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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집회.
4월 12일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역 앞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집회. ⓒ 이정하

"장애인도 버스를 타고 싶습니다. 장애인들만을 위해 필요한 것이 아닙니다. 어쩌면 여러분들도 겪을 수 있는 미래를 대비하기 위해 우리가 먼저 나선 것일 뿐입니다."

12일 낮 12시께 수원역 앞. 다산인권센터, 경기장애인차별철폐연대 등 경기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기420장애인차별철폐공동투쟁단 소속 회원들이 속속 몰려들었다. 올해로 27번째를 맞는 장애인의 날(4월 20일)에 앞서 이날 "장애인에게도 이동권의 자유를 보장하라"며 버스타기 실천운동을 벌이기 위해서다.

집회 장소까지 모이는 데도 한나절

이날 오후에 잡힌 수원역 집회지만 참석자들은 아침 일찍부터 출발해야 했다. 버스나 택시를 타기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한 장애인들이 전동휠체어를 타고 먼 거리를 차도와 인도를 넘나들며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끔 도로 가장자리에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이 위험천만한 레이스를 펼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때문에 지각한 회원들이 많아 일정보다 시간이 늦어졌다.

한 중증장애인은 "수원 매탄동에서 휠체어를 타고 수원역까지 오는 데만 2시간가량 걸렸다"며 "버스나 택시들이 승차를 거부하거나 잘 세워주지 않아 엄두도 나지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최근 새로 선출된 김용환 민주노동당 경기도당 위원장을 비롯해 이상무 민주노총 경기도본부 본부장, 장애인 관련 단체 회원 등 30여명의 투쟁단이 시민들을 상대로 20여분간 저상버스 확대 보급 등을 외치며 선전전을 벌였다.

이들은 시민들의 외면 속에서도 힘찬 구호를 외치며 경기지역 장애인 이동권의 현주소와 앞으로의 방향성을 한목소리로 알렸다.

수원역 선전전을 마친 이들은 곧장 수원역 북측정류장으로 장소를 옮겼다. 본격적인 버스 타기 실천운동을 위해 두 팀으로 나눠 83번 저상버스와 92번 일반버스에 각각 올랐다.

[저상버스] 수원시에 7대뿐... 불법주차 차량이 장애물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장애인들이 버스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 이정하
저상버스에 휠체어 3대만 탔을 뿐인데도 협소한 내부 탓에 일반 승객들이 승·하차시 많은 불편을 겪어야 했다. 때문에 버스 체험에 참가한 장애인들은 다른 승객들에게 미안함과 동시에 눈치도 봐야 하기에 더욱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다.

승객들을 상대로 황철주(남·지체장애 2급)씨는 "현재 수원시에 단 7대뿐인 저상버스는 곡반정동에서 수원역을 거쳐 시청사거리를 돌아오는 83번 노선이 유일하다"며 "노인들이나 임신부 등 약자들을 위해 이동권의 보장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간곡하게 호소했다.

목적지인 인계동 갤러리아 백화점 입구에 도착했지만 버스정류장을 가득 메운 불법 주차 차량들 때문에 장애인들은 10여분간 버스에서 대기해야 했다. 일반 버스보다 11㎝ 낮은 저상버스(34㎝)지만 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인도와 접해 있어야 하차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장애인들은 종종 벌어지는 일이라며 대수롭지 않다는 표정이었다.

버스 승객 김지원(22·여)씨는 "장애인들이 저상버스를 타고 내리는 것도 이렇게 어려운데 일번 버스는 이용 자체가 불가능할 것 같다"며 "공간을 좀 더 넓히면 불편을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반버스] 혼자 힘으로 탑승 불가... 내부도 비좁아

일반버스에 탄 장애인들의 불편은 말할 것도 없었다. 일단 높은 계단 때문에 장정 3~4명이 거들어야만 버스에 오르내릴 수 있고 내부 활동반경이 확 줄어 꼼짝달싹할 수 없는 광경이 연출됐다. 전동휠체어는 이마저도 어려운 실정이다. 무게 자체가 많이 나가는 데다 접히지도 않아 도움받기조차 힘든 것.

ⓒ 이정하
이들은 이날 '버스타기 실천운동'을 마무리하면서 "오늘 우리의 실천운동은 단순 장애인 이동권의 자유 보장이 아닌 장애인차별 철폐에 대한 첫걸음을 내디딘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후 갤러리아 백화점 앞에서 서명운동을 벌인 뒤 '장애인 활동보조지원 사업 기관 선정' 건을 놓고 김용서 수원시장을 면담하기 위해 수원시청으로 향했다. 이날 면담은 수원중증장애인독립센터가 "장애인 활동보조지원 사업에 대해 재심의하라"며 시의 부적절한 기관 선정에 대해 반발해 성사됐다.

한편 지난해 '교통약자의 이동편의증진법'이 시행됐지만 경기도는 아직 조례 제정도 하지 않고 있다. 2013년까지 저상버스를 일반버스 대비 50%로 의무화했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현재 경기도 내 전체 버스 7581대 중 저상버스는 9개 시·군 116대뿐. 전국에서 가장 많은 장애인들이 거주하는 경기도에서 장애인 및 노약자를 위한 저상버스는 고작 1.6%에 불과한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경인매일>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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