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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왕산 범바위
인왕산 범바위 ⓒ 이정근
용산강은 인왕산 범 바위 아래 샘터에서 발원하여 금화산 물줄기를 아우르고 청파역을 지나 한강 본류와 합류하는 지점을 말한다. 용산강의 상류 만초천에 있는 서교(西橋)는 한양과 경기도를 구분 짓는 경계선이었으며 하류에는 병선(兵船)을 건조하는 사수감(司水監)이 있었다. 숭례문 밖 삼남으로 가는 최대의 파발역참을 끼고 있는 용산강 일대는 조선 최초의 위성도시였다.

우정승 김사형이 정사를 맡았지만 하륜의 임무가 막중했다. 황제등극하례와 '요동정벌론' 폐기처분도 중요했지만 요동치는 명나라의 정세를 파악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원나라는 이미 패망의 길로 들어섰지만 욱일승천 치솟아 오르는 명나라의 장래를 예측하지 못하고서는 한 발작도 앞으로 나아갈 수 없는 조선이었다.

명나라 사신 길에 북경의 연왕을 만난 일이 있는 방원은 야망에 불타는 연왕의 눈빛을 기억하고 있었다. 연왕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한반도의 운명이 달라진다고 전망한 방원은 정세 파악의 적임자로 하륜을 천거한 것이었다.

결과론이지만 방원과 연왕이 누가 먼저 위(位)에 올라가느냐 하는 권력레이스가 펼쳐진 것이다. 결과는 방원이 형을 제치고 1400년 왕위에 올랐고 연왕은 이보다 2년 후 1402년 조카를 죽이고 황제의 자리에 올랐으니 방원이 빠른 셈이다.

명나라 사신으로 떠나는 하륜을 위한 송별연이 용산강에서 성대하게 베풀어졌다. 차일을 늘어뜨린 배위에 진수성찬이 마련됐다. 환송연이라 하지만 혁명성공 축하연도 겸한 연회였다. 이지란과 조영무를 비롯하여 이숙번, 신극례, 민무구, 민무질 등 무골출신들이 많이 참석했다. 혁명동지들의 단합대회와도 같은 자리였다. 방원이 하륜을 독대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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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事實)과 사실(史實)의 행간에서 진실(眞實)을 캐는 광원. 그동안 <이방원전> <수양대군> <신들의 정원 조선왕릉> <소현세자> <조선 건국지> <뜻밖의 조선역사> <간신의 민낯> <진령군> <하루> 대하역사소설<압록강>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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