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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문을 열어라. 나무향기와 낙엽 썩는 냄새가 섞인 찬 공기가 폐포를 간지를 것이다.
창문을 열어라. 나무향기와 낙엽 썩는 냄새가 섞인 찬 공기가 폐포를 간지를 것이다. ⓒ 이덕은
아침 7시 조금 지났지만 안개는 아직도 짙게 껴서 곧게 올라간 낙엽송 끝이 보이지 않을 정도다. 인적이 없는 숲 속, 기분 좋은 나무냄새와 낙엽 썩는 냄새는 쌀쌀한 공기를 가로지르며 나의 코끝을 간질이지만, 경사면을 깎아 놓은 산간도로 낭떠러지는 후배 간을 콩알처럼 만드는지 경치를 구경하느라 정신이 없는지 모르겠으나 속도는 10킬로 고정이다.

가다 서서 기다리고, 가다 서서 기다리고를 수차례 한 끝에 상상하고 싶지 않았던 상황이 닥쳐버렸다. 잠시 차를 세우고 기다리는 중 반대쪽에서 지프 하나가 맹렬히 내려온다. 뒤로 돌아서서 올라오는 후배 차를 세우려고 온갖 손짓 발짓을 해보지만 후배는 내가 무료하니까 아침체조를 한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장애물을 피하느라 긴장해서 불과 10여 미터 전방도 살펴 볼 여유도 없는지 내 앞에 다가와서야 멈춘다. 후진….

다행히 내려오는 차가 경험이 많은지 좁은 공간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며 교차해 지나간다.

반대쪽 도사곡리로 내려가는 길은 이보다 훨씬 넓다. 비가 꽤 온 것 같은데도 골짜기 계류에는 물이 많지는 않았지만 맑고 차가운 물이 제법 바위 구비를 돌며 맑은소리를 내지르고 내달아 떠내려간다.

산길을 내려오다 펼쳐지는 굴지리 물도리동. 한참을 서 있게 만든다.
산길을 내려오다 펼쳐지는 굴지리 물도리동. 한참을 서 있게 만든다. ⓒ 이덕은
한참 내려오니 낙엽송 사이로 갑자기 안개 낀 강이 훤히 들어나 보인다. 강은 튀어나온 작은 구릉을 휘돌아 왼쪽으로 흐른다. 너른 자갈밭과 자작나무 숲으로 이루어진 작은 물돌이동. 그림 같은 정경이 보이는 곳이 바로 굴지리다.

강건너편의 자작나무숲과 산. 우리는 자연에게 무엇을 주는가?
강건너편의 자작나무숲과 산. 우리는 자연에게 무엇을 주는가? ⓒ 이덕은
건너가는 다리가 없어 차를 홍천방면으로 돌려 5번 도로를 타고 올라오다 굴지리 쪽으로 들어간다. 그래 봤자 겨우 55번 중앙고속도 굴지터널 아래쪽 입구에서 위쪽 입구로 온 것뿐인데 교량이 없어 이렇게 돌아와야만 한다.

굴지리부터 장항리를 거쳐 남노일대교까지는 수변도로를 만드느라 포장과 비포장을 번갈아 가며 타는 재미없는 도로가 되어 버렸다. 남노일대교를 건너지 않고 강물로 막힌 맹지 고드레미로 들어간다.

고드레미. 이름이 참 예쁜 것처럼 경치도 좋은 곳이지만 후배는 이곳에서 도강을 한다는 말에 오늘 약속을 한참 망설였다.

홍천강은 견지낚시로 유명한 곳인 만큼 깊은 곳도 있지만 웬만한 곳 수심이 사람 허리 정도인데, 어떤 곳은 차가 지나갈 만큼 낮은 곳도 있어 이곳이 바로 그런 곳이었다. 하지만 실제로 들어와 보니 강바닥 일부가 물길을 트느라 굴착기로 강바닥을 헤쳐놓아 순정 차량으로 도강하기엔 무리이다. 좀 섭섭하긴 하지만 남노일대교를 건너 산길로 우회하여 건너편 북노일리로 가기로 한다.

북노일리로 넘어 가는 다리. 사진 찍은 고개는 시뻘건 황토길이다.
북노일리로 넘어 가는 다리. 사진 찍은 고개는 시뻘건 황토길이다. ⓒ 이덕은
도강의 재미는 사라졌지만 산길이 괜찮다. 오랜만에 보는 시뻘건 황토. 황토에서도 나무에서처럼 피톤치드가 나온다면 우리는 때를 불릴 만큼 흠뻑 목욕을 한 셈이다. 산길은 강물을 돌게 한, 낮은 산이 강 쪽으로 튀어나온 지형이어서 내리막에는 양옆으로 강이 내려다보인다.

홍천강은 견지 낚시로 유명한 곳이다. 이제 이곳도 수변도로가 포장되면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홍천강은 견지 낚시로 유명한 곳이다. 이제 이곳도 수변도로가 포장되면 사람들로 북적일 것이다. ⓒ 이덕은
북노일대교를 건너 왼쪽 강변을 따라 팔봉산 유원지까지 내려간다. 강에는 견지 낚시하는 사람들과 래프팅하는 사람들이 아침 햇살을 받고 간간이 보인다.

반곡에서 모곡까지 86번 도로로 들어가 다시 비포장 고개를 넘는다. 계속 내려다보이는 것은 거의 같은 강 풍경인데도 지루하질 않다. 가까이 다가서면 아무리 용납할 수 없는 흠이라도 이렇게 멀리서 보면 아름답고 별일도 아닐 수 있는 것은 풍경이나 인간관계나 모두 같은 것 같다.

모곡근처 한치고개로 들어 가는 한덕교와 홍천강.
모곡근처 한치고개로 들어 가는 한덕교와 홍천강. ⓒ 이덕은
산길로만 그렇게 왔는데도 '한 번 더 뛸까' 하는 나의 말에 맘대로 하란다. 모곡으로 가기 전 한덕교를 넘어 춘천 쪽으로 좌방산을 낀 산길로 들어선다. 지도에는 한치고개라고 적혀 있는데 가평에서 남면 가정리로 넘어오는 한치령과 구분해야 한다. 여기서도 홍천강이 내려다보이고 산골짜기인데도 도로포장계획이 있는지 축대를 쌓고 집터 만들어 놓은 곳이 여러 곳 보인다.

사륜구동이 아니라도 좋다. 호젓한 산길을 따라 느린 속도로 자연과 함께 하는 길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사륜구동이 아니라도 좋다. 호젓한 산길을 따라 느린 속도로 자연과 함께 하는 길이라면 어디라도 좋다. ⓒ 이덕은
요새는 이런 산길에서 MTB를 즐기는 사람들을 심심치 않게 만난다. 갑자기 손 신호등을 들고 차를 가로막는 바이커가 보인다. 차를 세우고 보니 저 가파른 산등성이에서 울긋불긋한 한 무리의 바이커들이 줄이어 내려온다. 손을 흔들고 지나가는 바이커들. 몸은 땀으로 젖어 있지만 분위기는 휘파람이 절로 흘러나온다.

이른 아침을 먹어선지 낮 12시가 조금밖에 안 지났는데도 벌써 배가 고프고, 후배는 온몸이 공중에 뜬 것 같다 한다. 오늘 밤 꿈을 꾸면서 브레이크를 잡느라 마누라 엉덩이를 걷어차는 것 아닌지 은근히 걱정된다.

유속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계곡을 돌고 돌아 절경을 만든다.
유속이 빠른 것은 아니지만 계곡을 돌고 돌아 절경을 만든다. ⓒ 이덕은
① 44번 며느리터널 위 고개에서 좌측으로 임간도로처럼 생긴 곳으로 진입. 길이 좁고 낭떠러지이다. 운전에 조심. 강이 보이는 도사곡리까지.
② 남노일 대교 건너 우측 작은 용수하교를 건너 토마토 펜션으로 넘어가는 황토 산길.
③ 70번 반곡 SK주유소에서 우측으로 모곡까지 가는 86번 비포장 도로.
④ 모곡 못미처 우측 한덕교를 건너 좌방산을 끼고 발산까지 가는 한치고개길.

덧붙이는 글 | 더 많은 사진 보기 http://yonseidc.com/2007/hongchun_01.html

저의 홈피인 '닥다리즈포토갤러리(http://yonseidc.com)'에도 실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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