고루 뽑았다. 공식참가작은 대상 500만원 등 총 2200만원의 상금을 놓고 경연을 벌인다. 작품들을 묶은 희곡집도 개막일에 맞춰 발간된다.

또 연변연극단의 초청공연과 '희곡아, 솟아라!'라는 이름으로 3편의 신작희곡 낭독공연(14∼16일, 사다리아트센터 세모극장) 등의 행사도 마련된다. 특히 연변연극단이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딸에게서 온 편지>는 김일성 주석의 작품으로 북한 연극을 간접 이해할 수 있는 무대이기도 하다.

'연극이 삶을 풍요롭게 만듭니다.' 2007 서울연극제가 내건 슬로건이다. 그러나 연극계의 현실은 그다지 풍요롭지 못하다. 모처럼 5월 대학로 산책을 통해 자신의 삶과 함께 연극 객석도 풍요롭게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아래 연변연극단의 초청공연작과 공식참가작 6편을 소개한다.

<딸에게서 온 편지>(연변연극단) '문맹퇴치' 계몽용 김일성 작품 국내 초연

<딸에게서 온 편지>의 한 장면
<딸에게서 온 편지>의 한 장면 ⓒ 서울연극제
북한 5대 혁명연극 가운데 하나로 꼽히는 작품으로 항일투쟁 시기 김일성이 직접 만든 작품으로 알려졌다. 1930년 만주 오가자 일대에서 공연됐던 것을 1987년 북한국립연극단이 재창작해 현재까지 꾸준히 공연해오고 있다. 혁명·계급의식 등 이념보다는 '문맹퇴치'를 위한 계몽에 초점을 맞춰 1920년대 북부 산간마을 순박한 농민들의 생활상을 희극적이고 풍자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여름 어느 날 허달수에게 북간도에 가 있는 딸이 보낸 편지 한 통이 배달된다. 한글을 전혀 모르는 달수는 그토록 기다리던 딸의 편지인 줄 모르고 편지종이를 찢어 담배를 피우고 꿰진 창구멍을 막는다. 야학을 못마땅해하던 달수는 결국 온갖 소동을 겪다가 배움의 중요성을 깨닫고 야학에 입학하게 된다.

중국 연길에서 활동하고 있는 연변연극단이 이번 공연을 위해 서울을 찾는다. 북한 연극의 국내 초연 무대로 사회주의 혁명연극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다. 중국 연변대 방미선 교수가 연출을 맡았고, 중국 국가 1급 무대설계자인 남승철이 성황당식 입체무대를 선보인다.

김일성 작, 방미선 연출. 17∼19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문의 02-744-0300.

<죽도록죽도록>(파크) 밑바닥 인생들, 살기 위해 죽는 연습을 하다

연극 <죽도록죽도록>
연극 <죽도록죽도록> ⓒ 극단 파크
민속촌 전통혼례 행사 가마꾼으로 일하는 세 남자. 폐품만 가득 쌓인 창고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던 그들에게 어느 날 조선시대 형벌 중 하나인 '팽형'을 재현할 기회가 찾아온다. 살기 위해 죽도록 죽는 연습을 하는 세 남자. 밑바닥 인생을 벗어나려는 꿈을 이룰 수 있을까.

최근 개봉 영화 <아내의 애인을 만나다>에서 첫 주연을 맡은 박광정이 연출을 맡았다. <마술가게> <비언소> 등을 통해 간결한 극적 구조 안에서 배우들의 유희감각을 최대한 활용하는 연출로 평가받아온 그는 이번 무대에서도 웃음과 재미 뒤에 묘한 비극과 은유를 숨겨두고 있다.

김은성 작, 박광정 연출. 2∼9일. 설치극장 정미소. 문의 02-743-7710.

<벚꽃동산-꼬메디 노스딸지아>(서울공장) 삶은 비극일까 희극일까

연극 <벚꽃동산-꼬메디 노스딸지아>
연극 <벚꽃동산-꼬메디 노스딸지아> ⓒ 극단 서울공장
원작 <벚꽃동산>은 러시아 한 지주의 영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통해 역사적인 격변을 다루고 있는 작품. 연극 <벚꽃동산>의 무대는 19세기 말 러시아에서 1930년대 한국의 경남 통영으로 옮겨졌다. 30년대의 동과 서가 혼돈스럽게 어우러진 의상을 만날 수 있으며 사투리와 서울말, 일본말이 우스꽝스럽게 버무려진다.

일반적으로 <벚꽃동산>은 비극으로 알려졌지만 정작 체홉 자신은 '4막 코미디'라는 부제를 달았다. 삶의 비극은 서글프지만, 비극을 불러일으킨 상황, 인간의 행동은 우스꽝스럽기조차 한 게 세상사의 이치. 연출가는 체홉이 본래 목적했던 '코미디'와 씨름하며 주제와 철학은 깊되 표현은 경쾌하고 느낌은 따뜻하게 희비극인 삶의 세계를 그려낸다.

안톤 체홉 작, 임형택 연출. 2-7일. 아르코 예술극장 대극장. 문의 02-3673-5580.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미연) 화장터에서 만난 두 영혼

연극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
연극 <연기가 눈에 들어갈 때> ⓒ 극단 미연
벚꽃이 지는 봄날의 서울 근교 한 화장터. 김진우와 기영식은 각기 다른 이유로 죽었지만 같은 화장터에서 영혼으로 만난다. 둘은 자신들의 육신이 태워지기를 기다리며 이야기를 나눈다. 두 사람은 각자의 인생유전이 있고, 가족 간의 갈등을 겪고 있다. 그런 것들을 해결하지 못하고 저승으로 가는 길이 못내 아쉽기만 하다.

꽃처럼 피어나 꿈같이 살다가 연기처럼 사라지는 게 인생일까. 연출가는 "벚꽃 만발한 곳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하얀 벚꽃 잎을 조심스레 밟으며 산을 내려가면서 부서지는 벚꽃 잎을 머리에 이고 내려오며 '그래 올해도 벚꽃이 피었구나' 하며 중얼거리는 그런 작품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한다.

쓰쯔미 야스유키 작, 김순영 연출. 8∼12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문의 02-762-3387.

<이름>(공연제작센터) 미니멀리즘'으로 드러낸 낯선 일상

연극 <이름>
연극 <이름> ⓒ 극단 공연제작센터
노르웨이 어딘가 멀리 홀로 떨어진 주택의 거실. 만삭의 한 소녀가 부모가 사는 집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뱃속 아기의 아빠인 듯한 소년이 온다. 이들은 돈도 없고 더는 갈 데가 없다. 하지만 소녀는 여전히 이 집이 싫다. 여기서 이들은 부모를 기다린다. 가족들이 집으로 돌아오고….

21세기의 사무엘 베케트로 주목받고 있는 욘 포세의 작품. 일상이라는 친숙한 세계가 '미니멀리즘'이란 새로운 시각을 통해 무대 위에서 낯선 세계로 드러난다. 그 세계는 아름답기도 하지만 섬뜩하기도 하다. 원작은 1996년 입센상과 2000년 영화의 오스카상에 해당하는 네스트로이상을 수상했다.

욘 포세 작, 윤광진 연출. 11∼15일.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 문의 02-766-8048.

<골든베르크 변주곡>(인혁) 성서에 대한 지적 패러디

연극 <골든베르크 변주곡>
연극 <골든베르크 변주곡> ⓒ 극단 인혁
예루살렘의 한 극장에서 폭군과 같은 연출자 미스터 제이가 조연출 골드베르크와 함께 구약성서를 내용으로 하는 작품을 연습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해서 크고 작은 사고가 터진다. 예산삭감으로 천지창조 장면에서 진짜 동물 대신 장난감 동물을 이용해야 하고, 아브라함이 이삭을 제물로 바치는 장면에서는 실수로 진짜 피가 흐른다.

헝가리 작가 타보리의 국내 초연 작품으로 성서를 지적이고 유쾌하게 변주한다. 빈 무대에서 연극을 완성해가는 행위와 성서의 천지창조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다는 점에서 맥락을 같이하고, 극 중 연출자의 모습은 하나님과, 조연출은 예수의 이미지와 포개져 있다. <여고괴담>의 '미친개 선생' 박용수 등이 출연한다.

조지 타보리 작, 이기도 연출. 12∼19일. 설치극장 정미소. 문의 011-9073-0209.

<발자국안에서>(청우) 현대인에게 공간의 의미는?

연극 <발자국안에서>
연극 <발자국안에서> ⓒ 극단 청우
변두리 동네, 쌀집 간판이 달린 빈 가게에 젊은 화가가 세를 든다. 미궁에 빠진 살인사건이 일어난 곳이라는 부동산업자의 설명에도 화가는 오히려 그곳을 마음에 들어 한다. 그런데 마을주민들이 쌀을 사기 위해 찾아오고, 살인사건을 해결한답시고 형사들이 밤낮없이 들이닥친다.

극 속에서 이제 공간의 주인은 인간과 자연이 아닌, 수많은 물건과의 기형적인 관계들이다. <인류 최초의 키스>의 연출과 작가가 다시 만나, 동네 쌀집이라는 평범한 공간을 변질해 가는 현대 사회를 의미하는 공간으로 치환해 공간에 대한 인간의 욕심과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조명한다.

고연옥 작, 김광보 연출. 15∼19일.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 문의 02-762-0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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